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재단법인 목정문화재단 주최한 제15회 전북고교생 백일장(이하 ‘목정백일장’)이 전주국립박물관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가 공동 주관하고 전라북도 교육청이 후원한 목정백일장에서 내가 지도한 제자가 영광스럽게도 운문부 장원을 차지했다. 돌이켜보니 최근 10년간 나의 지도를 받은 제자가 장원이나 대상 등 1등을 차지한 것은 일곱 번쯤이다. 두 번은 공모전, 다섯 번은 백일장에서다. 1년에 10여 차례, 10년간 100번쯤 참가한 것을 셈해보면 그리 썩 좋은 성적만은 아니다. 그럴망정 감동의 진폭이 무뎌졌을 법하건만 그래도 제자의 장원 수상은 ‘가슴 벅차오르는 희열’이란 소감외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특히 목정백일장의 경우 교내백일장에서 쓴 시를 보고 받은 ‘잘 쓴다’는 느낌이 너무 빨리 현실화된 셈이어서 더 기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목정백일장에서의 수상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목정문화재단의 아낌없는 문화사업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다. 대개 지자체 예산지원이나 대학교 주최 백일장임을 감안해 보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목정문화재단은 해마다 ‘목정문화상’을 시상하고 있다. 나 역시 문인의 한 사
2011-04-27 09:02필자가 근무하는 서호중학교.서울농생대 캠퍼스 부지 일부를 매입하여2006년 개교한 학교다.지금도 도로변 울타리 소유주는 서울대다. 우리 학교 정문 출입구 앞 땅은 서울대승인을 받아 우리 학교가 이용하고 있다. 고유가에 차량 5부제 운행으로 인하여 요즘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그런데 눈에 거슬리는 것 하나있다. 대학 울타리 무너진 축대다. 빠져나온 커다란바위 두 개는 위험스럽게 보인다. 수원의 서울농생대 축대는 대학처럼 역사가 깊어 노후 되었지만현재 캠퍼스로활용되지 않아 관리에 소홀함이 보인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때는 보행자의 불편함을 모른다. 그러나 학생의 입장이 되어 도보로 인도를 지나가니 무너져 내린 축대가 눈에 거슬린다. 저 무너진 축대를 누가 보수할 것인가? 당연히 서울대가 해야 한다. 그러나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다. 그런데 그 길을 이용하는 주고객은 바로 우리 학교 학생이다. 그럴 경우, 우리 학교에서 보수해도 괜찮을 듯 싶다. 학교 기사가 해야 하는데 그들이 교장의 말을 들을까? 시멘트를 이용해 복구를 하라면 지시에 따를까? 2007년 9월 필자는서울대 울타리의 환삼덩굴과 전쟁을 치른 일이 있다. 그 당시 행정실 주장은 서울대 것
2011-04-26 09:54오늘은 2학년 우리 반 아이들이 학급 자랑을 하는 날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자랑거리는 참 많답니다. 그 중에서도 읽기 책에 나오는 시 외우기, 동화 외우기를 잘하지요.숙제 검사를 하는 동안 앞에 나와서 읽기 책을 낭독하는 습관, 집에서 10번씩 낭독하는 습관이 들어서 재미있는 동화는 금방 외운답니다. 내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쫑알쫑알 참새처럼 외우는 모습이 참 예쁘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절반 정도가 다문화가정이라서 정확한 발음을 듣지 못해서 그런지 올해 아이들은 유난히 받아쓰기를 어려워합니다. 어머니의 발음이 매우 중요한데 아기 때부터 우리 말 듣기 교육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래서 올해는 날마다 국어 읽기 책을 돌아가면서 낭독하게 하고 발음을 교정해 주는 시간을 갖고 있답니다. 그런데 받아쓰기는 틀려도 이야기를 곧잘 외우는 모습이 기특해서 학급 자랑으로 시와 동화를 외우기로 했습니다. 간혹 틀리는 아이가 있어도 친구들과 소리 맞춰 외우다보면 자연스럽게 읽기 능력이 향상되기도 합니다. '읽기' 교과서는 읽기에서 시작하여 읽기로 끝난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읽기에서 시작하여 '외우기'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집에서 읽어 오기 숙제를 내면
2011-04-26 09:35권투 시합 “얘, 너 쪼그만 게 또 까불어?” “까불다니? 네가 뭔데 이렇게 자꾸 내게 시비니?” “네가 자꾸 까부니까 그렇지.” “까불다니? 내가 너에게 뭘 어떻게 했길레 그러는 거냐?” “너 말야, 어제 오후에 친구들에게 그랬다며? 나쯤은 문제도 없다고?” “걔들이 그러던데, 날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고 그랬다며.....” “짜아식들 그런 소릴 다 까 쳐먹었군.” “그래? 네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란 말이군.” “그래, 그랬다 왜? 내가 뭐 네가 무서워서 그런 소리도 못할 것 같으냐?” “그래? 결국 나에게 한 번 붙어 보겠다는 말이군!” “그래 임마! 네까짓 거 때문에 내가 무서워서 벌벌 떠는 못난인 줄 알았다면 큰 잘못이지. 아무튼 붙고 싶으면 붙어 봐. 언제든지.” “좋아, 그럼 오늘 오후에라도 만나자. 난 뭐 네까짓 게 무서운 줄 아니?” “좋다. 그럼 오늘 오후에 하교 뒷산의 솔밭에서 만나. 한판 붙어 보자구.” 항상 말썽꾼인 경양이가 오늘도 무슨 일을 벌일 모양입니다. 덩치가 크고 힘 깨나 써 무서운 게 없는 종찬이의 이야기를 듣고 한판을 붙기로 약속을 한 것입니다. 종찬이야 덩치가 얼마나 큰지 중학생만큼이나 크고 기운도 세었습니다.
2011-04-25 09:453월 초 신규발령을 받은 새내기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처음 발을 들이밀면 교무실 안은 병아리 색깔과도 같은 따스한 봄색깔로 술렁인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여리디 여린 선생님들.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보면서 우리들도 저런 날이 있었겠구나 막연히 회상하며 함께 즐거워지는거다. 드문드문 섞인 남자 선생님들을 보면 그 마음은 더하다.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면서 나의 신규발령지에서 만났던 젊은 남선생님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들은 여학생들에겐 연분홍빛 첫사랑의 느낌을, 남학생들에겐 형과 같은 편안함을 준다. 그것 뿐이랴. 여선생님들과 달리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 경기도 자주 뛰어주고, 옆 반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레크레이션 시간도 잘 가져주며 아이들과 함께 즐기곤 한다. 수련활동이라도 가면 다른 선생님들은 사고 예방과 아이들 관리에 신경을 쓰지만 그들은 누가 아이인지 선생인지 구별이 어렵게 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준다. 가끔씩 지나치게 자유스럽지 않나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내심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부족함과 지나침이 아름답게 보여지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한 때, 죽을 때까지 아이들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수업…
2011-04-25 09:35봄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마음을 적시고 있다. 초점을 잃은 채로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텅 비어버린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봄비를 맞는 생명들은 새로운 힘을 얻을 터인데, 그 비를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은 왜 이렇게 허전한 것일까?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하였던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는 봄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빗방울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우 당당 탕 ------.”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복도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놀라서 바라보니, 3학년 어린이들이다. 1교시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다. 다음 시간 공부를 하기 위하여 교실로 향하여 달려가는 소리였다. 힘을 주체하지 못하여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어린이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고 생기를 되찾는다. 내리는 비에 빼앗긴 마음을 추수를 수가 있다. “무엇이 그렇게 신나니?” “공부하는 일이 즐겁잖아요.” 힘없이 물어보는 선생님을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힘을 잃어버리고 있는 선생님이 더 이상하다는 표정이다. 순간순간이 즐겁고 신나는데 무슨 소리냐는
2011-04-25 09:29초등학생이 공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을 택하고, 꿈 많은 청춘 시절 학업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명문대 학생이 목숨을 포기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바늘 구멍만한 취업 문제로 인하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동량들이 극단적인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기성세대와 그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가 아닐런지? 한 석학은 이같은 시대를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 것을 들었다. 학생 자살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학업에 대한 중압감이 가중되고 있는데, 우리의 비뚤어진 교육현실이 자살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되고 있다면 교육정책이나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심도 깊게 분석하여 이에 대한 처방전을 내려야 한다.이를 바라본 전문가들은 이같은 자살 사건은 개인과 가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생 등 10대 초반의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라는 것이 한 연구기관의 보고이다. 서울의 초등학교 5~6학년생 1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0% 정도가 학원수업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 입시의 경쟁이 치열해지
2011-04-25 09:06얼마 전 EBS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일요일 12:30~13:00) 다큐멘터리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스승의 날 프로그램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 준다. 주인공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는데 필자가 작년에 한국교육대상을 받은 경력이 있어 그 후보의 하나가 되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인터뷰 대상은 스승이 아니라 제자라며 제자들 연락처를 알려달란다. 34년 전 초임지 제자 4명을 소개하였다. 전화를 받고 보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만약에 방송이 된다면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스승이라 불리기가 참으로 멋쩍다. 필자 스스로 그냥 학생을 가르치는 평범한 선생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득 머릿속 필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대학을 갓 졸업하고 학군단 짧은 머리의 햇병아리 교사의 언행은 그야말로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어린이, 학교, 교직, 학부모, 교직선배, 지역사회의 실정이 어떠한지 모른 채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철부지 선머슴아였던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초임지에서의 어린이, 학부모, 선배 선생님, 지역사회가 나를 가르치며 성장시켰고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은 44살로 학
2011-04-25 09:04쫓겨난 무덤들 “여보시오. 김 교수, 이거 아주 조그만 성의니 받아 두구려!” 한 사장의 은근하고 사람을 못 견디게 하는 유혹의 손길은 이렇게 뻗쳐 왔습니다. 김 교수는 눈을 지그시 감고서 자존심을 내세워서 자신의 인격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이 재벌과 적당히 손을 잡고서 세상이 돌아가는 데로 흘러가고 말 것인가를 마음 속에서 결정하려 했습니다. 여우 같은 한 사장은 벌써 이런 눈치를 알아차리고서 또다시 손길을 뻗쳐옵니다. “김 교수, 이거 별 뜻이 담긴 것은 아니오. 그 흙단지가 얼마나 값진 것이라고 내가 그걸 욕심내서가 아니고, 다만 나의 이름으로 남기고 싶은 저 익운(새털구름이라는 뜻을 지닌 한 사장의 호이자 자신이 수집한 각종 문화재를 진열하여둔 개인 박물관)에 골고루 갖추어 두고 싶은데, 마침 이곳에서 이런 것이 나왔다니 반가워서 그러는 거라오. 조그만 것이오 받아두구려.” “한 사장님, 저의 사정을 좀 보아주십시오. 사실 저도 전국적인 발표와 이 조그만 항아리의 문화재적 가치만 아니라면, 아예 그냥 드리고 싶습니다. 제 발 40여 년을 쌓아온 학문의 길을 지킬 수 있도록 저를 좀 도와 주십시오.” 김 교수가 사정을 하며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애걸하듯
2011-04-22 15:01언제부턴가 아침에 출근하여 교실 문을 열자마자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다. “얘들아, 바닥에 휴지 줍자.” 3월 초. 아침 조회를 하면서 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교실 바닥 여기저기 뒹구는 휴지와 쓰레기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개의치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였다. 게다가 이런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탓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그건, 지금까지 이런 환경에 모든 아이가 잘 길든 탓이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소리를 죽여 가며 떨어진 휴지를 하나 둘씩 주웠다. 그러나 워낙 쓰레기가 많아 나 혼자 이 일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던 일을 잠깐 멈추게 한 뒤, 우선 자신이 앉아 있는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게 하였다. 아이들은 쓰레기를 주우며 불평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못내 참는 눈치였다. 그 이후로 교실은 쓰레기로 몸살 앓은 일이 거의 없어졌으며 처음에 짜증을 냈던 아이들 또한 쓰레기 줍는 일에 익숙해져 갔다. 아마도 그건 내 잔소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번은 아이들이 버리는 쓰레기와 휴지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 조사해 보았다. 아이들이 버리는 휴지의 종류는…
2011-04-20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