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이야기라서 그럴까? 신문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정조(1752~1800)의 국문 어필집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이다. 경매에는 관심이 없고 물건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특히 정조의 어렸을때 글씨와 내용이 궁금한 것이다. 이번에 나온 것은 정조가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편지를 묶은 어필첩이라고 한다.경매에 나오는 정조 국문 어필첩은 정조가 만 3~4세경부터 46세인 정조 22년(1798년)까지 큰외숙모 여흥민씨(驪興閔氏·큰외숙부 홍낙인의 처)에게 보낸 편지 16점을 모아 만든 어필첩이다. 예필(睿筆·세자나 세손 시절 쓴 글씨) 2점, 예찰(睿札·세자나 세손 시절 쓴 편지) 7점, 어찰(御札·왕 즉위 후 쓴 편지) 7점으로 구성돼 있다. ‘오래 편지 못하여 섭섭하더니 엊그제 편지 보고 든든 반갑습니다. 원손.’ 정조가 5~6세 무렵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편지. 표현이 꽤 성숙하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정조의 한글 편지가 많지 않은 데다, 7세 이전 아주 어린 나이에 쓴 한글 편지가 들어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1970년대 우리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봉서'는 지금의 '편지'다. 모음 '아래아'가 보이고 겸양보조어간도
2014-03-24 17:24어렸을 때 위인전기 몇 권쯤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은 늘 ‘존경하는 위인’이 있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때 기억이 있다면 상당히 뛰어난 인물들을 이야기 한 것 같다. 그러나 오늘 날 아이들은 조금은 거리감이 있지만 책을 읽은 아이들이라면 ‘에디슨’이나 ‘링컨’, ‘을지문덕’, ‘이순신’ 같은 이름을 그때그때 바꿔가며 말한다. 어릴 적 읽은 위인전기 속 그들은 초인이나 다름없었다. 책 내용도 한결 같았다. 어릴 때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어렵게 살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위대한 인물이 된다. 어느 책을 보더라도 판에 박힌 내용이다 보니 금방 흥미가 떨어졌고 그 후로 위인전기를 멀리했다. 얼마 전 서울시내 헌책방을 돌다가 발견한 책이 뿌리깊은나무에서 펴낸 '이 땅의 이 사람들'(1978)이다. 이 책은 잡지 ‘뿌리깊은나무’에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으로 일제강점기를 전후해서 살았던 지식인 마흔네 명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간추렸다. 일제강점 전후 ‘엇갈린 길’을 걸은 지식인 두 명씩을 비교하여 시인 고은, 문학평론가 김윤식·염무웅, 역사학자 이이화 등이 1970년대에 쓴 것이다. 시기를 그
2014-03-24 17:23불과 몇 년전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불필요한 전시성 행사나 정상적인 학교교육활동과 관련이 적은 활동들을 학교 자율에 맡겼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활동을 폐지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다. 그동안 사라진 것들이 많았지만 슬그머니 다시 새로 나타난 것들도 있다. 학교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들도 간혹 눈에 보인다. 규제를 할 만큼 중요성이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일선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각종 위원회이다. 대표 위원회에 통합하여 운영하라고는 하지만 전혀 성격이 다를 경우는 위원회를 별도로 두어야 한다. 물론 참여하는 교사들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교과 특성이나 위원회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교사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해당 부서에서 결정하고 통보해도 될 위원회들이 있다. 올해들어서도 계약직 교원 평가관리위원회를 꼭 구성하도록 했다. 기간제 교사채용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고자 하는 위원회 이지만 이로인해 매 학기초(기간제 교사나 강사를 구해야 하는 시기)에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우수기간제 인력풀에 올라있는 교사들을 채용하면 그나마 시간이 절약되지만 그래도 면접고사를 치르는 등 간단하지 않다. 점수화 하
2014-03-24 17:22세민아, 넌 과학에 관심도 많고 평소에도 호기심이 많으며 연구하고자 하는 의욕도 매우 높은 학생이라고 생각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물이 아닐런지? 네가 하루 사용하는 물의 양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고 있는지? 그리고 수도요금 고지서도 살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만일 어떤 사람이 매일 아침 15분씩 샤워를 한다. 1분 동안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2ℓ 페트병에 담아보니 3병이 나왔다. 1분에 6ℓ씩, 아침마다 샤워하면서 90ℓ를 쓰는 셈이다. 변기의 용량도 확인해봤다. ㄱ사에서 제조한 변기의 용량은 13ℓ. 한 번 손잡이를 누를 때 흘려보내는 물의 양이었다. 그렇다면 보통 하루 3회 화장실을 찾은 경우이다. 세탁기는 220ℓ 용량의 통돌이 세탁기를 사용했다. 제조사에서 설정한 평균 수치보다 1.5배의 물을 사용해 아침, 저녁으로 하루 2회씩 사용한다고 보고 하루 총 660ℓ의 물이 들어간다고 계산했다. 하루 2회 설거지에 사용되는 물은 총 49ℓ였다. 미리 물을 받아놓고 설거지하는 방식으로 바꿔 양을 측정할 수 있었다. 세탁기와 설거지에 드는 물은 가족 4명의 사용량이어서 4로 나
2014-03-24 17:21관일아, 아직도 넌 연구실에서 불을 밝히면서 연구를 하고 있겠지?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국토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내가 어릴 적 고향의 산에는 거의 나무가 없고 민둥산이 전부였다. 50년 전인 1964년만 하여도 한국의 1인당 GDP는 80달러 수준이 한국의 경제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한국이 6·25 전쟁 후 재건하는데만 한세기가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50년 전 한국은 전쟁의 상처가 채 치유되지도 않은 농업국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반세기도 되지 않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 TFT-LDC와 스마트폰 등 세계에서 1위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은 이미 선진 공업국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런 한국의 산업발전을 이룩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어 왔던 건 단연 과학기술이다. 한국의 산업발전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지켜 본 베트남 정부는 국가산업 발전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한국의 KIST와 같은 연구기관을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한국도 베트남의 훌륭한 인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잠재력을 미리 알아보고 베트남판 KIST(V-KIST)를 짓기로 했다니
2014-03-24 17:21해마다 봄이 되면 생각 나는 시 한 수.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다. 1980년대 후반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그 시가 실렸는데 수업시간 학생들과 함께 외운 기억이 있다.시인의 눈에서 봄을 바라보고 봄이 우리에게 교훈을 노래한 시다. 해마다 봄이 되면/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하략) 시인은 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르침을세 가지로 말했다. 봄처럼 부지런해라, 봄처럼 꿈을 지녀라, 봄처럼 새로워라. 우리가 삶을 봄처럼 산다면 지루함이 없을 것이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꿈을 지니면 희망이 있다. 하루하루가 늘 새롭다면 삶이 즐겁다. 필자는 해마다 봄이 되면 봄을 찾아 다닌다. 봄 흔적 찾기 준비물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필수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를 돌면서 봄을 찾고 가까운 산을 찾아 여리디 여린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다. 늘 바라다 보는 일월저수지는 수시로 찾는다. 얼마 전 야생화를 맞으러 수암봉을 찾았다. 작년 작품 사진 수준의 야생화 노루귀를 촬영한 적이 있다. 계곡 인근의 애기똥풀꽃, 괭이눈, 현
2014-03-24 17:21봄 소식을 빨리 전해주는 것은 산수유와 매화꽃이다. 우리나라 산수유의 주 생산지인 구례군에서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산동면 지리산 온천지구를중심으로구례군축제진위원회 주관, 제15회 구례산수유꽃축제가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열린다. 축제의 첫날이어서인지 축제 현장엔 일찍부터 차량 행렬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계획은 매화축제장을 거쳐 산수유 축제까지 가려 하였으나 매화 축제장의 행사장 안내 미숙으로 가는 길이 막혀 접근이 불가능하게 됨으로 포기를 하고 구례를 향하였다. 그만큼 겨울동안 꽃을 즐길 수 없었던 사람들이 봄 향기 가득한 꽃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축제장에는 사진기를 든 상춘객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으며, 산골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비롯한 각종 농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농촌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축제장을 돌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이장단이 주축이 되어 전통 방식에 의하여 찰떡을 쳐서 직접 만드는 곳에서 떡을 구입 간단한 요기를 하고, 농민들과 차를 마시면서삶의 애환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농촌의 장래를 걱정하는 것이며 농가의 부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예쁜 산수유 음료는…
2014-03-24 17:20인경아, 너의 한자 기억하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구나. 교장 선생님도 깜짝 놀랐다. 넌 현재도 몸도 건강하고 부지런하여 네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몰입한다면 상당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가 언어에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기는 어렵지만 한 인간이 습득할 수 있는 외국어의 최대치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최근 경향신문에 소개된 번역가 신견식씨(41)는 여러 외국어를 해독할 수 있는 ‘언어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가 해독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스웨덴어, 핀란드어,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그리스어, 일본어, 중국어, 라틴어 등 대강 헤아려도 15개가 넘는다니 상상이 어렵구나. 프랑스에서 불문학을 공부한 조동신 북21 해외문학팀장 이야기에 의하면 실제로는 아마 20개쯤 될 것이라며 더 놀라운 것은 현대 프랑스어나 현대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중세 프랑스어나 중세 스페인어처럼 해당 언어의 옛 형태까지 해독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씨는 “사전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는 수준은 당연히 아니다. 사전 없이 사회나 문화, 언어에 대한 글들을 대
2014-03-24 17:20이제 올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시끄러워지고 출마예정자,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243명, 지방의원 3687명, 교육감 17명 등 총 3952명을 선출하는 지방 선거의 서서히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거가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선거도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어서 축제와는 거리가 먼 아수라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번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두 명이 사퇴를 하고 광역 지자체장에 도전하고 있다. 국장급 인사도 명퇴를 하고 교육감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광역 지자체장은 국회의원 보선을 겨냥해 중도 사퇴해 물의를 빚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들도 여러 명 지자체장 출마를 위해서 사퇴할 징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공직 사퇴 후 출마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명분을 둘러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이 공직자의 약속 준수이다. 물론 공직을 수행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그것은 특별한 사안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약속 파기의 잣대도 국민과…
2014-03-24 17:19오늘은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다. 가장 공평한 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길이가 긴 것을 좋아한다. 공평하지 못한 생각이다. 공평한 저울추가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한 것이 좋다. 그래야 모두가 불평이 없어지고 말이 없어진다. 3월은 꽃의 달이다. 꽃이 피면 누구나 좋아한다. 꽃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이제 더 이상 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 꽃에 대해 애기하자면 한이 없을 것이므로/ 그러다 마침내 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므로//새벽 산책길에서/한낮의 호젓한 산길에서/행여 그 꽃을 보게 되면/그냥 생각만 하리/거들거리는 바람처럼…“이쁜 꽃이 피었네.”// 꽃을 생각만 하겠다고 한 시인은 무엇 때문에 생각만 하겠다고 했을까? 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꽃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가장 좋은 것이다. 꽃에 대해서 말을 하거나 손을 대거나 하면 그 아름다움이 훼손되고 만다. 꽃에 대해 너무 자랑을 많이 하면 그 꽃을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꽃이다. 아름다운 꽃이다. 순수한 꽃이다. 봄꽃은 언제가 힘든 겨울을 잘 견뎌내야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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