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생과 교원, 학부모로 대표되는 구성원이 함께 하는 공동체다.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 및 학부모의 교육권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우리가 원하는 양질의 교육이 성취될 수 있다. 학교 운영에 있어 정의의 문제는 이 세 개의 축이 편견 없이 균형을 이뤄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헌법 개정 논의에서 한국교총은 ‘교권’을 헌법 제31조 6항에 명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원의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고 학부모의 교육권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프로의식이 바탕 돼야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적 의무가 있듯이 교권의 이면에는 교원으로서 지켜야할 의무인 권위와 품위가 있다.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권위’를 이야기할 때 외부로부터 지켜줘야 할 법적 권위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오히려 스스로가 지키고 발견하고 창조해 나가야 할 권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물론 외부로부터 지켜줘야 할 법적 권위는 소중하고, 이 일에 교원단체가 적극 나서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못지않게 소중한 것은 우리 스스로 재창조해야 할 권위인 교원의…
2018-04-30 13:41
예년보다 크게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 중 하나가 화장(化粧)한 아이들의 수다. 한 학급 기준 10명 중 3명의 아이가 화장을 할 정도로 그 수가 늘고 있다. 물론 학교 차원에서는 화장을 규제하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아이들은 학생 인권과 개인 프라이버시 운운하며 화장 단속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제 간 사소한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생활 내세우며 단속에 불쾌감 늘 화장을 하는 여학생 몇 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당황스러워하며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단순한 호기심에 친구를 따라 하는 모방 화장이 많았다. 몇 명의 아이는 하루라도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을 내밀고 다니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화장을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에서 한다고 했다. 집에서 화장하고 학교에 등교한다는 아이 중 일부는 아침밥은 걸러도 화장을 꼭 한다고 했다. 그리고 화장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분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화장하는 시간은 정규수업 1교시와 마지막 시간이었다. 등교하자마자 아이들이 책상 위에 제일 먼저 꺼내놓는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화
2018-04-30 13:41
‘우문현답’이라는 건배사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愚問賢答’이 아닌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선한 내용이다. 현장의 변화와 요구를 찾아내고,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현장으로 달려가 정확히 파악한 후 정책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현장에서 확인하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현실은 ‘우문현답’ 하고 있을까? 많은 교육정책들은 교육부, 시도교육청에서 만들어져 시행된다. 하지만 과연 교육전문가인 교사들과 얼마나 소통하며 만들어졌는지 의문이다. 많은 정책 협의회 위원 대다수는 교육행정 관료나 교수들이며 간혹 교사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한 두 명에 그친다. 현장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대입개편 정책과 교원성과급 문제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중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대입정책은 모든 교육문제의 해결방안을 기-승-전-대입으로 연결되게 만든다. 대입정책이 개선되지 않으면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 내신 성취평가제, 사교육 문제,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고교 과목선택권 등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얼마 전 국가교육회의(대입특위)에
2018-04-21 00:51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해 논란이다. 임용시험 합격자를 수습기간 동안 평가해 최종 임용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자질을 제고하자는 방안이다. 하지만 예비교사 입장에서는 이미 어려운 임용시험을 통과했는데 또 다른 전형 절차로 걸러내겠다는 것이어서 반발이 예상된다. 또다른 전형 절차로 '이중고' 초래 사실 수습교사제는 10여 년 전부터 현행 임용제도의 보완책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수습평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고, 미발령 ‘임용시험 합격생’ 처리 문제, 예비교사들에게 과도한 이중 부담을 준다는 지적 등 때문에 도입되지 못했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의 수습교사제 연구용역 발주는 재고돼야 한다. 우선 현행 임용시험과 교사 임용제도의 특성을 간과한 졸속 정책의 전형으로 비판 받을 수 있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예비교사인 임용시험 준비생들은 교대, 사대, 교직과정 이수, 교육대학원 수료 등을 통해 이미 교사 될 능력과 자격을 갖춘 후 응시한다.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어놓는 일반 공무원, 직종의 전형과는 결이 다르다. 더욱이 현재 일반 공무원의 6개월 간 시보 근무 정책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많다. 다만 학생을 전인적으
2018-04-21 00:50
환승역에 도착하고 전철문이 열리면 승객들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그러나 몇 걸음도 못가 계단 앞에서 주춤거린다. 손에 쥔 휴대폰과 계단을 주시하며 천천히 오르니 뒤따라오는 승객들은 당연히 늦을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출근길 모습은 손에 휴대폰을 쥐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보조배터리를 가방 안에 넣고,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됐다. 보행자세도 정면응시가 아니라 고개 숙인 자세다. 훗날 아이들의 그림에는 고개 숙인 사람들의 걷는 모습뿐일 것 같다. 인간관계 왜곡하는 사회적 패스트푸드 상대방과의 대화도, 대면도 부자연스럽고 부담스러워졌다. 오죽하면 TV개그 코너를 보면 선배를 쳐다보지도 않고 동영상으로 인사 모습을 저장한 후, 휴대폰화면을 보여주며 지나치는 장면이 나올 정도다. 산해경(山海經)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해 뜨는 동방의 예의지국’ 또는 ‘군자국’으로 일컬었다. 일찍이 공자도 자기의 평생 소원이 뗏목이라도 타고 조선에 가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예부터 우리의 민족성을 가리켜 ‘어진 사람이니 사양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한다’ 혹은 ‘서로 도둑질하지 않아 문을 잠그는 법이 없다’하여 칭찬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
2018-04-06 15:12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아이가 입학하게 돼 학교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의 성함이 30년 전 나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과 똑같은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쭸더니 은사님이 맞았다. 어찌나 기뻤던지 두 손을 맞잡고 한참 얘기를 나눴었다. 엄마가 된 나에게 뜻밖의 인연 선생님은 그 때 그 조그만 여자 아이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교사가 되어 있는 모습에 무척이나 신기하다고 하시면서 기뻐해 주셨다. 선생님은 30년이 지났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유머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카리스마가 여전하셨다. 세월도 선생님의 시간을 늙게 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이후 난 선생님께 스승의 날이거나 방학하는 날, 그리고 종업식 날에 연락을 드렸다. 맛있는 차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요즘 세상이 무서워"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에 나 역시 김영란법을 생각하며 수화기 너머로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종업식을 마치고 아이의 봄방학 때, 그동안 수고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손 편지! 선생님의 매력 다섯 가지를 예쁜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정성
2018-04-06 15:12
6·13 교육감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번에도 시·도교육감 선거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건곤일척이 예상되는데 양쪽 모두 단일화에 진통이다. 문득 현장에서는 교육감의 권한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기를 쓰는가 하는 의문에 부딪히게 된다. 일단 교육감은 막대한 규모의 예산 편성 권한을 갖는다. 대한민국 총 예산이 429조원인데 비해 경기도교육청 단일 예산이 약 14조 3700억 원임을 감안하면 가히 욕심을 낼만한 자리다. 이념·포퓰리즘에 현혹되면 안 돼 각종 조례안 작성과 규칙 제정, 교육기관의 설치·이전 및 폐지와 교육과정 운영의 권한도 갖는다. 아울러 소속 국가공무원의 인사관리를 총괄한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그 누가 무소불위의 교육감 자리를 쉽게 포기할 것인가. 물론 교육을 올바르게 잡아나가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을 터다. 하지만 권력의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더 많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래야 자신에 충성을 한 측근들에게 한 자리씩 내어주고 지지해준 단체에게도 보답할 기회를 갖게 된다. 나아가 4년 동안 예산권과 인사권을 쥐고 흔들며 교육계를 길들일 수 있고 이슈만 잘 잡으면 정치권에서의 러브콜도 받을 수 있다. 이래서 인간 오욕칠정 가운데 권력욕
2018-03-30 14:57
‘병들고 잠들지 않으면 등을 땅에 닿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로 하루를 천일처럼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아픈 곳이 늘어 여태껏 최선을 다해 살아 온 날들에 대한 훈장쯤으로 여겼었다. 내 나이 50을 목전에 둔 시기였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사는 건 불행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깊어져 끌려가듯 병원에 가보니 고엽제 후유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풍산에서 출세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와 ‘돈의 노예’, ‘일의 노예’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주경야독 하며 전문대학까지 마쳤지만 장사 밑천을 모을 길이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 참전을 자원하게 됐고, 목숨 걸고 벌어온 종자돈으로 목표는 이뤘지만 건강을 잃었던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 생각하면서 내가 꿈꾸던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또 그토록 원하던 음악공부도 시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26년간 171개국을 오지만을 탐험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아마추어 테너로 무대에 올라서는 기쁨도 누리고 있다. 지금도 일 년에 300일은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을 한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겪었기에 떠나기 전에 유
2018-03-30 14:57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 제2장 제5조에서는 자비유학자격을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 있거나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특별한 재능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초등교와 중학교 재학생은 자비유학을 할 수 없다. 전형적인 떠넘기기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소위 ‘미인정유학’이 초·중학교에서 낯설지 않다. 그런데 최근 아동학대와 관련해 이런 미인정유학 학생 등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초·중학교에는 의무교육관리위원회를 둬 취학면제나 유예는 물론 미인정유학을 떠나는 학생들도 심의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별 문제없이 미인정유학을 떠났는데 이제는 해당 학생이 있을 때마다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위원회 구성도 외부인사를 포함하는 등 까다롭다. 관할 경찰, 읍면동 소속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아동보호 기관 관계자, 학부모 중에서 2인 이상 포함하되, 외부위원 전체가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에 위원회가 양산되는 불편함은 물론, 실질적인 문제가 없는 경우까지 무조건 위원회를 거쳐야 해 업무가중과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교육감과 교육장의 전
2018-03-23 14:59
“때르르르릉~.” 한창 수업 중이던 교실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난다. 화재경보기 소리다. 그런데 학생과 교사 모두 별 일 아니라는 듯 무시한 채 일에 열중한다. 소리는 잠시 후 멈췄고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난다. 한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일인데 뒤돌아 생각해보면 끔찍한 행동이다. 실제로 불이 났다면 초기 대피나 진화시스템을 갖추고도 무시무시한 화염에 스스로를 가둘 뻔한 상황이어서다.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키운다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하는 ‘안전불감증’은 늘 대형 재난사고의 원인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그 정점이다. 이를 계기로 학교에서 ‘안전의식’을 기르고 ‘위기대응능력’을 습관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나왔다. 교육부는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개발·보급했고 연간 51차시 이상의 안전교육을 학교교육과정에 포함해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했다. 초등 중학년에 10차시 이상의 생존수영 교육을 권장하고 교원에게는 연 15시간 이상의 안전 연수를 이수하도록 했다. 또 2015 개정교육과정에 의해 ‘안전한 생활’ 교과용 도서와 안전단원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제천 화재참사나 밀양 요양병원 화재 같은 가슴 아픈 사고들이 끊이질 않는다. 어려서부터 그래왔다. 수업 중간 화재경
2018-03-23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