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 주인공 동백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바로, 기차역의 분실물 센터 직원이었지요. 사람들은 분실물 센터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가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가요. 동백이는 그게 부러웠어요.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말이지요. 그 장면을 보면서 공감이 되더군요.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이들에게나 학부모님들에게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마디를 들으면 왠지 뿌듯해요. 보람도 느껴지지요. 그런데 문제는 요즘에는 학부모님들에게 고맙다는 말보다 화를 내는 전화를 받는 빈도가 높다는 것이에요. 온라인 수업 때문에, 도서관 책 반납이 연체되어서, 학교폭력 때문에 속상해서,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 어떤 학부모님들은 담임 선생님에게 화나는 마음을 그대로 전하기도 해요. 답답한 노릇이지요. 본인의 화를 여과 없이 전하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니까요. “선생님, 속상해요”라고 말해준다면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줄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나 봐요.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드라마 주인공 동백이처럼요. 생각해 보니 저만의 분실물 센터가 있어요. 매일 아침…
2020-08-13 10:58교육부가 친정부 교사조직의 법적 지위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네크워크 등 특정 교원노조 출신 인사가 주도하는 교사조직을 교육기본법 시행령의 교원단체로 공식 인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교원단체의 설립 기준을 이들 조직 상황에 맞추고 있다는 데 있다. 교원단체의 기준과 활동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정비가 아니라, 우리 편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누가 봐도 제 식구 밀어주기다. 특히, 업무를 주도하는 교육부 고위인사는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창립 멤버이자 특정 교원노조 간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셀프(self)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역시 회장이 특정노조 출신으로 사실상의 현 정부와 이념적 스펙트럼을 같이하고 있다. 노골적인 ‘우리 편 손들어 주기’이자 교총을 교육부, 교육감, 친정부 교사조직이 연합해 압박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 단체의 조직률은 극히 미미하다. 50만 유·초·중·고 교원의 각각 0.4%, 0.03%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둔 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 가입자 숫자를 더해도 1% 수준이다. 50만 교원을 대표해 법적 교섭이나 교육
2020-08-10 15:27최근 교육부가 제19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미래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수급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매년 초등 교원을 300~400명씩 줄여 2024년까지 총 1300여 명을 감축하는 게 골자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초등 교원 선발 인원도 올해 선발 인원 3916명보다 363명 줄어든 총 3553명으로 예고했다. 또 교육부는 최근 서울교육청에 2021학년도 초등 558명, 중등 570명 등 총 1128명의 교원정원감축안을 통보했다. 교육환경 개선의 핵심은 교육의 질 제고다. 학생 수 감소에 비례해 교원 수를 대폭 감축하는 것은 교육의 질 제고,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서울 등 5개 시·도 중등 정규 교과 교사 정원을 1000명 이상 줄여 가배정한 반면, 전국 순회교사 정원을 548명 증원 배정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른 대비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고교학점제 본질과는 상치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다양한 교과목·영역·프로그램 등을 개설해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정규교사 증원인 관건인데, 정규교사를 줄이고 순회교사를 늘리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물론 고교학점
2020-08-06 15:43‘교원의 평가와 학생부 기록 역량을 높이기 위해 모든 학생의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을 기재’. 2019년 11월 28일 고교 서류 블라인드 제도 시행을 포함해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한 교육부 보도자료 중 일부이다.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지만 생기부의 중요성이나 여러 가지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교원의 평가와 생기부 기록 역량 강화는 필요하다. 기록의 주체인 교원은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닙(Nib)'의 여행 ‘지하철 생쥐 '닙'은 위험하면서 아름다운 터널 끝을 이야기하는 늙은 생쥐들의 이야기를 좋아했어. 터널 끝을 상상하게 하는 잡동사니를 끌어안고 자기만의 보금자리에 살며 터널 끝을 꿈꿨지. 어느 날, 첫 열차가 지나가며 날린 아주 작은 깃털에 영감을 받은 '닙'은 터널 끝으로의 여행을 결심하지. 갈라진 벽 틈에 끼어 자면서 배고픔을 견디다 또 다른 터널 마을에 도착해. '닙'은 터널 끝이 늙은 생쥐들이 하는 말일 뿐이라던 롤라와 함께 과자 봉지를 깨끗이 핥아 먹고 강낭콩 젤리 도둑으로 몰리기도 하며, 이어지고 이어지고 또 이어진 터널을 끝없이 걸었지. 표지판마저 사라진 곳에서 포기 선언하던 롤라가 발견한 작은 깃털을 두고 싸우다 터
2020-08-06 15:39얼마 전 구청에 볼일이 있어 간 적이 있다.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리다 호명하는 창구에 갔더니 대뜸 선생님이라고 한다. 순간 멈칫하며 어떻게 직업을 알았느냐 되물었더니 자기가 어떻게 ‘교사’인걸 알겠느냐며 통상적으로 그냥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경찰서 민원실에서도 호칭은 선생님이다. 경찰서나 관공서 심지어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찾아온 모든 이에게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이다. 누구나 한 번쯤 운전하다 보면 음주운전 단속에 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단속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갖다 대면서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더 부세요. 더, 더, 더...” 이때도 호칭은 선생님이다. 다만, 이 순간 부르는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인 선생님이 아닌 잠재적 범죄자인 선생님이다. 자고로 선생님이란 먼저 태어나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호칭은 대상을 인식하는 사회문화적 행위 호칭은 단순한 언어나 문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호칭은 대상을 인식하는 사회문화적 행위다. 호칭은 생각의 출발이고 동시에 행동의 준거다. 정확한 호칭은 대상이 지닌 고유의 모습과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일차적 수단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호칭 ‘선생님’.…
2020-08-06 11:59학교는 안전사고는 물론 각종 범죄로부터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최근 4년간 학교 몰카 촬영범죄가 451건 발생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가 교육 현장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경남 일부 학교 화장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설치한 불법 카메라가 발견돼 큰 충격을 주었다. 개탄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교육계 스스로 엄벌과 재발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런 참담함을 막을 수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이달 16일부터 31일까지 전국 학교에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수 점검을 통해 학생과 교원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동감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매우 아쉽다. 첫째, 점검은 불시에 이뤄져야 한다.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 조사를 사전 예고하고 시행하는 것은 범죄자에게 불법 장비 수거와 도피의 기회를 준다. 현재 대다수 학교는 순번을 정해 교육청으로부터 검사장비를 대여한 후 자체적으로 점검한다. 이런 방식은 학교에서 점검 계획을 세우거나 기기 대여와 시행 과정에서 점검 시기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실효성을 지적하는 이유다. 둘째, 전문성이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불법 카메라 탐지 장비는 전파형과 렌즈형
2020-07-27 11:47교원단체의 법적 지위와 대표성을 명확히 하는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최근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교원단체의 자주적 활동보장을 위해서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며 이 같은 법률안을 제안했다. 지극히 타당한 이야기다. 여태껏 헌법의 자주적 결사체이자 교육기본법과 교원지위법의 직접적 교섭 주체인 교원단체에 대한 근거가 시행령에 위임돼온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는 교원단체 근거 법령이었던 교육법(시행령)이 교육기본법(1997년)으로 개편되고, 교원노조법(1999년)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정치적, 교육적 특수상황이 양산한 기형적 판단에 기인한다. 교원노조법 제정 당시 교원단체에 관한 법령도 상응하는 법적 지위를 갖도록 정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여당은 교원노조의 손을 들어 주면서도 교원단체 법령 개편에는 손 놓고 있었다. 내심 교원노조법을 통해 한국교총을 의미하는 교육기본법의 ‘교원단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교사들의 힘과 조직력이 교원노조로 쏠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정치적 오판이었다. 또, 민주 입법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교원노조, 교원단체 각각의 기형적인 2원적 교섭구조를…
2020-07-27 11:451976년 파리의 한 호텔에서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 프랑스 와인이 와인계의 변방 미국 와인에 크게 자존심을 구긴 일이 일어났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부문 모두 미국 와인을 1위로 지목했고 1위의 화이트 와인은 위대한 프랑스 와인이라고까지 평했다. ‘파리의 심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명해진 이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 ‘Bottle Shock’가 만들어졌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악몽은 이게 끝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와인 전문가들은 같은 사람이 같은 와인을 마셔도 등급을 크게 가를 정도로 다른 평가를 했다. 그나마 일관성을 나타낸 와인은 싫어하는 와인 정도다. 블라인드는 옥석 중에서 단순한 돌멩이를 구분해 내는 게 최선일까. 아무도 모르는 대입 쇼크 2021학년도 대입 수시에서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하나로 학생 신상정보를 알 수 없는 서류 블라인드가 도입된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도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입학사정관 제도로 시작된 평가는 ‘고교 등급제’와 ‘환경을 고려한 평가’가 중첩된 어딘가를 표류하며 깜깜이 전형이나 소위 우수 학교에 유리한 평가라는 비
2020-07-23 17:06실험은 과학 교육에서 핵심적이며 중요한 활동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은 과학에서 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교육자들의 긍정적 수용과 학습에도 실험이 효과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인한다. 더불어, 과학 교육에서 실험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설문 조사에서 성인의 54.8%, 청소년의 52.4%가 바람직한 학교 과학수업의 방향으로 ‘실험과 탐방 중심의 수업’을 선택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2012년부터 과학실험 모임을 시작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전문적인 자료개발보다는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선생님)’들끼리 즐겁게 과학을 공부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실험과 수업을 준비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실험이 쉬워지고 재미 요소가 다양해져서 실패 확률이 낮아진 점도 한몫했다. 연구 방향에 대한 고민 비록 간단한 계획이지만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기까지 교사들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교사 대부분이 신규에서 과학전담을 맡았거나 담임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과학전담을 맡게 된 경우였다. 과학 관련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는 교사들도 수업 연구보다는 체험 부스 운영 등 체험 활동에 초
2020-07-23 11:52함께 근무했던 교감께서 교장으로 승진해 다른 학교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후 그분의 이름을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교사 성추행으로 논란이 됐고, 그 후 해임됐다, 평상시 그분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놀랐지만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을 터부시하며 드러낼 수 없는 사회에서 2018년 미투 이후로 성 관련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권력 아래 너무나 익숙하게 자행되며 곪아 왔던 성폭력은 사회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성년자 성 착취 N번방 사건,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지도자인 도지사, 시장의 성추행, 교사의 팬티 빨기 숙제 등 성 문제로 드러났다. 한편, 학교 안에서는 성과 관련한 수업자료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교육자료로 사용하고 바나나를 이용한 콘돔 성교육 등에 성적수치심을 느낀 학부모, 학생이 문제를 제기했다.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원인 사회 곳곳에서 성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전체가 사회적 관습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으로 발생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세계인권선언문’의 ‘모든 사람은 태어날…
2020-07-16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