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라 전체 학부모가 참석하는 총회가 있었다. 직원들에게 작년에는 여러 명 참석했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회의가 시작되기 전만해도 과연 몇 사람이나 참석할 것인지 의문이 갔었다. 내가 몇 사람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 지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회의를 알리는 안내장을 부모님들이 확인한 상태였고, 7학급 전교생의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시급한 교육현안과 학부모회 운영방안을 상의하는 첫 회의라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참석여부를 알아봐야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참석 못하는 이유를 얘기하는 아이들 중 두 명의 아이가 짜증스럽게 던진 말이 교사인 내 자신을 당혹스럽게 했다. “안내장, 엄마가 휴지통에 버리라고 했어요.” “우리 엄마는 그런대 참석 안한대요.” 학부모에게 보낸 안내장에 써있듯 참석을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행사 준비에 참고하기 위해 해 몇 분이나 참석할지 미리 알아보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전한 부모의 반응에는 교육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그대로 들어났다. “참석 하고 안하고는 부모님이 결정하는 거예요.” “부모님이 참석 안한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학교를 불신하는 학부모의 자녀를 교육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익히 잘…
2006-03-26 08:21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간섭해야 속이 풀리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하고,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놀고먹으면서 손이나 자주 벌리는 자식을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헬리콥터 부모나 캥거루족이나 둘 다 못마땅해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말로는 그런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게 부모와 자식의 천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부모와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3학년을 맡았다. 며칠 전,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전교가 대청소를 했다. 학교에 부임하던 첫날 왠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할 일도 많았다. 그런데 청소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소란만 피웠다. 오히려 더 어지럽힌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어떤 일이건 몸에 밴 행동을 통제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아이들을 하교시킨 후 아예 나 혼자 청소를 하기로 했다. 잔심부름 해줄 몇 명의 아이들과 교실 구석에 놓여있는 물
2006-03-24 23:06
새로운 아이들과 만난지 4주가 되었다. 한 명, 한 명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의 성격을 파악한 상태이다. 우리 학급에 멋지게 생긴 얼굴에 깔끔한 용모를 한 Y란 남자아이가 있다. 벌써 두 번이나 울었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깨를 들먹거릴 정도로 흐느껴 울곤 하였다. 그런데 우는 동기를 보면 그다지 이유가 될만한 것이 아니어서 Y가 어떤 성격의 어린이일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Y가 울었던 두 번의 일을 소개하면, 한 번은 쉬는 시간에 어떤 아이가 손으로 Y의 목 부분을 툭 치게 되었는데 아프냐고 물으니 아프지 않다고 하면서 한참동안 울었고 또 한 번은 급식시간에 소시지 튀김 배식을 받았는데 앞에 서있던 아이가 잘못하여 자기 식판에서 튀김이 떨어졌다고 우는 것이었다. 선생님 것을 줄테니 울지 말라고 하여도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며 어깨를 들먹이며 점점 더 슬프게 우는 것이 아닌가? 오늘 그 울만한 이유를 알게 된 일이 있었다. 둘째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잠깐 내려간 사이, 몇 명의 아이들이 교무실에 쪼르르 와서. “선생님, Y할머니께서 오셨어요.”하여 얼른 교실로 가보니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가방을 어깨에…
2006-03-24 10:50
"1학년 친구들, 일찍 와서 책을 보니 참 예뻐요." "선생님은 책을 보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우리 같이 책을 볼까요?" "예, 선생님!" 아침 8시가 되면 교실 문을 여는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꼬마들이 벌써 여럿입니다. 우리 학교는 아침 독서 시간을 '사제독서'의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년 중 가장 바쁜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 곁에서 책을 펴놓고 독서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바쁜 공문서를 처리하거나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마저도 포기하고 용기를 내어 책을 폈습니다. 내가 일을 하며 조용히 책을 보자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잘 따르지 않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오늘부터는 아예 다른 일은 다 던지고 아이들처럼 책을 폈습니다. 발소리를 줄여가며 등교하는 아이들과 조용히 눈인사를 하고 책을 꺼내고 읽을 때까지 곁에 가서 책을 읽고 서 있는 나를 보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목소리를 줄입니다. 40분 가까이 책을 보는 동안 몇몇 아이들은 힘들어서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화장실 타령을 하지만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을 눈치로 압니다. 아직 글씨를 다 깨치지 못한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구경하지만 그래도 책 구경에 그치는 한이 있어
2006-03-23 20:37
충남 보령 오천초등학교(교장 한상윤)는 매주 3시간씩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아침자습 시간에 독서를 하는 것이고, 한번은 재량시간에 도서실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고, 또 한 번은 국어시간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은 1학년이 독서 하는 날입니다. 1학년 친구들은 브라우징 코너를 좋아합니다. 등을 기대고 편히 앉거나 카펫이 깔린 바닥에 엎드려 읽을 수 있어서입니다.
2006-03-23 15:20
"1학년 친구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지요?" "예, 선생님. 학부모 총회가 있어요." "그럼, 자기 식구들이 오신다고 한 어린이는 손을 들어볼까요?" 며칠 전부터 예고된 학부모 총회를 독려하기 위해 말귀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1학년 아이들에게 별점을 많이 주겠노라고 광고를 한 탓인지 아이들의 반응이 컸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창밖을 기웃거리는 아이들의 표정이 여러 가지였습니다. "선생님, 아빠에게 전화해 주세요."를 연발하며 공부보다는 나를 조르던 고은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별을 10개나 줄 거라고 말했더니 아빠가 꼭 오셔야 한다며 오전내내 나를 조르던 고은이를 겨우 달래서 점심을 먹였습니다. 부모님이 바쁘신 영민이는 오늘따라 유난히 골을 내고 악을 지르며 점심까지 설치며 내 속을 태웠습니다. 아마도 집안 식구가 아무도 오시지 않아서 화가 단단히 났던 것입니다. 날마다 자기 별점을 손가락으로 세어 보며 알림장 사인도, 학습지도 꼼꼼하게 도장을 받아오는 영민이였으니 다른 친구들보다 동그라미 스티커를 받을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달랬습니다. "영민아, 선생님도 학부모 총회에 한 번도 가지 못해서 항상 자식들에게 미안했단
2006-03-22 21:15
사람은 큰 것에도 감동하지만 작은 배려에 감격하기도 한다. 그 학교를 떠난 사람에 대한 전임지 학교에서의 베품, 흔치 않은 일이기에 더욱 그런가 보다. '익일 특급'이라는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지는 전임지인 송호중학교. 과연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바로 학사력(學事歷)과 편지 한 통. 그 학사력은 전임지에서 발령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학사일정과 절기 등 교정을 보고 월별 사진, 명언 등을 최종 선택, 아이디어까지 넣어 애정을 기울인 작품이다. 틈틈이 찍은 행사 사진과 사계절 학교 풍경은 학교 홈페이지에도 탑재하여 학교 역사를 만들었다. 그 학사력이 오늘 도착한 것이다. 우리 학교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이 그것을 보더니 부러워 한다. 전임지에서 그것을 만든 것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것이었다. 1년을 내다 보고 미리 준비하는 태도를 길러 주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도 좋아 해마다 만들어 달라고 건의까지 들어올 정도였다. 내가 감동한 것은 사실 그 학사력 때문이 아니다. 함께 봉투속에 들어가 있던 편지 한 통 때문이다. 편지까지 동봉한 그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탄한 것이다. 이제 나도 본 받아 실천하고자 한다. 아래에 편지 내용을 소
2006-03-22 09:15
"장옥순 선생님이세요?" "저는 000인데 기억하시겠어요?" "그럼, 기억하고말고 24년이 지났지만 잊지 않았지." "어젯밤 꿈에 선생님을 보아서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려서 전화를 드립니다. 너무 오랜만에 연락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 "아니야, 참 반갑고 고마워!" 이젠 30대 중반이 된 제자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면서 공직자로 살아가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제자입니다. 교단 3년차를 맞으며 가르쳤던 6학년 소녀는 이제 인생의 중반을 향해가며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친구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헀던 소녀는 자취 생활을 하던 내 방을 생쥐처럼 밤마다 찾아와 책을 읽고 친구처럼 지냈던 제자입니다. 2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제일처럼 눈에 밟히는 자취방에서 소녀와 함께 끓여 먹던 라면, 밤늦도록 한 이불 속에 발을 집어넣고 장난질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철없던 초보 선생은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낸 교실의 시간도 부족해서 퇴근도 같이 하고 밤에는 내 자취방으로 모여 책을 읽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깔깔 댔던 시간들. 그 때보다 훨씬 시설이 좋아지고 자동화된 교실이지만 그 때보다 더
2006-03-22 09:14
충남 보령 오천초등학교(교장 한상윤)는 아침에 8시 30분 부터 9시까지 독서를 합니다. 자칫 학생들만 독서를 하고 선생님들은 독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장선생님께서는 행정실을 비롯한 전 교직원이 매일 아침 10분간 필히 독서를 하도록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우선 동화책을 모았습니다. 집에서 다 읽고 난 동화책을 가져오도록 하였는데 협조를 잘 해 주어서 동화책을 많이 모았습니다. 그리고 1주에 두번 학교 도서관을 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앞으로는 작년에 지은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할 것입니다. 또한 독서 급수제를 실시하는데 80권 이상 읽으면 1급, 70권 이상 읽으면 2급, 60권이상은 3급, 이렇게 급수 상을 타게 됩니다. 우리 1학년 들은 하루에 30권을 읽었다느니 40권을 읽었다느니 의욕이 대단합니다. 책읽는 모습을 지켜 보려니까 11명중 9명은 글자를 알고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두명만 문자 해득을 시키면 되니 금년 1학년은 영리하고 똑똑한 애들만 모였나 봅니다. 글자를 모르는 친구들은 그림을 보면 되니까 책 보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독서를 하는 생활이 습관이 되어 갑니다.
2006-03-21 15:20
학년 초가 되면 모든 학교에서 어린이회를 조직하고 회장 부회장을 선출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지난 10일 오후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함과 기표대를 빌려서 어린이회장을 뽑는 선거를 실시하였는데 입후보자로 등록한 어린이가 모두 여학생뿐이었다. 4학년이상 남자와 여자의 성비는 비슷한데도 남자 어린이들은 아예 한 명도 입후보자로 등록을 하지 않아 여자어린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의 학교는 아직 비교해 보지 못하였으나 대체적으로 여자어린이회장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본교의 지난해 어린이 회장도 역시 여자어린이였다고 한다. 도시지역도 아닌 면소재지 농촌학교에도 여자어린이들이 어린이회 임원으로 선출되고 있어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우위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농경사회에서 힘이 우위인 남성들이 지배하던 사회는 산업사회까지도 이어졌지만 정보사회에서는 힘보다는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들이 각광을 받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현상에서 찾아봐야 할 것인가? 어린이들 세계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여성의 사회진출과 무관하지만은 아닌것 같다. 교직에도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처
2006-03-21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