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가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순전히 예감이다. 내가 아직 중년의 나이에 있고 노년의 나이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종종 그런 예감이 든다.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50대 중반에 들어서이다. 10대적을 회상하여 보는 때가 있다. 사랑과 우정의 숨 막히는 변주곡이라 할까. 꿈과 희망의 시절임엔 틀림없다. 그 꿈과 희망의 행간에 우정과 사랑은 실로 장엄하게 펼쳐졌던 오케스트라였다. 그 시절 나는 우정과 사랑을 앓고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었다. 장차 톨스토이도 될 수 있고 소크라테스도 될 수 있고 프란체스코 같은 성인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세였다. 현실세계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고 오로지 책을 통해서 미래를 조망하고 꿈을 설정하던 미숙한 시절이었다. 이 시절에 맺어진 우정, 좋아했던 이성, 그리고 내가 받아들인 신앙은 내 인생의 귀중한 방향 설정이었다. 그 우정을 바탕으로 전우애, 동료애를 발전시키며 삶의 영역을 확대해왔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이 시절 한 여학생에 대한 짝사랑은 내 낭만적 연애관을 수립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석과도 같았다. 열여섯 살에 입교한 가톨릭 신앙은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판단
2007-06-03 10:19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 그런지 몸이 무거웠습니다. 새벽 세 시 반에 잠이 깨어 그 뒤로 잠을 자지 않은 탓인지 계속 눈이 감기곤 했습니다. 오늘 토요일 오후가 없었더라면 찌든 몸을 보충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놓고 오후에는 편히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몸이 훨씬 가볍습니다. 정신이 훨씬 맑습니다. 마음이 훨씬 가볍습니다. 맑은 정신이라 그런지 생각도 맑은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에 열심히 청소하고 계시는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선생님이십니다. 애들이 한창 등교하는 시간에 현관으로 나가보니 검은 봉지를 들고 운동장 주변과 화단 주변과 학교 전체를 돌면서 휴지를 줍고 계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모든 일에 모범이십니다. 수업하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청소하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선생님들을 이끌어 가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젊은 선생님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그렇다고 승진에 뜻을 두고 계시는 선생님도 아니십니다. 부장도 극구 사양하시는 것을 교감선생님께서 부탁, 부탁해서 거절을 못하시고 맡아주셨습니다. 저는 이 선생님을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이 선생님이야말로 사명을 가지신 분임을 알 수 있
2007-06-02 21:57그토록 그리워하던 봄은 지나갔습니다. 그토록 붙들고 싶은 봄은 지나갔습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많은 그림을 남긴 봄은 지나갔습니다. 많은 꿈을 심어준 봄은 지나갔습니다. 많은 생각을 남긴 봄은 지나갔습니다. 아쉬워 그런지 여름을 알리는 6월 첫날에도 봄의 여운은 남아 있는 듯합니다. 아직 봄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봄은 조금도 미련을 두지 않고 물러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름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여름에게 우리 모두를 맡기고 자신을 내년을 기약하며 숨을 죽입니다. 여름은 봄에게 미안한 듯 아직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때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조급하지 않습니다. 느긋합니다. 언제나 조급증을 내며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저를 꾸짖는 듯합니다. 하루아침에 바꾸지 않으면 안달을 내는 저에게 여유를 갖도록 합니다. 모두가 저같은 성격이 되어 저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저와 같은 성격을 가진 선생님을 좋아하곤 했습니다. 저와 같은 성격의 선생님이 많았으면 하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라는 공동체를 원
2007-06-01 16:58학교 선생님들이나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각종 연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포로로 잡혀온 사람, 둘째는 휴식 목적으로 온 사람, 셋째는 친교 목적으로 온 사람, 마지막으로 적극적 참여를 하고자 온 사람이 그것이다. 부연 설명할 것도 없이, 첫 번째 사람은 상사의 지시나 공문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참석한 경우로 연수 장소에 앉아 있는 일 자체가 지옥처럼 괴로울 것이다. 따라서 강의는 뒷전이고 뒷좌석에 앉아 잠이나 자게 마련이다. 둘째 목적으로 온 사람 역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이용해 격무를 잠시라도 잊고 쉬어볼까 해서 연수를 갔으니 연수를 귀담아 들을 리 없다. 세 번째 친교목적으로 온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와 잠시나마 서로간의 정리를 나눌 수 있어 좋겠지만 목적이 다른 데 있는 만큼 연수 끝나고 나서 친구와 나눌 대포 한잔에 더 생각이 미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강의를 듣는 일에 열심일 수 없다. 가장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경우는, 무언가를 배워가겠다는 확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참여한 네 번째 경우인데 어느 연수를 가 봐도 전체인원의 2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2007-06-01 16:57
보리타작을 시작한 강마을에는 연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기압이 낮은 날이면 빵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누룽지 냄새 같기도 한 매캐한 연기가 온 들을 휘감아 희뿌옇습니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보리밭이 가뭇없이 사라진들판에는 모심기를 한 논이 보입니다. 연초록 어린 모들이 줄을 맞추어 선 무논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참으로 싱그러운 계절입니다. 운동장에는 동아리체육대회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이단뛰기 연습를 하느라 붉어진 은실의 볼이 사과처럼 어여쁩니다. “은실아, 연습은 잘 되니?” “아니예, 집에서 맨날 하는데 잘 안되예!” “선생님도 예전엔 이단뛰기를 잘 했는데!” “한번 해 보이소예.” 은실이의 줄넘기를 받아 몇 번의 이단뛰기를 하니, 어지럽고 숨이 찹니다. “아이고! 나이는 못 속이겠다. 예전에는 50개도 쉽게 했는데....” 은실이는 다섯 개도 못 하고 힘이 들어 하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못믿어 하는 은실이를 뒤로 하고 운동장 주변을 산책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향기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실습지 주변 길가 울타리 사이에 희고 노란 인동꽃이 피어있습니다.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리는
2007-06-01 09:37오늘은 안개가 많이 끼었습니다. 새벽부터 안개가 많았습니다. 안개를 보니 날씨가 더워질 모양입니다. 안개를 보니 날씨가 맑게 개일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안개도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예고자 역할을 단단히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얼마 동안 동대산에 관심이 적었습니다. 아니 관심이 없었습니다. 연휴에다 출장에다 동대산을 볼 수 있는 날이 적은데다가 관심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동대산을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동대산을 잘 볼 수 없었습니다. 운무가 동대산을 가렸습니다. 어느 때보다 볼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혹시 학교에 대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적었거나 식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혹시 초심이 사라지지 않았나 자신을 점검해 봅니다. 평소와 같이 아침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학교에 들어오니 이제 학교 주변이 너무 깨끗합니다. 초록빛 운동장도 깨끗했습니다. 초록빛 나무들도 싱싱했습니다. 운무사이로 비쳐오는 햇살은 더욱 아름답고 찬란했습니다. 많이 변한 학생들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많이 성숙한 주민들의 의식을 보면서 기쁨을 간직하게 됩니다. 교육의 위대한 힘을 새삼 느끼는 아침입니다. 그래도 학생들은…
2007-05-31 08:40한 25년전 쯤 재직하고 있었던 B초등학교에서 여자 배구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나와 또 다른 친구교사와 함께 감독과 코치라는 직함을 가지고 초등학교 여학생 배구를 열심히 지도하였었다. 나는 감독으로 배구부 전체의 살림살이를 맡았었고 친구는 코치를 맡아 모든 배구의 기술적인분야를 지도하였었다. 학교 수업은 오전만 하고 오후에는 근처에 있는 여자 중학교 체육관으로 가서 열심히 노력하였던 결과 소년체전 도 대표팀으로 뽑히게 되어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하게 되었다. 소년체전에서 게임 때마다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고함을 치며 응원을 했던지 체전이 끝나고 1주일이나 목이 아파서 말도 잘 못하고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였던 기억이 생각난다. 엊그제 소년체전이 끝나고 이웃학교인 삼광초등학교가 소년체전에서 초등 농구부 우승을 하였다. 신문에 보도 된데로 허재 감독의 두 아들이 각각 선수로 출전하였던 서울의 용산중과 삼광초등학교가 동반 우승을 하여 화제가 되었지만 이 얘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농구부 우승을 축하하기위해 삼광초등학교에 전화를 하였다. 삼광초등학교의 김현용 교감님은 체육과에 전문가이시며 서울시 용산구 교총회장을 맡아서 수고를 하고 계신데 전화를 받는 목소리를 거의 알아
2007-05-30 22:23어제는 안동에 있었습니다. 복싱 결승을 앞두고 시간이 남아 일행과 함께 도산서원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가니 이황 선생님의 자취를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만 특히 가슴에 와닿는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황 선생님의 학문에 대한 변치 않는 의지였습니다. 전시관에 들어가 이황 선생님의 처음과 나중을 접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소개한 내용들을 꼼꼼하게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분의 도산십이곡의 하나인 “靑山(청산)은 엇뎨하야 萬古(만고)애 프르르며, /流水(유수)는 엇뎨하야 晝夜(주야)애 긋디 아니난고?/우리도 그치디 마라 萬古常靑(만고 상청)호리라./”라는 시구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영원히 푸른 산과 그치지 않는 물을 보고는 자신도 흐르는 물처럼, 도산서원을 둘러싼 초록빛 산처럼 언제나 푸르게 살겠다고 노래한 것을 보고서 일행과 돌아오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황 선생님께서 물처럼 그치지 않고 산처럼 항상 푸르겠다고 한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하면서 문제를 던지기도 하고 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치 좋은 자연 속에서 자연을 노래하며
2007-05-30 12:35신록의 계절 ! 오월이 넘어가고 있다. 오월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하는 달도 없는 것 같다. 나라의 미래요. 꿈과 희망을 품고 하늘향해 튼튼하게 자라는 어린이를 위하는 어린이날, 낳아서 길러주신 어버이를 생각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어버이날, 올바른 삶을 살아가도록 지식과 인성의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을 생각하는 스승의 날, 만20세가 되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식을 치러주는 성년의 날, 둘이 하나가 되어 일심동체로 살아가는 부부의 날 이 모두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오월에 있어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는 달이다. 가을운동회라고 불리던 초등학교 운동회도 가정의 달인 오월에 하는 학교가 늘어만 가고 있다. 오랜만에 부모 곁을 떠나 2박3일의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어린이들의 부푼가슴은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가려한다. 오월은 다양한 지역 축제도 많이 열려서 가족끼리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갖는다. 선남선녀가 만나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도 많은 계절이다. 영산홍 꽃길을 지나 연초록의 신록이 우거진 숲길을 걸으면 가슴속으로 호흡되는 맑고 신선한 공기가 삶의 축복을 느끼게 하는 너무 아름다운 계절이다. 나의 어린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가
2007-05-29 21:57
비가 오려나 봅니다. 오후엔 온몸이 저려오고 눅눅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더운 기운과 습기가 겹치니 불쾌지수가 높아졌나 봅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려고 하는 찰나, 2학년 반장 경건이가 뛰어 옵니다. 싸움이 났다고요. 정신없이 한 달음에 이층 교실로 달려가니,아이 둘이벌겋게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온 반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나에게 상황을 그대로 재연을 하여 보여줍니다. 왜 싸웠는지 알아보니, 한 아이가칠판에누구 마음에 속에 어떤 여자아이 누구가 있다. 이런 내용을 썼다고 합니다.(웃기게 영어로 썼다나요. in 어쩌구 하면서...) 그래서 그것을 보고 화가 나서 분필로 썬 내용을 막 지웠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옆에서 참견을 하면서 뭐라고들 하니 녀석은 속이 상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내가 칠판에 글을 써서 사태를 이렇게 만든 녀석에게 야단을 치니, 자기만 야단친다고 눈을 흘기고 울려고 합니다.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고 무섭게 야단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막 소릴치며 웁니다.약간의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아이입니다. 선생님이 고함을 지르니, 무섭다고 울어버립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친구들이 싸워서 선생님 화가 났다고 이야기를 하고 울지말라고…
2007-05-29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