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선생님 몇 분과 회식을 하며 학생지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다들 갈수록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고, 학부모들도 그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걱정을 털어놨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점점 배우려고 하지 않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언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현재의 학교교육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신문, 방송에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 ‘일자리 전망’의 허구 한 뉴스전문 채널에서 거의 매시간 방송하는 공익광고는 학교교육 무용론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 광고는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전 세계에 퍼뜨린 2016년 세계경제포럼을 언급하며 "현재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생들의 65%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라는 멘트를 내보낸다. 보다 정확히 따지면 그 말은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 도입 부분(3쪽)에서 ‘한 통계치에 의하면(By one estimate)’을 재인용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익숙하게 인용하고 있는 통계치 65%가 학문적 연구 결과가 아닌데다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영국 BBC 라디오의 한
2017-09-01 15:36
제자 성희롱 혐의로 조사를 받던 전북 모 중학교 A교사의 자살과 관련해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안일함과 편향성을 지적하는 언론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무혐의 처리해 종결한 사건을 인권센터가 자체조사 해 성희롱을 했다고 판단하고 도교육청에 신분상 처분을 권고한 과정 및 인권센터의 결정을 근거로 징계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교사가 겪은 치욕적이고 절박한 심정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억울함, 참담함 더 들어줄 수 없었나 이번 사건은 학생 인권에 치우친 인권센터와 교사 인권 보호에 소극적인 교육감의 책임의식 부족이 빚어낸 결과라는 생각이다. 몇 년 전 전북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산하에 학생인권교육센터를 설치했다. 물론 학생의 정당한 인권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권센터는 그간 조사과정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센터 조사자가 규정을 위반해 오히려 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예를 들면 학생인권을 보호해야할 인권센터 조사구제팀장이 신고 학생의 동의도 없이 신분을 누설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고, 피해학생의 구제신청에 늦장을 부리고 거짓말을 하다가 해당 학생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내용이 언론보도로 밝혀진바 있다. 이번 사건은…
2017-08-25 16:03
2015 개정 교육과정이 2017년 초등 1·2학년부터 적용됐다. 2018년에는 중학교, 고교 1학년으로 순차로 도입된다. 초등교의 경우 한글, 독서 교육 강화가 하나의 특징이다. 중학교는 교과 학습량이 20% 감축되고, 자유학기 교육과정 확대와 체험 중심 교과 활동이 강화된다. 고교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핵심이다. 초중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제시 이와 함께 인문학적 소양의 함양을 위해 독서교육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실현을 위한 방법도 구체적이다. 초등 3학년부터 고교까지 국어 수업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이다. 그간 교육과정은 여러 차례 바뀌고 진화해 왔지만 이번처럼 국어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학습 방법은 제시된 바 없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교육과정에 명시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교사 중심의 수업을 벗어나 학생 중심의 활동을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표현하는 활동을 기대한다. 토론 등으로 생각을 나누고, 글쓰기 등을 통해 표현 활동을 하는 것이다. 토론과 글쓰기뿐만이 아니다. 읽는 동안 질문을 만들고 대화를 하다보면, 사실적 사고의 폭을 넓히고, 추론적 사고와 비판
2017-08-25 16:03
2018학년도 초등교원 임용시험 선발 예정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줄어들면서 교·사대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초등학생 감소를 감안해 초등교원 정원은 줄이면서 청년 취업률 제고를 위해 합격생은 늘려온 모순된 정책 집행의 결과다. 이로 인해 임용 선발인원 급변, 도지역의 임용시험 미달과 교사 이탈 문제 등이 발생했다. 모순된 정책이 빚은 선발인원 급감 2014학년도부터 2017학년도까지 초등 교원 정원은 2350명 줄었다. 그런데 임용시험 선발 인원은 2014학년도 7246명, 2015학년도 7062명으로 크게 늘었다. 교대 졸업생 대비 임용시험 선발 인원 비율이 2014학년도 1.5배, 2015학년도 1.6배, 2016학년도 1.7배, 2017학년도 1.6배에 달한다. 그 결과 2017년 현재 미발령자가 3817명에 달하게 됐고, 이 때문에 올해 선발 예정인원을 대폭 줄인 것이 사태의 발단이다. 이번 임용절벽 사태와 관련해 교육계는 교원수급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때 교원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다. 과거에는 학급담임과…
2017-08-18 15:59
정부의 교원 수급정책 실패로 임용절벽 사태가 발생한데 대해 임용고사 준비생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특히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는 데 대해 임고생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며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역차별, 교직 갈등 심화 불보듯 첫째,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기간제 교사 및 강사의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을 초래한다. 많은 기간제 교사 및 강사는 ‘학교 관계자 인맥’으로 선발된다. 이런 인맥이 없는 평범한 임용고시 준비생의 경우, 무려 200군데의 학교에 이력서를 제출해도 면접 볼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비정규직조차 되기 힘든 이 현실에서 인맥으로 채용된 기간제 교사 및 강사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이는 교사를 꿈꾸는 수많은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기회는 평등하게’라는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을 부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기약 없는 수험 기간을 지내온 5만 명의 유능한 인재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
2017-08-18 15:58
미래학자들은 제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산업혁명과 다르게 빠른 속도로 우리의 생활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래사회에서 인간은 지식 면에서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없고, 노동력에서도 로봇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미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공감능력이 높고, 사회적 관계 맺기를 잘하는 창의성 높은 사람이라고 한다. 가정과교육을 통해 청소년은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이해를 배워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배려, 돌봄, 의사소통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소통, 부모교육 등 생활역량 키워 다문화 사회에서 인종, 종교,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문화적 소양은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물건을 소비하는 모든 생활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하고, 세계시민의식은 모든 인류의 생활이 얼마나 다양하고 차이가 있는지를 아는데서 비롯된다. 이러한 다문화적 소양과 세계시민의식은 가정과교육을 통해서 기를 수 있다. 가정과교육을 통해 청소년은 인간 삶의 기본인 의, 식, 주, 소비생활에서 자기관리 역량을
2017-08-07 09:36
최근 대구의 모 초등교사가 학생을 홀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남겨두고 떠나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직위해제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지 여부를 떠나 교사에 대한 처분근거법률상 ‘아동학대’라는 개념의 불명확성이 사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교사·학부모·학생 간 갈등과 대립에서 연유된 것으로만 보기 쉽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문제의 근본원인은 교육현장에서 작동하는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이는 교육현장의 문제에 관한 깊이 있는 고찰 없이, 그때그때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포퓰리즘적 입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동복지법, 학폭법 등 대표적 사례 헌법은 법치주의라는 대원칙 하에 명확성을 입법의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명확성원칙은 ‘법률은 일정수준 이상의 명확성을 갖춰서 법률의 수범자로 하여금 법률이 허용하고 금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여 법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등 교육현장에서
2017-08-07 09:30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국정과제로 발표되면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외고·자사고는 수월성 교육과 건학 이념에 따른 인재 양성 등의 명분으로 탄생됐고,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세우면서 확대됐으며, 학생 및 학부모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한다는 취지에서 지정됐다. 외고·자사고는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상위권 우수 학생들이 모였고,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에서 일반고보다 월등한 실적을 내며 이른바 명문고 반열에 올랐다. 과연 외고·자사고가 문제일까 이 때문에 일반고는 상대적으로 지는 학교가 됐다. 그 결과 학생, 학부모들은 소위 명문고인 외고·자사고에 입학하기 위해 초·중학교에서부터 입시 준비에 매달리게 됐다. 사교육비는 증가했고, 일반고 학생들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커갔다.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현재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외고·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가 정상화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외고·자사고를 유지하며 보완한다고 일반고가 과연 정상화 될까? 필자는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에 앞서 반드시 먼저 고려해야 할 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교육 내용을 왜 교육해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것’이다. 최상위권의…
2017-07-28 14:17
38여년을 훌쩍 넘긴 내 교직 생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삶의 한복판을 고스란히 함께 했던 교실에서, 아이들의 함성이 가득했던 운동장에서 나는 켜켜이 쌓인 그리움을 감싸 안고 이젠 그 누군가에게 이 자리를 넘겨주고 떠나야 한다. 그것이 순리임을 알지만 울컥하는 마음이다. 방학 전, 교무실에서 8월중 행사 계획에 내 이름 석 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눈길을 돌렸다. ‘정년퇴임’이라는 문구가 그리 낯설 수가 없었다. 그날 나는 우리 2학년 5반 아이들과의 1교시 수업을 내내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틈틈이 몰래 눈물을 훔쳐내며 모처럼 아이들에게 맘껏 자신들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아니, 내 맘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내 소리가 잦아들길 원했다. ‘정년퇴임’ 그 낯설고 또 낯선 문구 하지만 나는 오래 참지 못했다. 다시 내 목소리가 커졌고, 내 욕심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다고 열정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아이들을 채근하기 바빴다. 그저 느림도, 서투름도 아이들의 또 다른 가능성 중의 일부라는 것을 헤아리지 못한 내 모습을 그날도 재연하고 말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억지’라고 여기며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하지 못했던 나의
2017-07-28 14:14
최근 2016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를 두고 정부와 언론은 우리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꼴찌라며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이야기 한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풍족한 시대를 누리는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는 말도 의심 가고,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은 어떨까 여러 자료를 직접 찾아보니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용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잘못 알려진 ‘OECD 행복지수’ OECD 최하위로 꼽은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국제기구에서 각국을 비교·연구한 것이 아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방정환재단이 자체 조사한 점수를 기존 해외 조사와 비교한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행동과 생활양식’, ‘주관적 행복’ 이라는 여섯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우리나라는 주관적 행복지수를 제외하고는 5가지 영역 모두 최상위권이었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비교 22개국 중에서 22위로 돼 있다. 이 주관적 행복지수는 ‘건강’, ‘ 학교생활’, ‘개인행복(삶의 만족, 소속감, 어울림, 외로움)’의 3개 영역으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학교생활의 행복지수는 3위를 차
2017-07-21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