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선배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특별히 무슨 용건이 있냐고 묻었다. "전 교감, 나 내년에 학교를 옮겨야 하는데 자네 학교에 근속만기로 이동해 가는 사람이 있어 자리가 하나가 빈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선배님께서 저희 학교에 오신다면 대환영이지요." "근데~. 나 부탁이 하나 있어. 이젠 나이를 먹다 보니 힘든 일은 못하겠더라구. 담임이나 부장 역할 맡지 않고 수업이나 조금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게." 기분이 좋다 말고 금세 떨떠름해지기 시작했다. 선배님이니까 가급적이면 개인적 형편도 고려해주고 나이도 드신 만큼 학교 이동에 따른 불편함 없도록 도와주어야겠지만 아직 인사이동되기도 전에 젊은 후배 교감한테 부탁한다는 것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선배님. 그건 좀....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 담임을 안하려는 통에 학년초만 되면 골머리를 앓는 것이 요즘 학교 실정인데 새로 오신 분들마저 어려운 일은 안 할 속셈으로 오시면 학교로서 정말 괴롭습니다." "아, 전 교감. 나는 그냥 서로 아는 처지고 그래서 부탁한 것인데....안 된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죄송합니다." 어색하게…
2006-12-15 09:35공무원시험이나 교원임용시험등에서 어떤 강사가 문제출제경험이 있다면 특강비를 내더라도 그 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수험생들이 구름같이 모여든다. 정규강의가 아니고 약간의 시간을 내서 실시하는 특강일지라고 수험생들의 관심도는 매우높게 마련이다. 혹시 시험과 관련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이다. 또한 수능출제위원을 지낸 교수나 교사가 주변에 있을 경우 인기는 상한가이다. 2008학년도 입시때부터는 내신성적과 논술의 비중이 매우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지금의 수능위주에서 내신이 더욱더 중요시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내신이 별다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따라 내신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요즈음 학생들로부터 출제위원이 무색할 정도로 학교수업을 소홀히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학교수업을 잘 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그것은 학교시험을 출제하는 것은 해당학교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즉 교사들이 바로 학생들의 대학진학을 결정짓는 정규고사의 출제위원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출제위원들이 특강도 아니고 정규수
2006-12-15 07:461년을 마감하며 추수를 앞둔 요즈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르고 있다. 정규 수업 후에 '방과후학교'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나면 금방 4시가 되고 밀린 공문서 처리에 교실 청소를 끝내면 퇴근 시간이다. 1학년 담임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문자 해득'임을 생각하면 마음이 바쁘다. 20명 중에서 떠듬떠듬 글을 깨치는 아이들이 있으니 날마다 남겨 놓고 일대 일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 아이들이다. 그나마 그 아이들은 대부분 한부모가정이거나 조부모 밑에서 사는 아이들이니, 집에서는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이미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교우관계나 사회성을 길러주고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자세를 습관들이는 것만으로 버거웠었다.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때문에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 한부모가 있다 하더라도 시골에 보내진 채 무관심과 방치 속에 몇 년을 살아온 아이들이다. 심지어는 1년 동안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집에 가면 글씨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조부모 슬하에서 유치원 과정까지 마쳤어도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쓰고 1학년에 들어온 아이들까지 있었다. 1학년 과정에서 글을 깨우치지
2006-12-14 18:17며칠 전의 일이다. 어떤 학부모가 매우 흥분한 상태로 전화를 걸어 왔다. 요점은 시내 모 중학교의 K선생님을 징계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고 하자, 그는 더욱 흥분하여 사설을 늘어놓았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렇게 교사가 권위적으로 말할 수 있으며, 학부모를 무시하는 말투로 감히 반말을 할 수 있느냐?”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목소리는 시들어질 줄 몰랐다. 출근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각에 이런 전화를 받게 되니 나도 적이 당황스러웠다. 대체 또 무슨 사건이 난 것일까. 필시 무슨 오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학부모의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자신의 아이가 그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괜히 장난치고 건들면서 시비를 걸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의 이런 불만에 대하여 부모로서 는 많은 걱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 전화를 걸어 그 실태를 아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선생님은 대뜸 ‘용건이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간단하게 말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학부모는 심한 모욕감과 무시를 당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학교 선생님이 학부모의 고
2006-12-14 15:36sbs 뉴스에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과 담배를 사다주는 어른들이 나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냄새 배는 걸 막는다며 젓가락으로 집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더구나 ‘피우다가 맛없어서 그냥 끊으려고 약한 걸로 했다. 담배를 피우다가 걸린 적이 없다. 부모님이 모범생인 줄 알고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갖춰야 할 순진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담배를 구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이 노숙자에게 접근해 신호를 보낸다. 아이들이 돈을 건네자 노숙자가 담배를 사러간다. 노숙자는 사온 담배를 아이들에게 건네주고 심부름 값으로 천원을 챙긴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어른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천원 먹는 거야. 뭐 나만 사줘?’라고 항변하는 노숙자의 모습이 왠지 측은하다. 그런 자세로 그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운다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6학년 담임의 얘기로는 부모까지 아이의 흡연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으면서도 청소년의 흡연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던 터라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게 새로운 사실이 아니란
2006-12-14 15:34태어나자마자 돌잔치 예약, 주민번호 나오면 어린이집 대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각종 학원수강, 중ㆍ고생이 되면 입학정보를 얻기 위한 설명회 등에 부모들이 줄서기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자녀 양육의 기본은 줄서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니 우스운 세상이다. 평균출산율 1.08명의 저출산 시대를 맞았다. 자녀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그만큼 자식 키우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들은 자녀 양육의 짐이 오히려 무거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사랑 유별난 것과 교육열 높은 것은 알아줘야 한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마음이 같다. 내 자식에게만은 무엇이든지 더 잘해주고 싶어 하고,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보니 가만히 내버려두면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다. 그렇게 급박한 일이 아니건만 모든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같이 느껴진다. 혹 너무 유난떠는 것이 아닌가를 생각하게 되더라도 주변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나만 앞세우는 개인주의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부모들의 양육 경쟁을 점점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이 더 바쁘고, 부모들이 더 몸달아하는 외둥이 양육방식을 탓하기도 어렵다
2006-12-14 11:24학교에서 식중독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조사가 집중되는 것이 바로 역학조사이다. 역학조사는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역학적 특성을 밝히는 일로 이를 토대로 합리적 방역 대책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식중독 사고에서 역학조사를 하는 이유이다. 즉 합리적인 방역대책을 세우고 향후에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역학조사인 것이다. 이렇게 역학조사를 실시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본다. 역학조사를 실시하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오염이 되어 사고가 발생했는지 원인규명이 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매번 세우지만 식중독 사고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쨌든 학교급식시에 위생관리가 철저히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식재료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중독 사고를 100%예방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에 학교급식법이 통과되면서 앞으로는 직영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탁급식과 급식사고의 인과관계가 검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막연히 위탁급식으로 인해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특히 중, 고등학교에서 급식사고가 많은 것도 이해가 잘 안가는 대목
2006-12-14 08:56오늘은 울산광역시 고입시험을 치른 날입니다. 우리학교는 대입과 마찬가지로 고사장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고사장이 대입수능처럼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만 고사장으로 지정되어 시험을 쳤습니다. 대입 이후 또 한 번 고입업무로 인해 전 선생님께서 고생을 하셨습니다. 특히 고입 준비를 하시는 교무운영부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기획선생님, 주무선생님께서는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대입수능 때와 마찬가지로 긴장이 되어서인지 새벽 세 시 반에 잠이 깨었습니다. 그 이후 교육청에서 문제지를 수령해서 고입진행책임자이신 장학사님과 함께 경찰차의 호송 하에 두 대의 차로 문제를 싣고 학교에 왔습니다. 문제지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다시 문제지를 봉하고, OMR카드 봉투 매수 여부도 확인해 교육청에 보고를 하고 일을 마무리해놓고 학교에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장학사님, 두 경찰관님과 담당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선생님께서 속속 교무실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준비한 빵과 우유를 가지고 가셔서 식사를 하시더군요.예정된 시간에 맞춰 하나도 차질 없이 세 시간의 고입시험에 들어갔습니다. 고입 때
2006-12-13 18:35요즈음 며칠 잠잠하다 싶더니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이 닭에서 메추리로 슬슬 번지는 모양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면 조류 인플루엔자(가금 인플루엔자라고도 함)는 닭·오리 등의 가금류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감염된 조류의 콧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대변 등에 접촉한 조류들이 다시 감염되는 형태로 전파되고, 특히 철새들에 의해 많이 전파된다고 나와 있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병원성으로 구분되며,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는 우리나라에서 법정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닭은 특히 감수성이 커서 감염되면 80% 이상이 호흡곤란으로 폐사한다고 나와 있다. 이렇게 무서운 AI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교육문제와 유사점이 있어서 몇 자 쓰고자 한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AI 사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발생하면 연례행사로 대규모 살처분이 이루어진다. 언론과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고,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정부관계자와 학자들의 말과 함께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의 시식 행사가 이어지는 소동이 뒤따른다. 경중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입시위주의
2006-12-13 18:34주말 저녁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컴퓨터를 끼고 살아야 한다. 도교육청에서 논술 첨삭위원으로 위촉받아 매주 두세 명의 아이들 글을 다듬어줘야 한다. 늘 그렇듯 컴퓨터를 켜고 메일부터 확인했다. 첨삭을 해준 학생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을 활용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확인창을 누르자 벌써 서너 개의 편지가 쌓여 있었다. 굴비처럼 엮인 발신인 명단 가운데서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영호예요. 매일 뵙지만 막상 편지를 쓰려니 쑥스럽네요. 그렇지만 꼭 상의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우리 반의 꽃미남 영호의 사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해서는 안 되는데…. 선생님, 저 기타 배우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혼날 것 같고….” 담임 경력이 십수 년쯤 되면 학생들을 처음 만날 때 직감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아이를 알 수 있다. 대개 그런 아이는 반항적 기질로 똘똘 뭉친 경우가 많다. 영호가 그런 녀석이었다. 야생마같던 영호를 순한 양으로 길들이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와~우리 영호 멋있는데. 이렇게 머리도 짧게 자르고 복장도 단정하고 더군다나 수업 태도까지 좋아졌으니 말이야.” 경험상, 아이에게 조
2006-12-13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