소영아,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가 싶더니 벌써 온 산과 들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붉게 물들어서 우리들을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구나. 햇병아리 같았던 소영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니 얼마나 대견한 일이냐. 지금껏 늘 한시도 너를 잊어 본 적이 없단다. 주변 선생님과 지인들에게 네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 귀엽고 예쁜 우리 소영이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그리고 엄마, 아빠께서는 건강하시고 소희와 준석이는 잘 지내는지. 지금도 소희는 부모님께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 달라고 조르는지 모든 게 궁금하구나. 가끔은 선생님이 네 곁에서 살면서 너와 같이 놀아주고 옛날 얘기도 해주고 떡볶이도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붕어빵 파는 아저씨를 보면 네 생각을 많이 했단다. 1학년 꼬마로서 차마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 많은 시간들 그리고 지금까지 또 어떻게 생활했을까? 생각해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단다. 소영아,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서 선생님이 늘 강조했던 말 기억나니?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 했었는데. 늑대와 양치기 소년,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무슨 일이든 정직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했었지.…
2011-05-23 09:24수원 칠보초(교장 양원기)는 5월 어린이날 기념 행사로 학년별로 전통놀이 즐기기 행사를 실시하였다. 자연이 화창한 날씨를 허락하는 날에는 운동장 곳곳에서, 비가 내리거나 짙은 황사가 예상되는 날에는 강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종목은 공기놀이, 투호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등 다양하였다. 학년별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즐기는 마음만큼은 1학년에서부터 6학년에까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딱지를 너무 오랜만에 접어 봐요. 옛날에는 문구점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딱지 만들기 세트도 팔고 그랬는데요. 요즘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지난 달력이나 신문지로 딱지를 만드는 것이 너무 재밌고,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같이 전통놀이를 하니까 구수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학업 열풍 분위기로 인해 답답했던 마음들을 딱지에 실어 날려버릴 거라고 외친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쉬는 시간이고,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고무줄놀이를 즐기곤 했어요. 교실에 앉아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따스한 햇볕 아래 우리만의 놀이
2011-05-19 17:50책으로 만나는 아이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00초등학교 000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유치원에 다니던 000입니다." "아니,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니?" "아, 선생님이 주고 가신 책이 있잖아요. 그 책 보고 알 수 있었어요." 요즈음도 가끔 오래 전에 근무한 학교 아이들의 전화를 받곤 합니다. 전교생이 한 가족처럼 살았으니 직접 가르친 아이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그 기록들을 책으로 출간하여 헤어지던 날 주고 온 덕분에 아이들과 나의 연결고리는 이어지고 있으니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교단일기는 중요해요 아이들도 자신들의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서 참 좋아했었습니다. 수행평가라는 형식을 거치며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학교 문집의 형태로, 개인 글모음의 모습으로 자기 기록을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교단일기의 필요성을 느끼곤 합니다. 200일넘게 함께 살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교단일기를 출판하여 선물하는 것이라고 깨닫기 시작한 것은 몇…
2011-05-18 09:37오동나무 꽃이 피었다. 언제 저리도 많이 피었을까? 올 봄은 봄 같지가 않았다. 어깨를 펴려고 하면 추위가 몰려왔고, 숨 한번 깊게 쉬려고 하면 비가 내렸다. 봄에 눈도 내렸고, 황사도 유난히 심하였다. 봄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멀어지고 있다. 봄 같았지 않은 봄이었지만 봄은 틀림없는 봄인 모양이다. 그 사이에 보랏빛 꽃송이를 피워냈으니 말이다. 보랏빛 꽃들에 동심이 어린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동자가 배어 있다. 오동나무 꽃에서 금방이라도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은 것처럼 어린이들의 모습에서는 내일이 반짝이고 있다. 맑은 호수처럼 빛나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동자에 젖어들게 된다. 밝은 내일이 배어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그래서 언제나 감동이다. 5월의 어린이. 어린이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풋풋하다. 싱그러움이 발산하고 있어 감동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5월의 어린이 모습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뚝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5월의 어린이다. 어린이날이 있는 달이
2011-05-18 09:34올해 스승의 날은 교직을 떠나서 처음 맞이하는 데 마침 일요일이라서 고교동창 10명이 부부동반으로 25년간을 이어온 등산모임을 월악산 만수계곡으로 갔다. 월악산에서도 생태학습장이 있는 입구를 지나 맑은 물이 계곡을 힘차게 타고 흐르는 소리가 너무 시원하였다. 녹음이 짙푸르게 등산로를 덮어주어 더욱 시원함과 아늑함을 주었다. 바람과 황사먼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계곡 속에 들오니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물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니 머리도 맑아지고 마음까지 편안함을 주어 장소선택을 잘했다고 한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아 쾌적함도 맛 볼 수 있었다. 물가에서 먹는 점심은 한식뷔페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상추, 두릅, 미나리, 취나물과 두부 김치를 비벼서 나눠먹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주차장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포천에 살면서 국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서양화 화가인 고석원 제자였다. 스승의 날인데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만 드려서 죄송하다며 안부를 물었다. 작품 활동을 물으니 6월에 박사학위논문 심사가 있어 논문 마무리에 바쁘다고 한다. 수많은 제자가 있지만 그래도 전화를 주니 고마울 뿐이다. 퇴임식 때 와서 사은사도 해준
2011-05-18 09:213학년이 되지 말자 “야 ! 원석이 ,또 장난이야.” “선생님, 원석이가 여자아이들을 괴롭혀요.” “왜 또 어떻게 귀찮게 한 거야 ?” “우리들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뒤에서 슬며시 엿듣다가 우리를 밀어버려요.” “전원석!” “예” "너 왜 그리 짓궂게 노는 거야. 남자답지 못하게 여자들 궁둥이만 따라 다닐거야? 이리 나와 약속대로 군밤 세 알!" 선생님이 말씀을 하시자, 원석이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앞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조금치도 두렵다거나 속이 상하는 기색도 없이 그냥 싱글벙글하면서 그래도 미안한 생각은 들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옵니다. 그때 약삭빠른 종현이가 걸어가는 원석이의 발을 슬쩍 걸어 버렸습니다. 원석이는 거의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몹시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일어섰습니다. “발건건 누구야, 왜들 이리 장난이 심해!” 꾸지람을 하자 원석이는 뒤를 돌아보며, 종현이를 향해 빨리 나오라고 검지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합니다.꾸러기 원석이가 또 한 사람을 더불어 나오려고 합니다. 언제나 한 시간에 두세 번씩 주의 받지 않고 지나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단골손님인 원석이의 모습에 아이들은 그만 쿡쿡 웃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그래도 원석이는 아이들을 향하여…
2011-05-18 09:205월이면 생각나는 선생님이 있다. 조병화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큰 나무처럼 서 계시지만, 5월이면 더욱 그리움에 사무쳐온다. 조병화 선생님은 학창 시절에 꿈·사랑·멋을 가르쳐주셨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저 문학이 좋았다. 문학은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현실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문학을 통해 보는 세계는 내가 꿈꾸고 있는 행복의 무지개가 보였다. 문학과 함께라면 내 삶의 호숫가에도 아름다운 꽃이 필 듯했다. 그래서 문학을 공부하고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대학도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은 내가 꿈꾸던 낭만이 없었다. 유신 정권이 무너지고 사회는 민주화의 열망이 한꺼번에 분출되었다. 대학도 혼란스러웠다. 학우들은 매일 전투경찰과 투석전으로 마주쳤다. 그 혼란을 뒤로 한 채 나는 군에 쫓기듯 갔다. 제대 후에도 캠퍼스는 최루탄 냄새만 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의 불안은 여전했다. 그 속에 있는 나는 더욱 고독했고 답답했다. 그때 답답함에 못 이겨 강의실에서 조병화 선생님께 함부로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 타령의 시는 저급 문학이라고 거칠게 말했다. 시대정신을 담은 시가 읽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2011-05-16 09:40요즘 우리 학교에서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린마일리지(학생 상·벌점제도)가 조금씩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 시행초기라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 점도 있지만 학생들이 예전보다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수업태도도 좋아지고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체벌이 있었던 때는 몇 가지 장점도 있었지만 상·벌점제도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학생의 인성을 지도하는 좋은 제도가 되고 있다. 최근에 우리 반의 어느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 오셨다. 학교로 찾아 온 이유는 본인의 아이가 어제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는데 학부모입장에서는 벌점을 받을 만한 행동이 아닌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함에 있어서 편견을 가지고 지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 온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잘못을 안 했는데 왜 벌점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고 했다. 당시의 상황설명을 구체적으로 해 주고 평상시 학교에서의 생활태도와 행동을 지적해주자 이해가 가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다. 이처럼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이야기할 때는 본인은 잘못은 이야기하지 않고 교사가 지적한 것만 부모
2011-05-16 09:37올해도 스승의 날은 어김 없이 찾아왔다.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승의 날인 15일이 일요일이라는 것이다. 14일이 토요휴업일이니 13일이 스승의 날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학교에 따라서는 오전 수업만 마치고 옛스승 찾아보는 날로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행사 없이 수업을 진행한 학교들이 상당수 있어 스승 찾아 보기의 효과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교도 오전부터 인근의 고등학생들이 찾아왔다. 대략 2교시 정도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왔다고 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제자들의 학교방문으로 학교는 하루종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기에 스승의 날이라는 것이 분위기로 느겨졌지만 마냥 즐거운 하루는 아니었다. 우리는 수업을 끝까지 하였고 별다른 행사없이 지냈기 때문이다. 수업도 해야하고, 찾아오는 제자들과 오랫만에 대화도 나누어야 하고, 공문처리 등의 업무처리도 해야 하고 바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찾아온 제자들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몸과 마음이 바쁜 하루였다. 거의 1년만에 찾아온 제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에게는 입시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지냈다. 바
2011-05-16 09:35"지금부터 2단원 평가를 시작한다. 옆 사람 시험지를 보거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시험지를 압수한다. 알았지?" 아이들은 조용히 시험을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가 이쪽 저쪽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교사는 한 번 더 타이른다. "누가 시험보면서 이야기를 하니? 한 번 더 이야기 하면 컨닝한 것으로 간주하고 시험지를 찢어버릴거야" 그런데 좀 있다가 그 아이는 또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교사는 참다 참다 화가 나서 아이의 시험지를 압수하고는 절반으로 접어 한 번 길게 찢고 말았다. 수년 전의 일이다. 과학 교과를 담당했던 선생님이 면담을 요청했다. 이야기인 즉은 위와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그 아이(가칭-상수)가 곧 찾아와 사과를 하고 다시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사과는 커녕 시험을 다시 볼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곧 성적을 내야할 선생님이 조바심이 나서 "너 시험 다시 봐야지"하니까 "그냥 빵점 주세요"라며 쳐다 보지도 않는 것이다. 담당 선생님은 해결 방법이 묘연하여 담임인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날 마침 퇴근 길에 상수를 만났다. 축구를 하다가 승용차까지 뛰어와 크게 인사를 한다. "안녕히
2011-05-16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