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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함께 걷는 인생상담소]존경받는 ‘진짜 어른’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

⑪ 후기 성인기-은퇴 준비

 

흔히 은퇴 준비라고 하면 적당한 자산과 건강 등 노후의 안정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은퇴 준비의 중심에 있어야 할 과제는 그 어떤 것보다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 나이가 든다고 해서 누구나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 아냐

인지, 공감능력 갖는 노력 필요

 

사전적 의미로,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것보다 진짜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은퇴 준비이며, 또 그것이야 말로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있어 필수적이면서 본질적인 이슈라 할 수 있다.

 

나이를 막론하고 어른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는 단연코 지혜일 것이다. 지혜는 삶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다. 성인발달 연구에 큰 공헌을 한 발테스(Baltes)는 지혜를 구성하는 요소로 풍부한 경험, 높은 인격, 자기반성과 모순의 인식, 동요하지 않는 정서, 합리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능력, 문제에 대한 통찰력, 좋은 대인관계 능력,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언급했다. 이렇게 보면 지혜는 지식이나 지능과는 다른 인지적 능력이다. 또한 지혜는 인지능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함하는 통합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든다고 모두가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혜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전문성과 판단력으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혜를 획득하기에 용이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진짜 어른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보다 더 지혜로운 어른이 될 수 있다.

 

진짜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로 첫째,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어느 날, 매일 찾는 운동센터의 안내 데스크 직원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센터를 찾는 사람들을 응대하는 것을 목격했다. 사우나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 직원에 대해 좋지 않은 말들을 내뱉었다.

 

그 직원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다느니, 인성에 문제가 있다느니 별의별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그러던 중 한 중년의 여성이 대화에 끼어들어 “몸이 아픈 거 아닐까요? 아니면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이런 저런 사람들을 응대하다 보면 쉽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사우나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잠시 후 그 중년 여성은 젊은 데스크 직원에게 “많이 피곤하지요? 이른 아침에 고생 많아요”라고 살갑게 인사를 건내며 센터를 떠났고, 젊은 직원은 그 중년 여성에게 “고맙습니다”라며 미소로 응대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아, 진짜 어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 여성의 어른스러운 넉넉한 마음은 사우나 내부의 어두운 기운을 걷어내고, 젊은 데스크 직원의 표정을 웃음으로 바꾼 것이다.

 

넉넉한 마음과 자기성찰로

타인에게 좋은 영향 미쳐야

 

둘째, 자기 성찰에 관심을 갖자. 인간에게 완성된 인격은 없다. 죽을 때까지 미숙하다.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더 성숙하며 더 단단해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어쩌다 사장’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유명 배우들이 열흘 동안 한 마을에 슈퍼마켓의 사장이 돼 장사하는 모습을 찍는 컨셉이었다. 사장님을 대신해서 장사를 시작하는 첫 날, 사장님이 인수인계 겸 편지를 적어둔 장면이 나왔다. 편지글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랬다.

 

‘잠에서 일어나며 감사합니다 하며 불을 켭니다. 가시는 분 오시는 분 길을 밝혀주듯. 그리고 아침을 먹어요. 어쩌다 아침을 못 먹으면 기운이 없어 움직이기 힘이 들어요. 그래서 아침을 먹으려고 노력을 해요. 내가 기분이 좋아야 오는 분들도 마음이 편할 거라 믿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어른의 소소한 자기성찰이자, 성찰에서 비롯된 삶의 노하우인 것이다. 일상에서 자신의 행동과 그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과 결과들을 인식하며 행동을 실행한다.

 

셋째, 가치있는 일에 몰입해 보자. 설사 돈이 안되는 일이어도 좋다. 오랜 경험으로 습득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사회에 대한 기여로 해봐도 좋고, 그게 아니라면 새로운 경험으로 무언가 시도해도 좋다.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반드시 즉각적인 경제적 이득이 뒤따라야 의미있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하지만 노후를 위한 경제활동은 최소한의 소득과 소비의 밸런스만 유지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가치있는 일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가 없다. 활동 자체에서 자신만의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난 코로나 기간 지금껏 해 온 많은 일들에 제약이 있었지만, 그 덕에 새롭게 시도해 본 일들이 많았다. 돈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큰 돈은 아니지만 돈이 들기도 했으며, 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이 없게 힘든 활동들도 있었다. 그 중 가장 긴 시간 몰입했던 활동 중 하나는 뜨개질이었다.

 

유튜브에 나오는 전문가의 설명을 따라 복잡한 기호를 읽어가며 한 땀 한 땀 뜨다보니 여러 작품들이 완성돼 갔다. 강의로, 상담으로 머리 쉴틈없는 삶에 몸뿐만 아니라 생각도 잠시 멈추는 미학을 배울 수 있었다. 내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가치있는 일이었다. 가치와 의미는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한 가치있는 일에 몰입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는 자세 필요

 

넷째, 새로운 배움에 열린 마음을 가져보자. AI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어른에게도 생존을 위한 학습과 습득이 필요하다. 오랜 경험에 의한 전문성과 노하우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그것만 고집하다가는 세상과 동떨어지기 쉽다.

 

젊은이들에게 가르침을 줘야 한다는 의젓한 자리에서 내려와야 젊은이와 소통하고 젊은이에게도 배울 수 있다. 무인 상점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과 같이 삶의 편의와 관련된 것들을 젊은이들에게 학습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 어른이지만 젊은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도움을 청하고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른인 나도 모르는 것이 있고, 또 모를 수도 있다. 더욱이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모르는 게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이 사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어린 사람에게 들켜도 괜찮다. 사실 들키고 말고 할 정도의 조마조마한 일도 아니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들키려 하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불통의 가짜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다.

 

겨울왕국 2의 OST 중 등장인물인 울라프가 부르는 ‘어른이 된다는 건’이라는 노래가 있다. 겨울왕국을 열광했던 아이들은 과연 이 노랫말의 의미를 알까 싶을 정도로 정말 생각해 볼 것이 많다.

 

어른이 돼보면 그땐 알게 될까?

모든 게 다 이해가 될까?

좀 더 철이 들고서 나를 돌아본다면 다 별일 아닌 것이 돼버릴까?

 

나이가 더 들고나면 알까?

마법의 숲에 왔던 이유를

난요 무섭지 않죠 눈도 깜짝 안하죠

좀 떨리고 좀 땀이 날 뿐야.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과 날 맞추는 것

성숙해지면

내가 단단해지면

으스시한 게 쳐다봐도 괜찮을 거야

 

나 어른이 돼 보면 그땐 알까?

모든 일이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하루 종일 꿈을 꿔 어른스러운 내 모습

나이가 들면 모든 게 다 이해가 될까?

다 괜찮아.

 

겨울왕국 2 OST-어른이 된다는 건

 

나는 어떤 어른인가. 어떤 어른을 꿈꾸는가. 진짜 어른으로 더 성숙하고 단단해지면, 더 많은 것들이 이해되고, 아픔들이 별 것 아닌 것이 되며, 무섭고 두렵던 것들이 닥쳐와도 조금 떨리고 땀이 날 뿐 괜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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