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 째깍! 정각 오후 6시 일선당 서점. 친구를 만나는 것도 남자 친구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사람은 바로 초등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지금은 교감 선생님이 되셨지만 시간만큼 정확히 서점 입구에 서 계신 선생님. 봄맞이 개나리 인사보다도 더 환한 미소로 그간의 안녕함을 물으셨다. 조금 무례할지도 모르는 약속장소를 괜찮다 하시며 반기는 모습에 우리는 영락없는 초등생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오늘 선생님과 만난 것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선생님과 허물없는 만남이 시작된 것은 다 인터넷 동문 찾기 싸이트 덕분. 그해 겨울, 몇몇 동창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기쁨의 자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 오늘. `선생님과 이 영화는 꼭 같이 봐야 한다'는 한 아줌마의 소원 아닌 소원으로 우리는 선생님과 영화관에 함께 앉았다. `천국의 아이들'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된다는 옛말도 잊은 채, 흐르는 눈물과 참을 수 없는 웃음에 정신이 없었다. 남매의 우애가 무척 아름답고 눈물겨운 감동적인 영화였다. 이란의 초등교 생활을 엿보는 동시에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네들의 정서에 선생님과 우리는 흠뻑 빠져들었다. 영화는 끝나고 우리는 선생님과의 새로운 추억을 소중하게…
2001-11-05 00:00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실업계고교 학생을 위한 직업계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실업계고교가 느끼고 있는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직업계열의 도입은 끝없이 위축된 실업계 고교에 회생 가능성을 부여하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직업계열 도입이 가뜩이나 좁은 실업계 졸업생의 활로를 보다 넓게 하여, 다시 말하여 실업계고교가 더 넓은 교육 성과의 배출 창구를 확보하여 중등 직업교육에의 유인가를 높이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게 한다. 그 동안 대입시험제도가 실업계 학생에게 형평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되어 왔다. 실업계 학생을 위한 직업계열이 없기 때문이었다. 인문·자연·예체능 계열의 대입 수능시험에서는 실업계 학생들에게 계열선택의 기회가 없어 이들 계열에 응시하기 위해 파행적 교육이나 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기회 제공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서도 직업계열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업계 고교의 육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기대대로라면 직업계열을 도입하면 실업계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유지하면서 실업계고교 학생들의 대학 진학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대학…
2001-10-29 00:00지난해 7월 7일 문화관광부가 공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외국인들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로마자로 표기된 우리말을 어느 나라 말의 발음을 기준으로 읽어야 할 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데다가 한번 사용된 모음 표기단위의 중복 사용이 우리 모음 소리 21개 중 16개나 돼 오류나 혼란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것은 국제표준화기구가 로마자 표기의 세계적 통일을 위해 각국에 시달한 로마지 표기관련 지침 중 핵심인 `정확한 소릿값 옮김' `표기단위 중복사용 배제' 조항을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새 로마자표기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어를 만국공용어인 영어의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지 않고 이탈리아어(모음)을 기준으로 한 데 있다. 현재 비영어권 외국인들도 해외에서는 영어를 기준으로 로마자 표기를 읽는다는 점에서, 영어권이나 비영어권 사용자 모두를 외면하게 된 꼴이다. 몇 가지 간단한 人·地名을 예로 현 로마자표기법의 오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단군왕검, 을지문덕, 경복궁, 경상도의 로마자표기는 현 규정대로라면 각각 Dan Gun Wang Geom, Eul Ji Mun Deok, Gyeong Bok Gung, Gyeong…
2001-10-29 00:00부족한 초등교사 충원을 위해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려는 교육부 안에 대한 찬반 양론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장들이 초등교사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원론적인 내용이어서 안타깝다. 이에 몇 가지 지적할 게 있다. 첫째, 중초교사 임용후보자의 보수교육 기준이 다른 양성기관과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현재 교대에서는 초등교원 충원을 위해 편입학년 입학정원의 20%내에서 3학년에 편입해 2년 간 70학점을 이수하고 있다. 그런데 중초교사는 1년 간의 보수교육으로 70학점을 이수 시킨 후 자격을 주고 임용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교대 편입과정과의 형평성이 상실된 것이다. 교사 임용 시에도 자격증 구분에 따라 가산 호봉이 부여되므로 교대 편입생은 상대적으로 1년의 손해를 보는 셈이 되므로 형평성을 상실하게 된다. 지난 65년, 지방에서 중등자격 소지자를 초등학교 전임강사로 배치하고 1년 간 현장 경험과 보수교육을 시켜 자격취득 후 정교사로 임명한 선례를 살펴야 한다. 둘째, 보수교육 1년으로 초등교사 전문성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며 필수요건을 이수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보수교육과정은 크게 나누어 교육학, 전공교과 그리고 예체능 실기실습 등으로 볼 수
2001-10-29 00:00교사가 모자라 자격증만 있으면 모두다 기간제 교사로 임용하고도 올해 또 초등교사 4600명을 땜질식으로 메꾼다고 한다. 국민의 정부 최대의 실패작인 정년단축의 부작용에 얼마나 더 시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퇴직수당으로 연금은 바닥나고 교육청은 채무에 시달리게 됐으며 개인연금 부담금은 늘고 연금기득권자에게 절대 피해가 없게 한다던 대통령과 주무장관의 말은 거짓말이 됐다. `깊은 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3년을 앞당겨 물러난 선배 교육자와 현직교사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교단의 정서를 무시한다면 엄청난 민심이반을 가져올 것이다. 전임 교육부장관이 국정 질의 석상에서 정년을 환원하면 이미 퇴출된 교원과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는가 하면, 여당은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추진하는 63세 연장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막겠다는 무책임한 발언만 일삼고 있다. 그러게 처음부터 63세로 했으면 교육자들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지금과 같은 교단의 황폐화도 없었을 것 아닌가.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1년 간의 한시적 유보법을 시행해서 당장 나갈 사람을 붙들어 놓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퇴직한 교사
2001-10-22 00:00성과상여금의 도입배경은 공무원이 1년간 추진한 업무실적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에 따라 인세티브를 줌으로써,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취지로 성과급은 이미 2월말 지급됐지만 교원은 7개월이 훨씬 지난 추석 직전에야 최소한의 차등을 두고 전원에게 지급됐다. 그토록 말도 많던 성과급을 지급 받고 보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도대체 성과급은 도입 취지와는 달리 왜 이렇게 변질되고 시행에 어려움이 있었는가.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제도 도입에 따른 충분한 토의와 합의가 없었던 데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급 평가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성과급은 교사 신분제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면서 성과급 거부 및 반납운동까지 벌였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문제를 파악하고 인내하면서 원활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 한국교총을 포함한 해당 기관의 고충을 이해하고 우선 높이 평가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이번에 성과급은 합의한 대로 최소한의 차등 지급 방향으로 결정돼 전 교원에게 지급됐다. 하지만 일부 학교의 경우 균등 배분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성과급의 근본취지와는 달리 얼마나 시행에…
2001-10-22 00:0016년 만이다. 1985년 꽃다운 나이에 6학년 16반에서 만났던 제자들. 이제는 그 아이들이 29살이다. 모두들 어떤 모습일까? `선생님, 왜 이렇게 뚱뚱해지셨어요?' 많이 변해버린 내 모습에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하며 너스레를 떠는,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 아이들. 다섯 달 전, 인터넷 모임을 처음 만들었다는 명이는 구미에서 올라 온 종선이, 포항에서 온 영신이를 맞으며 평소보다 친구들이 더 나온 건 모두 선생님 덕분이라며 마냥 즐거워했다. 모범생이던 상영이는 이제야 대학 4학년이란다. 유치원, 학원강사 등 여러 일을 하며 세상을 많이 배웠나보다. 폭력이 난무하던 중고교에서 초등교의 평화로움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시골에서 전학 온 종순이는 장래 희망이 농수산부 장관이었는데 지금은 환경 관련 일을 하고 있단다. "선생님이 못 알아보실까봐…"하며 빛 바랜 졸업앨범을 내민다. 유치원 교사가 된 윤희는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늘 강조하시던 역지사지와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 지금도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개구쟁이 현수는 "선생님, 저희가 잘못했을 때 어떤 벌을 주셨는지…
2001-10-22 00:00교원정년 단축안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었다. 그간 IMF 국가 경제 위기 상황을 빙자한 62 세라는 일방적인 잣대로 전체 초·중등 교원의 약 20%인 5만여 명이 강제 또는 명예퇴직으로 교직을 떠났다. 국민의 정부는 여론 몰이와 경제논리에 의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교원을 퇴출시켰다. 그러나 정년단축은 교육의 질을 개선시키고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기는커녕 교육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교원 부족사태를 유발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중등교사자격자를 임용하거나 명예 퇴직한 교원을 기간제 교사로 다시 불러들이고 중등에서는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기간제 교사로 수업을 메우는 등의 땜질식 운영으로 교육에 대한 불신 풍조만 가중시켰다. 결국 부작용만 양산한 실패한 교육개혁이 되고 말았다.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시켜 환원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존심 꺾은 상징 조치 교원정년 단축은 교원의 자존심과 사기를 꺾은 상징적 조치였으며 교권과 교원경시풍조를 야기해 교실 붕괴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교단은 교사간의 이질화로 커다란 고통을 받았다. 교직이 천직이 되려면 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가 믿음과 보람을 가지고 오직 한평생 학생…
2001-10-22 00:00테러(terror)를 국어사전에서는 `온갖 폭력수단을 행사하여 그 상대를 위협하거나 또는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비법적인 행위'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수도 워싱턴과 뉴욕에서 무차별적인 테러를 당해 자국민뿐 아니라 모든 세계인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에서는 6개월만에 전국의 고등학교에 교실 6000개를 만들겠다는 느닷없는 정책으로 인하여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어안이 벙벙하다. 아니 이 정부의 너무나 기습적이고 저돌적인 교육정책의 강행방침에 불안과 함께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 기습적 교실·교원 급조 또 전국 각급 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선진국(OECD) 평균인 35명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향후 3년 이내에 교사 2만3500명을 충원 한다는 그 취지와 의지에 대하여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무슨 군사작전을 하듯 단기간 내에 교실 수천 개를 짓고 말겠다거나,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교육적 고려 없이 정치적 필요와 경제적 논리에만 입각하여 교사정년을 62세로 낮추었다가 교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한 교사들을 다시 불러 기간제 교사로 임용하거나 보수교육을 통한 중등교원 초등임용 혹은 임시교
2001-10-15 00:00"선생니임∼큰일났어요!" 출근하자마자 한 여자아이가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일찍 등교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숨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물어 보았다. 나팔꽃에 물을 주다가 화단에 죽어 있는 참새를 발견한 것이었다. 조금 뒤에 보니 죽은 참새를 둘러싸고 여자아이들 여럿이 모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 오고갈 이야기를 헤아려 보고 있었다. 이제 조금 후엔 누군가의 입에서 틀림없이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전폭적인 동의를 얻게 될 것이다. 이어서 어디에 묻는 것이 좋으냐, 언제 묻느냐,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문제들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은 십자가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절차와 방법이 결정되면 아이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일을 진행할 것이다. 어른들처럼 결정된 일을 번복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 않으리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윽고 한 아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말하자면 장례 위원회의 대표 격인 것이다. "선생님, 참새가 불쌍해요. 저희가 우리 반 화단에 무덤을 만들어 줘도 되
2001-10-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