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절기를 지난 강마을은 봄의 시작입니다. 논둑에는 뽀얀 쑥이 머리를 내밀고, 매화가 하얀 얼굴로 몇 송이 인사를 합니다. 볕살 좋은 양지에는 파아란 봄까치꽃과 진홍 광대나물꽃의 벌써 꽃망울이 올망졸망 피었습니다. 그네들은 아직도 바람살이 매운 이 계절, 한 줌의 햇살에도 잎사귀를 돋우고 그 힘으로 작고 여린 꽃송이를 내밉니다. 그리곤 배고픈 벌들을 불러들입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설 수 없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큰 나무의 잎이 피기 전 바람살 매운 겨울의 끝자락이면 바지런 바지런 잎을 곧추고 꽃을 피웁니다. 큰 나무의 잎들이 기지개를 켜는 3월이면 그네들의 작은 꽃들은 여리디 여린 열매를 맺습니다. 힘없는 풀들의 생존전략입니다. 신분제도가 엄격하던 조선시대에는 사랑도 권력이었습니다. 천하디 천한 기생의 딸이었던 춘향이 양반의 아들을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랑을 굳게 지켜 정실부인이 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입니다. 어미가 기생인 경우 딸 역시 기생의 신분인 것이 당연한 시대에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는 그녀의 행동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신분의 장벽을 뛰어넘어 목숨 걸고 사랑한 춘향은 정말로 주체적인 여성
2017-02-21 16:10서울 정동에 배재학당, 이화학당을 중심으로 근대교육의 산실이 있다면 순천지방에는 매산등을 중심으로 신교육이 전개됐다. 21일 아침 8시 서울에서 한국교육자선교회(회장 김종화)회원 22명이 여수 손양원 목사 기념관과 애양원교회를 비롯해 광양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관, 순천시 기독교역사박물관을 둘러보는 성지 순례를 실시했다. 지금은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옛 흔적들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기록물들이 이를 증거하고 있다. 푸른 눈의 선교사들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는 것을 그들이 남긴 기도문(언더우드 선교사)에서 찾아 보면서 그 당시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의 의심과 멸시와 천대만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미지의 한국 땅에서 선교사들은 "은총의 땅"이 될 것을 믿고 기도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원도심 지역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매산등에는 1910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에 의하여 세워진 매산학교가 들어선 이후 호남 동부지역의 기독교 전파 산실이 됐다. 이 부근에는 순천의 명문 사립학교인 순천매산고,…
2017-02-21 15:50최근 방송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라는 판타지 로맨스로 제법 인기를 끈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말할 나위 없이 20회 전부를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재미나 황당한 전개는 다 그만두고 어찌된 일인지 연기자들 대사의 발음상 오류를 여러 번 발견할 수 있었다. 예컨대 “담배 꽁초 주서(주워)”(2016.12.7. 7회), “청소를 깨끄치(깨끗이) 하라고”(2016.12.22. 12회), “얼굴들이 나시(낯이) 익어”(2017.1.19. 19회) 등이다. 각각 성동일⋅전지현⋅문소리 대사인데, 이것들은 ‘주워’, ‘깨끄시’, ‘나치’로 발음해야 맞다. MBC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가령 MBC 월화특별기획 ‘불야성’을 보자. 1월 24일 종영한 ‘불야성’엔 “완전 깨끄치(깨긋이) 입었어”(2016.11.21. 1회)라든가 “세진씨도 그것 때문에 밤나스로(밤낮으로)”(2016.12. 3. 14회) 따위 발음상 오류가 보인다. 각각 유이와 진구의 대사인데, 밤낮으로’는 ‘밤나즈로’라 발음해야 맞다. 또 지난 해 11월 15일 막을 내린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보자. 어찌된 일인지 첫 방송에서부터 주인공 차금주 역의 최지우는 ‘깨끄시’
2017-02-21 15:42트레킹(Trekking)이란 무엇일까? 둘레길 여행이라 해도 좋고 산길 도보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트레킹은 등산과 하이킹의 중간단계다. 등산은 정상 정복을 목적으로 하지만 트레킹은 산기슭을 걸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서 산기슭은 지형에 따라 해안가로 대체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세류 트레킹 클럽 길’(약칭 ‘길’) 운영진과의 만남이 있었다. 재작년 10월 클럽을 결성했는데 올해 1월 26차 트레킹을 다녀왔다.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정기 트레킹이 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차수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산악회가 전성기를 이뤘지만 지금은 그에 못지않게 트레킹 클럽 인구가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 트레킹 인구의 저변확대는 인생 100세 시대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길’을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송효석(67). 그는 창립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2013년 여름, 산악회 등반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 정복을 한 회원은 15명이고 30명의 대다수 회원들이 계곡에 발 담그고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이대로 등산모임을 추진해서는 안 되겠고 대체 모임을 만들어야겠구나 하고요.”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회
2017-02-14 15:41오늘 2월 10일은 아침부터 날씨가 쌀쌀하다. 죽도봉길을 오르는 사람들은 10시가 되면 모인다. 일상을 살다보면 힘들어진다. 10여분만 오르면 대숲길을 지나 둘레길에 접어든다. 길평지 바람보다 산속이 더 아늑함을 느낀다. 인사를 나누면서 걷기를 시작했다. 새롭게 만나는 얼굴도 있고, 쉬었다가 오랫만에 얼굴을 보인 회원도 있다. 이런 만남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다. 봉화산 죽도봉에는 강남정이 자리잡고 있다. 산사의 모습과 비슷하여 어늘 산사 이야기를 되세겨 보았다. 어느 산사에 찾아가 머물던 객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포장이 몹시 꼼꼼하게 된 소포가 왔다. 가위를 찾아 포장된 끈을 자르려고 할 때 노스님이 말씀 하셨다.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다.” 포장 끈의 매듭을 푸느라 한동안 끙끙거리며 객인은 짜증이 났다. 가위로 자르면 편할 걸별걸다 나무라신다고 속으로 구시렁 거렸지만, 객인은 끙끙 거리면서도 결국 매듭을 풀었다. 다 풀고 나자 노승께서 하시는 말씀이, "잘라 버렸으면 쓰레기가 됐을텐데, 예쁜 끈이니 나중에 다시 써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천진하게 웃으시더니 말씀을 덧붙이셨다. "잘라내기 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인연처럼…" 이보
2017-02-11 12:47시장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시장의 역사는 길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조그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순천의 아랫장에는 젊은 상인들이 파는 판매대가 고객들로 줄을 서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전국적으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통시장은 재생하지 못하고 돈만 낭비하는 것을 본다. 참으로 안타깝다. 사과를 파는 가게도 상품을 어떻게 진열하는가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인간은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마음을 사로잡을 과학을 알아야 한다. 색상, 동선 등 단순한 것 같지만 인간은 시각에 의하여 상품을 선택한다. 누가 봐도 어느 가게에서 상품을 구입할 것인가는 다 알게될 것이다. 이제 시장은 단순히 물건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화점을 찾는다. 큰 백화점에서는 쇼핑을 하고, 먹기도 하고,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시장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전통시장이 쇠퇴하고 있는 큰 이유는 변화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대한 충족을 못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도 좋
2017-02-10 00:00우리는 건강한 삶을 꿈꾼다. 건강한 삶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작은 마을을 만들고 사람이 많이 살게 되는 도시를 만들었다. 여러 도시들이 우리 나라 안에 있지만 순천시는 행복한 도시중의 하나이다. 그 순위에서는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여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2월 3일 금요일은 걷기를 하기로 정한 날이다. 봉두레 회원들과 더불어봉화산 둘레길 걷기를 하였다. 중간쯤 걷다가 순천만 방향을 바라보니 먼곳으로 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옛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같이 발전하는 곳이 있다면 그림자처럼 쇠퇴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이 단지들을 보면서 '이 아파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철도관사마을이 눈 안에 들어왔다. 이 마을은 1930년대 조성됐지만 그때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멀리 보이는 고층의 아파트가 겉으로는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그럴듯하지만 이같은번드르한 집들이 꼭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핵심은 우리 가슴 속에 무엇을 품고 살고 있는가이다. 건물로 닫히고 단지로 닫힌 마을은 생기가 없다. 마을도 인체의 오장육부와 같아서 소
2017-02-04 20:082016년 11월 16일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동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KBS ‘오 마이 금비’, MBC ‘역도 요정 김복주’,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이 그것이다. 시청자들은 때 아닌 채널 선택의 행복한 고민을 가져야 했다. 반면 방송사들은 성공 여부에 대한 조마조마함으로 피를 말렸을 법하다. 필자 역시 무얼 시청하지 하는 고민을 겪은 후 ‘푸른 바다의 전설’로 정했다. 사실은 판타지 따위를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출산까지 마친 전지현(심청 역) 출연이 시선을 끌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을 메인 시청으로 하고, 두 개의 드라마는 시청률 등 상황에 따라 추후 재방송을 보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런 계획은 금방 무산되고 말았다. ‘푸른 바다의 전설’ 시청률이 두 드라마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싱겁게도 수목드라마 대전이 방송 첫 주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6.4%로 시작한 ‘푸른 바다의 전설’은 최고 시청률 21.0%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물론 평균 시청률을 따지면 20%가 못되는 것이어서 ‘푸른 바다의 전설’이 대박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다. 연말 대형 특집프로인 ‘KBS가요대축제’와 ‘MBC연예대상’을 보라는 의도였는지
2017-02-01 14:26전주는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다.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여 전주를 찾았다. 열차를 타고 가는 길목에는 눈 쌓인 모습들이 겨울 정취를 더했다. 도착하면 한옥 양식의전주역사가 맨 처음 방문객을 맞아준다. 전주 한옥마을은 한국의 전통 건축인 한옥이 집단을 이뤄 선의 아름다움을 선사하여 준다. 설날을 맞이하여 한복차림의 가족 단위 관광객도 눈에 띈다. 한복 체험을 담기 위해 한복 대여점도 눈에 띈다. 부근에는 조선왕조의 상징인 경기전을 둘러 볼 수 있다. 경기전 정전과 전주사고 하마비, 그리고 예종대왕 태실 및 비가 있으며, 2010년에는 어진박물관을 개관했다. 한옥마을 가까이 전동성당이 자리잡고 있어 천주교의 박해 역사와 아름다운 건축양식을 볼 수 있다. 주변에는 선운사, 고창읍성 등 역사문화탐방 코스가 있어 언제든 여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여행 10선' 중 한 곳이라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하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가 일어나 윤지충과 권상현이 처형당한 순교지이다.
2017-01-30 22:41지난 해 11월 19일 배우 유아인과 이준이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1주 전 이미 100만 명 넘는 시민이 참여한 촛불시위는 이후 규모가 계속 커졌다. 190만, 232만 명이 되더니 마침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루어냈다. 대통령 직무정지를 불러온 최순실 정국이 온나라를 요동치게 하던 그 무렵, 그러니까 2016년 11월 21일 MBC월화특별기획 ‘불야성’이 방송을 시작했다. 수상한 시절인지라 정경유착이니 비선실세가 등장하고, 돈을 탐하는 욕망이 두 여배우 이요원(서이경 역)과 유이(이세진 역)의 워맨스로 펼쳐질 ‘불야성’도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웬걸 첫 회 6.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시청률은 2회에서 7.2%로 반짝 상승했을 뿐 20부작 내내 4%대에 머물렀다. 새해 들어서는 3%대로 하락하더니 1월 24일 마지막회 시청률은 4.3%를 기록했다. 오히려 조기 종영되지 않고 20회까지 완주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의 저조한 시청률이다. 그러고 보면 아직 워맨스는 시기상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워맨스는 우먼(women)과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다. 매우 애틋한 감정으로 친밀하게 지
2017-01-30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