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6월 ‘코로나19가 바꾼 아동행복’을 주제로 개최한 아동복지포럼에서 발표자로 참여한 이운영 조치원대동초 교사 이야기가 마음에 꽂혔다. 개학연기와 온라인 수업으로 교사들이 한가할 것이라는 학부모 편견도 문제지만 더 강도가 높아진 행정업무, 마스크 착용 수업으로 입술에 습진이 생기는 등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역량 중 무엇이 진정한 본질인지 고민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안목(眼目)이 아닐까.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서사에서 다음 장면을 함께 그리는 것이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된다. 눈앞에 마주한 인격체를 향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전인교육의 과제는 교사의 안목이 전제되지 않으면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재능있는 저소득 아이 돕는 사업 우리 재단은 인재양성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업·예술·체육 분야에 꿈이 있고 잠재력과 재능이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제약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재능을 제대로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에서도 교사들의 안목은 빛난다. 숨겨진 옥석들의 사연
2020-08-31 09:45가끔 그런 날이 있어요. 퇴근하면서 왠지 마음이 허전한 날. 뭔가 일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한 일이 없이 하루가 그냥 지나간 느낌. 바삐 흘러갔던 날인데,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서 마음이 공허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바쁜 하루였어요.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쉴 새 없이 퇴근 시간까지 달렸던 하루이기도 하지요. 그런 날엔 퇴근하기 전 조용히 앉아서 뭘 했는지 노트에 써 보고는 해요. 08:30 ~ 08:40 출근, 컴퓨터 켬 08:40 ~ 08:50 메신저 확인, 수업 준비 08:50 ~ 09:10 학생 발열 체크 09:10 ~ 12:00 수업(블록 수업이라 쉬는 시간은 딱 10분) 12:00 ~ 12:40 급식지도 12:40 ~ 12:50 잔반 처리, 바닥에 떨어진 국물이랑 반찬 치우기 12:50 ~ 13:20 교실 청소 13:20 ~ 14:00 업무(학교폭력 공문 기안, 학생선수 전수조차 후속처리) 14:00 ~ 15:40 회의(교육부 속보 때문에 갑자기 회의, 하지만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해도 회의는 길다.) 15:40 ~ 16:40 업무(공문 발송 준비, 학생 확인서 스캔, 소송 관련 변호사
2020-08-27 14:26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과목별로 출판된 ‘교실 밖 시리즈’ 도서가 유행한 적이 있다.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교실 밖에서 응용해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지식을 공부한다는 내용이다. 우리 학교는 교실에서의 지식이 교실 밖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교훈을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이 평소 수업 중 품었던 호기심을 해결하고, 그 탐구 내용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영선 학술제, 이른바 YAS(Yeongseon Academic Seminar)를 운영한다. 동아리 주제별로 부스를 운영해 동아리의 정체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 소독은 물론 마스크 착용을 하는 등 방역 관리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열었다. 교과 지식으로 창의성 키우기 올해로 3회째를 맞는 YAS에서는 교과 관련 주제가 선정됐다. 우선 지리·역사 교과에서는 ‘독도는 왜 대한민국 영토인가?’에 대한 탐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지 애국심에 의한 감정적인 호소가 아닌 지리적·역사적·국제법적 시각에서 독도는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임을 확인했다. 미술 교과에서는 학생들의 미적 감각을 패션으로 연결해 발표했다. 발표 학생은 자신의 신체적 약
2020-08-27 12:14“선생님, 스승의 날 뵙고 카네이션 달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선생님은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세요! 항상 웃는 일만 있으시고 행복하세요!” 스승의 날 밤, 이전 학교의 제자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처음엔 갑자기 받은 메시지의 누구였지 싶었다. 약간 뜸을 들이고 나서야 그 친구의 모습이 기억났다. 키는 작고 비쩍 마른 몸에 하얗다 못해 희멀건 했던 얼굴. 3월 한 달 내내 달고 살던 기침, 말수도 적고 항상 기운이 없어 보이던 그 행색, 현수였다. 그 친구가 졸업 후 몇 년이 지나 스승의 날을 축하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없이 반가우면서도 감회가 새로웠다. 하필 스승의 날이라니. 그 친구와 겪었던 스승의 날 소동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현수를 만난 것은 경력 3년 차에 접어들던 햇병아리 새내기 교사 때였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6학년 학급을 책임지게 되었다. 말 그대로 책임지게 “되었을”뿐. 교사로서, 스승으로서 어떤 깜냥도 없었다. 그저 부딪히고, 깨지고, 뒹굴면서 하루하루를 우겨 넘기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웃고 울 일들이 많았던 것은 행복이었다. 모르는 만큼 아이들과 부대끼며 더욱더 끈끈해질 수 있었다. “선생…
2020-08-24 11:08최근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최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 교육감은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수도권 지역인 서울·경기·인천과 부산 등 지역은 개학 이후 9월 11일까지 학생 밀집도를 유·초·중학교는 3분의 1, 고교는 3분의 2로 유지하고 그 외 비수도권 지역의 각급 학교는 밀집도를 3분의 2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사실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시·도 교육청은 전면등교, 교육부는 밀집도 3분의 2 권장 등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당초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도교육감들이 전면등교 계획을 변경해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권고 사항에 따르기로 합의한 것은 국가 대란의 국민 통합적 대처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다. 같은 실수 반복해선 안 돼 2학기 전면 등교수업을 준비하던 학교와 교원들은 구체적인 교육과정 운영 방법, 학사일정 등을 정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가운데 개학을 맞았다. 그런데 문제는 9월 11일 이후의 각급 학교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운영이다. 교육부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대책을 세운다는…
2020-08-24 09:13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의 중요성은 커져만 가고 모든 학생의 기록을 남기라고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쓸 것이 없다. 교사가 학생에 대해 쓸 것이 없다고? 그렇다. 없다. 월급루팡이냐고? 그렇다 해도 할 수 없다. 쓸 것이 없다. 실제 현장인 교실을 십 분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활동 내용과 구성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참여 저조 및 불참이나 홀로 활동하는 학생은 어디에나 있다. 특히 그 학생들에 대해 무언가를 써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욕먹을 용기? 필자는 One note-수업용 전자 필기장이라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활동 중과 후 학생의 메모, 탐색 자료, 결과물, 활동 후 자기성찰 등의 글이나 영상 등을 모아놓은 한 학생의 필기장을 모아 보고 생기부를 작성한다. 장기간 학생이 직접 글,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기록한 결과물을 모아볼 때, 더욱 세심하고 깊이 있게 학생의 선호 방식, 관심 영역, 역량 등을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사실 기록할 것조차 보여주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노력할 뿐이다. 기존에도 존재했던 이런 어려움과 대입 쇼크에 대비할 ‘뉴 노멀’은 사실 어렵지만 뻔하다. 구글링보다 저널링(Journaling) 습관에 관한 탁
2020-08-20 14:08이미 잘 알려져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장을 ‘레드오션’이라 하고, 반대로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유망 시장을 ‘블루오션’이라 한다. 1848년 1월, 캘리포니아 농장의 공사 현장 책임자였던 제임스 마샬은 우연히 강에서 사금을 발견했다.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중 꿈을 이룬 사람은 막대한 자금으로 광산을 개발한 극소수의 사업가들뿐이었다. 그런데 금광을 개발한 사업가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번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원래 금을 캐는 사람들에게 텐트를 만드는 천을 팔고 있었는데, 실수로 파란색 염료로 천을 염색해버렸다. 때가 덜 타는 검은색 천을 원하던 의뢰인은 구매를 취소했고 청년은 엄청난 재고로 쌓인 파란색 천 때문에 파산 직전이었다. 고민하던 청년은 당시 금을 캐던 인부들의 바지가 잘 찢어지는 것을 보고 질긴 텐트용 파란색 천으로 바지를 만들었는데, 비교적 저렴하고 질겼던 이 청바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청바지는 오늘날까지 전 세계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금광은 이미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없
2020-08-20 14:02너무 노골적이다. 친정부 성향의 교사조직을 교육기본법 시행령상의 교원단체로 만들기 위해 교육부, 친노조 교육감, 그리고 관련 교사조직이 숙덕공론하고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당사자들끼리 한판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앞장서 마치 극소수 교사조직의 친위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다수의 교육을 위한 교육행정이 되어야 마땅함에도 0.4% 수준의 조직을 위해 행정 권력을 집중, 남용하고 있다. 교원단체의 설립 기준과 활동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법·제도적 정비가 아니라, 피아(彼我)를 구별해 ‘우리’ 조직 상황에 맞도록 법령과 제도를 손질하려 하고 있다. 일의 우선순위가 너무나 잘못됐다. 또 과거 교사조직의 핵심인사로 몸담았던 교육부 인사가 일을 주도하고 있어 ‘셀프 입법’이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절차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숙덕공론 ‘셀프 입법’ 큰 문제 교육부 인사가 깊이 관여했던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2014년 임시이사회 당시 ‘전교조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현장에 동력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다’라고 했던 조직이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역시 같은 노조 출신 인사가
2020-08-18 08:49최근에 한 젊은 엄마와 6세 남짓한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었다. 엄마와 아이는 영어 숫자 세기를 하고 있었다. “ninety-five”하고 엄마가 말하자 유치원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ninety-six”하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모녀의 숫자 세기는 계속되었다. 아이가 숫자를 잘못 말하자 엄마가 정색하며 “ninety-eight이잖아. 이걸 몇 번을 했는데 아직도 모르니?”하고 아이에게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한참 후에도 그 모녀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어린아이를 너무 일찍부터 학습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습을 너무나 명확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할 때, 이렇게 어려운 영어 숫자는 중1 때 가르쳤던 부분이었다. 학습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초등학교 입학도 못 한 미취학 아동에게 이런 영어 숫자 세기는 좀 과해 보였다. 양날의 검 같은 교육열 자녀를 공부 잘하는 아이,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로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모의 교육열은 적절하면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남길 수
2020-08-13 11:13“코로나 백신이 곧 나온대.” “누가 그래?” “그건 말이지……” 최근 가장 자주 나오는 기사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에 관한 뉴스일 것이다. 하루에도 몇 건씩 나오는 뉴스지만 결과는 어떤가? 전 세계의 제약사들과 연구기관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백신도, 치료제도 만족할 만한 성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때 누가 이야기했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기대하는 수준이 달라진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누가 이야기한 것이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는 요소이다. 신뢰도를 판단하기 위해 그 이야기의 출처는 어디인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럴듯한 말이라 하더라도 그 출처가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일부의 견해라면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성 확보는 최소 요건 교육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이라는 문구를 자주 접한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마치 ‘전체 교사의 입장이 그런 것인가?’라는 착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몇몇 단체에서 보도자료로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설문의 구체적인 항목도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2020-08-13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