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공자는 ‘허물을 저질렀거든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허물을 고치려면 ‘재를 털어야 숯불이 빛난다’는 속담처럼 먼저 가감 없이 잘못을 드러내놓고 사과하는, 반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변에서 이해하고 여기서 새로운 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범부(凡夫)일지라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도층의 경우는 이것저것 재느라 그 어려움이 더 크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가 각종 매체를 통해 만나는 사과의 대부분은 진정성이 담긴 반성이 아니라 허물을 축소은폐하거나 변명인 경우가 많아서 자연히 그 효과가 없게 된다. 우리가 문헌에서 만나는 가장 유명한 사과는 상(商)을 건국한 성탕(成湯)의 사과이다. 즉위한 후 7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농경사회에서 7년의 가뭄은 국가의 위기였다. 태사(太史)가 점을 쳤는데 ‘사람을 희생으로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비를 비는 것은 백성을 위해서이다. 희생으로 사람을 써야한다면 마땅히 내가 희생이 되리라.’ 성탕은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목욕재계하고 손톱과 머리를 깎고 몸에는 흰 띠 풀을 둘러 희생의 차림으로 백마가 끄는 소거(
2015-02-26 21:24외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말에도 외래어와 외국어가 많다. 이런 말을 어떻게 우리말로 바꿔 쓰면 좋을지 살펴보자. 외출을 위해 우리는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샴푸를 대체할 우리 말을 따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액체 비누니까 ‘머리 물비누’ 쯤으로 바꿔 써도 괜찮을 것 같다. ‘린스’로 헹구고 ‘트리트먼트’도 쓴다. 린스는 헹굴 때 쓰는 비누니까 ‘헹굼 비누’로 바꿔 쓰면 되고, 트리트먼트는 머리카락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니 ‘머릿결영양제’로 바꿔 쓰면 된다. (1)린스(rinse)→헹굼 비누 (2)트리트먼트(treatment)→머릿결영양제 머리를 감았으니 물기를 말리려면 ‘드라이어’가 필요하다. 드라이어는 머리를 말리는 기구니까 ‘머리 말리개’가 제격이다. (3)헤어드라이어(hair drier)→머리 말리개, 머리 건조기 머리카락 끝이 말려 올라가니 ‘고데기’로 펴야겠다. 고데는 불에 달궈 머리 모양을 다듬는 기구니까 ‘머리 인두’로 다듬었다. 고데머리는 ‘지짐머리’로 바꿔 쓰면 되겠다. (4)고데/고테(こて)→(머리)인두(질), 지짐머리 머리가 좀 길어서 말리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두질도 해야 하니 머리 모양(←헤어스
2015-02-26 19:10‘스승 존경’보다 ‘교권 침해’가 더 많이 들리는 세상. 시대를 뛰어 넘어 우리 사회가 존경해왔던 스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3월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백농 최규동 선생(1882~1950)은 헌신적인 교육자의 표상이자 민족운동가다. 대성학교, 중동학교 등에서 수학교사와 교장으로 후세 교육에 몸을 바쳤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교사의 손이 아닌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자제를 교육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더 많은 학교에서 수업을 더 많이 했고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 조선어를 강조해 매일 아침 학생들에게 우리말로 훈화를 하며, 청렴한 교육자로서 삶을 실천했다. ‘백의민족 교육’ 의지 담아 아호 지어 최규동 선생은 스스로 자신의 아호를 ‘백농(白儂)’이라고 지었다. 백농의 白은 ‘白衣민족’을 뜻하며, 儂은 사람 人과 농사 農, 즉 ‘사람의 농사’라는 뜻으로 ‘사람을 교육시킨다’는 의미다. ‘백의민족을 교육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 자신의 호를 지은 것이다. 그 만큼 일제 강점기 아래에서 민족의 청년들을 교육시키겠다는 목표의식이 뚜렷했다. 선생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청년에게 신학문을 가르쳤고, 더 많은 청년들이 교육 기회를 갖도록 다
2015-02-26 17:19한국교총과 교육부가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사도상 정립, 스승 존경 풍토 확산을 위해 함께 나섰다. 시대를 초월해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12명의 ‘이 달의 스승’을 선정한 것. 민족과 교육을 위해 헌신한 12명의 진정한 스승을 통해 우리 사회가 ‘오늘날의 스승’에 대해 숙고해보자는 뜻이 담겼다. 교총과 교육부는 지난해 10~11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휼륭한 스승’ 온라인 추천을 받았다. 교육, 역사분야 교원 및 유관기관 전문가 9명으로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정호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장)를 구성하고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전후 우리나라 근대교육 발전에 기여한 인물 중심으로 공적을 조사하는 등 엄정한 심사를 진행해왔다. 세부 심사기준으로는 교사로서의 활동 여부, 모범적 사도 실천 내용, 교육 발전의 실제 공헌도, 교육 현장의 긍정적인 효과성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 이렇게 선정된 12명의 스승은 △헌신적인 교육자의 표상이자 민족운동가 최규동(3월) △식민지 농촌 수탈에 교육으로 대항한 농촌계몽운동가 최용신(4월) △교육학자로 새교육운동을 추진한 오천석(5월) △명동학교를 세워 청소년·여성 교육에 힘쓴 김약연(6월)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독립정신을 고취시킨 김
2015-02-26 17:13‘무신불립’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論語)-안연편(顔淵篇)’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에서 비롯됐다. 자공(子貢)이 정치(政治)에 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사회가 유지되려면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말이다. 요즘 정치권은 인사난맥상과 오락가락한 정책 혼선 등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이런 모습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교육의 경우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최근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던 보육교사 과잉 체벌문제도 과거 비슷한 사건으로 여러 번 지적된 문제였다. 그때마다 근본 원인은 뒤로 제쳐둔 채 감사 철저, CCTV 설치 등 땜질식…
2015-02-12 19:20자하(子夏)가 거보(莒父)라는 곳의 수령이 되자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대답했다. “급히 서두르지 말아야 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지 말아야 한다. 급히 서두르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이는 사자성어 ‘욕속부달’의 유래를 담은 이야기로, ‘논어-자로편’에 나온다. ‘욕속부달’은 어떤 일을 너무 조급히 하려고 하면 오히려 목적한 것을 이루지 못하고 일을 그르친다는 뜻으로, 과욕(過慾)에 의한 졸속(拙速)과 단견(短見)의 폐해를 경계하는 말이다. 공자의 말처럼 먼 안목을 지니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효과만을 추구해 만든 정책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가 경영에서, 특히 국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분야에서 졸속 정책이 야기하는 폐해는 너무나 크다. 교육의 실패는 곧 국가의 실패로 귀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약한 뿌리와 줄기에서 무성한 잎과 꽃과 열매를 기대할 수 없듯이 교육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국가의 번영도 기약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기에 한 나라의 교육 정책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요즘 우리 교
2015-01-29 19:28이번에는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며 만나게 되는 외래어나 외국어에 대해 알아보자. 차를 갖고 길을 나서는 경우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일일이 지도를 보고 찾아가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도구가 나와서 참 편리해졌다. ‘내비게이션’은 길을 안내해 주는 기능을 하므로 ‘길안내기’나 ‘길도우미’로 바꿔 쓰면 된다. (1)내비게이션(navigation) → 길안내기/길도우미 겨울철에는 길 위의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기를 반복한다. 노면 위에 얇고 투명하게 살얼음이 얼어 있기도 해 매우 위험하다. 이렇게 생긴 살얼음을 ‘블랙 아이스’라고 하는데, 말뜻 그대로 ‘(노면)살얼음’이라고 하면 된다. (2)블랙 아이스(black ice) → (노면)살얼음 아무리 운전 경력이 많다 해도 이런 길에서 사고를 피하려면 급제동이나 급가속은 피하고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겨울철에 이렇게 도로가 얼었다 녹았다 하고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을 뿌리다 보면 아스팔트 길 표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마치 그릇처럼 구멍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을 ‘포트홀’이라고 한다. 도로 위에 구멍이 난 것이니 ‘노면홈’으로 바꿔 쓰면 된다. (3)포트홀(pot hole
2015-01-22 18:22‘개과자신’은 ‘바르게 사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고 잘못된 점을 깨달아 이를 고쳐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사자성어다. ‘사기’ ‘편작·창공열전’에 나오는 것으로, 명의 태창공 순우의(淳于意)의 막내딸이 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유래했다. 순우는 의술에 재주가 많았다. 그러나 어느 날 유능한 의술을 지닌 양경을 만나 지금까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의술을 버리고 양경에게 새롭게 의술을 익혀 많은 사람을 치료하였으나 사람에 따라 차별을 둬 원망을 사기도 했다. 문제 4년에는 어떤 사람에게 고발당해 ‘형죄’, 이른 봐 불구가 될지도 모르는 큰 벌에 처해졌다. 막내딸은 관청의 노비가 됐고 아버지의 ‘형죄’를 속죄해 달라고 황제에게 다음과 같이 간청했다. “소첩이 매우 비통한 것은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고 형죄를 받은 자는 다시 전처럼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하고자 하나 그렇게 할 방법이 없으니 끝내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은 황상은 그의 마음을 측은하게 여겨 그해 안에 육형법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을미년 새해가 됐지만, 늘 그랬던 대로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면 학원 주변
2015-01-15 19:06언제 어디서나 상하의 관계는 어렵고 조심스럽다. 노(魯)나라 정공(定公·BC.556-BC.480)이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도리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임금은 신하를 예(禮)에 맞게 부리고, 신하는 임금을 충성으로 섬겨야한다(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고 답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임금과 신하가 각자의 입장에서 행해야 할 도리를 말한 것이라는 설과, 임금이 신하를 예로 부리면 신하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게 된다는 ‘보시설(報施說)’로 보기도 한다. 동파 소식(蘇軾·1037-1101)은 예의 중요성을 “임금이 신하를 쓰는 데 이익을 가지고 하면 그의 신하는 소인만 모인다. 어쩌다 나은 신하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는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자에 불과할 뿐이다. 벼슬과 녹봉만 생각하고 모인 자는 이익이 다하면 떠나고 위력 때문에 따랐던 자는 힘이 빠지면 배반한다. 그래서 이익으로 부리는 것이 예로 부리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은 여기에 “임금이 예를 갖춰 부리지 않으면 신하는 반드시 부끄럽게 여기고 부끄럽게 여기면 원망하게 되고 원망하게 되면 충성하려던 마음도 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2015-01-08 11:33덜컥 겁이 나는 것은 왜일까? 처음 몇 년은 열심히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내 기준에 맞춰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모습을 봤다. 비로소 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됐다. 있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함을 알게 된 몇 년이었다. ‘참 좋은 개그맨 선생님.’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이다. 좀 길지만 수업이 재미있는 선생님, 원칙을 지키면서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와, 우리 선생님은 진짜 웃겨요. 제가 약속을 안 지킬 때는 무섭지만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잘 하고 있는 것도 같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운 것을 보면 교직이 천직이긴 한가 보다. 진희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에게도 ‘진희’는 있다. 지면을 통해 펜에 옮겨 놓았을 뿐이다.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다만, 조금 느리게 자라고 다르게 자라는 꽃이 있을 뿐이다. 모든 꽃이 조화를 이룰 때 더 아름다운 꽃밭이 만들어질 것이다. 느림과 다름을 인정해 주면 더 행복한 학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상자 발표 날 병원에 있었다. 가슴 아픈 일과 기쁜 일이 한꺼번에 찾아온…
2014-12-31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