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귀가하니 우편함 뚜껑에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받는 사람이 명시되어 있고 보낸 사람은 국세청이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혹시 내가 내야할 세금을 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 동안 공직생활하면서, 또 은퇴 후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 왔다. 국세청하면 권력기관이다. 세무조사라고 하면 대기업도 벌벌 떤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답답한 마음에 안내문에 적힌 담당집배원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집배원은 내용물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보낸 사람이 겉봉투에 있는 국세청이라는 것만 안다. 이튿날 재방문 시간을 확인하고 부재 시 경비실에 맡겨 놓도록 부탁했다. 드디어 등기우편을 보았다. 마음을 졸이면서 봉투를 개봉한다. 보내는 사람이 수원세무서장이고 등기 내용은 국세환급금 통지서다. ‘휴….’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표정이 밝아진다. 내가 우리 집 우편함을 보면 덜컥 겁이 나는 것이 있다. 발신자가 경찰서, 검찰청, 시청, 구청 등 주로 관공서에서 보낸 것이다. 경찰서는 교통위반 통지서이고 시청이나 구청은 세금납부서, 고지서다. 검찰청은 무슨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인데 아직 받아본 적은 없다. 공무원은 스스로 국민의 공복이라 하는데 국민
2018-02-22 13:15설날 연휴에 가족과 함께 전통시장을 찾았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언제 보아도 활기차고 생동감이 있어 좋다. 특히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욕을 불태울 수 있어 좋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리포터는 한 식당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간판에 써 붙인 차림표에서 맞춤법에 어긋난 글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로 '육계장'이란 단어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렇듯 잘 못 쓴 집이 한두 집이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육계장’은 ‘육개장’이 맞는 표현이다. 육개장은 쇠고기를 삶아서 결대로 뜯어 고사리를 비롯해 갖은 양념을 하여 얼큰하게 끓여낸 국으로 원래는 개장국에서 온 말이다. 옛날의 ‘개장’이란, 개고기를 끓인 탕(오늘날의 보신탕)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개장은 주로 하층민이 먹던 음식이었기에 지체 높은 양반들은 개고기 먹기를 꺼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개장국에 쇠고기를 넣어 국을 끓였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육개장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육개장을 육계장이라고 혼동하는 이유는 아마도 식당에서 육개장에 계란을 풀어주기 때문에 닭을 연상하여 ‘계’라고 쓰거나 아니면 일부 식당에서 육개장에 닭고기를 넣기 때문에 ‘닭계장’이라
2018-02-19 09:30평창 동계 올림픽이 감동을 주고 있다. 개막식에서 하늘을 누비던 드론이 오륜기 모양을 그렸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다. 남북 동시 입장과 여자 하키 단일팀 등 뉴스거리도 풍성하다. 각 경기에서도 선수들은 능력 이상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 설상 최초의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아이언맨 윤성빈은 설날 아침을 들뜨게 했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아이언맨을 연상하게 하는 안전모를 눌러 쓰고 썰매를 타는 장면이 듬직했다.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종목에서 윤성빈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했다. 1~4차 주행 합계 3분20초55를 기록했다. 0.001초를 다투는 경기에서 1.63초 차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였다. 아시아 선수가 썰매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라니 윤 선수의 능력을 느낄만하다. 이런 감동 장면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 덕택이다. 실제로 텔레비전의 발달로 올림픽의 인지도가 급격히 향상되었다. 지구촌 전체에 중계되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올림픽 경기를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송 중계권 및 광고 수입 등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텔레비전 방송은 올림픽을 재미있고
2018-02-19 09:29어느새 2학기 생활기록부 마감 철이 다가왔다. 고등학교 담임들은 이맘때가 되면 가장 바쁘다. 무려 10개 항목에 달하는 생기부를 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활동이나 진로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은 아이들이 그동안 적어낸 감상문을 토대로 나름대로 정리해서 넣을 수 있다지만, 담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다. 1년 동안 담임을 하면서 40명이 넘는 학생 개개인을 자세히 관찰한 누가기록을 근거로 적어도 일천자 정도를 써 줘야하는 것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대학 측에서 따로 추천서를 받지 않고 이것만 가지고 추천서를 대신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니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반 아이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자기 귀여움은 자기가 받는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언제 보아도 예뻐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멀리에 있다가도 뛰어와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 담임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줍는 아이, 단체 활동 때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는 아이, 지각이나 결석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교칙을 준수하는 아이, 항상 교복을 단정하게 입는 아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
2018-02-19 09:27정녕 상호 호혜적인 한ㆍ일 관계는 요원한 것인가? 근래 위안부 합의 논란으로 한일 관계가 극심하게 벌어져 가는 가운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또 다시 재현됐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은 고교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전자정부 종합창구'에 고시(告示)했다. 일본의 고시안은 여론수렴 작업을 거쳐 문부과학상이 관보에 고시하면 최종 확정된다. 말이 여론 수렴이지 확정적인 것이다. 이 개정안은 고교 역사총합(종합)과 지리총합, 공공 과목에서 "다케시마(죽도ㆍ竹島·일본에서 부르는 독도의 명칭)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조어도ㆍ釣魚島)열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했다. 이는 한ㆍ일, 중ㆍ일 관계를 명시적으로 왜곡토록 강요한 교과서 오도(誤導) 행정이다.최근 일본 정부가 초ㆍ중에 이어 고교에서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영토 왜곡 교육을 실행토록 하는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같은 중요한 교육 정책 지표다. 일본에서의 법적 구속력은 절대적이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은 교과서 집필과 검정의 법적 근거이기도 하다. 2009년에 개정된 종전 고교학습지도요
2018-02-19 09:262021학년도 대학입학수능시험 국어 과목에서 문법 분야 출제가 안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2018학년도 고1부터 시작하고, 이들이 시험을 보는 2021학년도에 현재 수능체제로 실시하면 시험 범위에 대한 조절 때문이다.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과목은 국어Ⅰ, 국어Ⅱ, 화법과작문, 독서와문법, 문학, 고전이었다. 이 중에서 시험 범위에 제시된 과목이 ‘화법과작문, 독서와문법, 문학’이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과목이 달라졌다. ‘국어, 화법과작문, 독서, 언어와매체, 문학’ 그리고 진로 선택 과목으로 ‘실용 국어, 심화 국어, 고전 읽기’이 있다. 이 중에 진로 선택 과목은 시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선택이 늘었다. 교육부는 2021 수능 시험에서도 세 과목을 유지해야 하는 잣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어와매체’ 과목을 제외하려는 의도를 갖고 설문 조사를 했다.‘언어와매체’ 과목은 과거의 ‘문법’ 과목이다. 과목명에서의 ‘언어’는 사실상 ‘문법’을 의미한다. 이 과목이 형식상으로는 신설과목이지만, 기존 ‘독서와 문법’에서 문법 파트가 분리되어 나온 것이다.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은 인문학적 소양…
2018-02-13 11:43한국에서 저출산ㆍ고령화의 문제와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생과 생산가능 연령층 감소가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졸업 시즌이고 신입생 예비 소집 및 입학식을 앞둔 요즘의 학생수 급감이 화두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등의 자료에 의하면 2017학년도 졸업식을 못한 학교, 2018학년도 입학식을 못하게 된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졸업생과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안타까운 학교다. 특히 농·어(도서)·산촌ㆍ벽지 등 지역이 많은 시도가 더욱 심하다. 접적지구인 경기도 대성동초등학교의 올 졸업생 4명 보도는 그래도 다행인 편이다. 더러는 학생수가 감소한 학생수를 늘리고자 할머니들을 정규 학생('할머니 학생')으로 입학시켜서 정원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학교의 모습도 안쓰럽다. 이제 전국 각 시ㆍ도의 농·어(도서)·산촌ㆍ벽지 지역의 관공서, 공공기관, 식당, 공공 게시물대 등에 ‘학생 모집, 장학금 지원, 차량 지원’ 등의 현수막, 프랑카드 등의 쉽게 볼 수 있다. 학생 증원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졸업식 2017학년도, 입학식 2018학년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55개교가 신입생이 전무하고, 1명뿐인 학교도 59개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도서, 벽지와 산
2018-02-13 11:39공부할수록 공부할 게 많고, 공부하지 않을수록 공부할 게 없어지는 법 최고의 자리, 공부만이 답이다 노년의 공부, 어둠 밝히는 촛불 한국의 지하철 풍경은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누군가, 아니면 그 무엇과의 소통을 하기 위하여 열심인 모습이다. 아마도 이런 집중하는 모습으로 공부를 했다면 미래가 달라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의 지하철 안에는 책을 든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같은 모습은 작은 것 같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많은 사람들은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공부와는 담을 쌓는다. 그 이유를 물으니 공부가 별로 재미도 없고 효용성도 없는 공부에 넌덜머리가 나기 때문이란다. 또, 누군가 공부하는지 안 하는지 평가하지도 않고, 몇 년 책을 읽지 않는다고 겉으로 표가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늘어놓는다.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이런 차이가 겉으로 드러나 성인이 될 때쯤이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다.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계속 깨뜨려 나가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점검하고 보다 더 깊이…
2018-02-13 11:38얼마 전 열린 전북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친구같이 지내던 G고 재직때 동료를 만났다. 문인 행사장에서 비문인을 만난게 너무 뜻밖이라 되게 반가웠다. 한편으론 나의 수상때 그가 오지 않은 사실이 떠올랐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오후엔 어느 출판기념회에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나의 회갑을 겸한 출판기념회에도 그가 오지 않은 사실이 떠올랐다. 그의 애경사에 빠짐없이 조문하거나 축하해주었던 나로선 좀 의아스러운 불참이었다. 내심 서운하고 괘씸했지만, 딴은 교원들이 보기에 출판기념회는 애경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애경사는 결국 품앗이인데 같은 내용으로 그럴 일이 거의 없을테니까. 그래서 서운하고 괘씸한 생각은 지워버렸다. 이후 만나 밥도 먹었다. 하긴 동료 얘기를 할 것도 없다. 고3부터 친구였던 K는 나의 회갑을 겸한 출판기념회에 무단으로 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 해 가형이 출마한 20대 국회의원 선거때는 연락이 왔다. 후원금 좀 낼테니 선거사무실에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1년 전 일이라지만, K는 내 출판기념회 불참에 대해선 미안하다커니 따위 일언반구도 없었다. 어쨌든 친구같이 지내던 G고 동료가 간다고 한 출판기념회 주인공은
2018-02-09 15:39'학생중심'이라는 시장 개념 도입으로 교육 황폐화 초래 지금 우리 사회는 지식생태계가 인공지능으로 바뀌는 전환기에 서 있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과 경쟁을 하면서도 절대 필요한 것이 힘이다. 이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핵심을 보면서 이 힘을 길러내는 교육현장의 모습을 정책 설계 담당자들은 잘 살펴보고 분석하여 정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특히, 평생의 꿈을 설정하고 방향을 잡아야 할 중학교 과정에서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장학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중학과정은 대학으로 가는 기초과정에 속한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중학교에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정규수업을 이끌어 갈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모르기에 대학 진학시 교사의 추천서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행제도 이뤄지고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과 생활기록부, 교사의 추천서는 교사와 학생간의 학습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오늘날의 학교는 과거와 달리인간사회를 이끌어 갈 예의를 중시하는 사회적 질서감이 무너지면서 자신의 점수와 상관이 없는 것이라면 교사의 지도도 거부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교사 또한 민주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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