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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본질적 행정업무 이관·폐지 실천 중요해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첫 출근하는 선생님,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고대하던 선생님의 손에 떨어진 건 종이컵과 쟁반이었다. 강당과 식당, 교무실, 1층부터 4층 각 복도의 끝과 끝에 이르기까지 정수기 수질검사 명목으로 정수기 물을 갖고 오라는 행정실장의 지시를 듣는 순간 첫 수업과 교육활동의 꿈은 사라졌다. 그리고 끝없는 행정 잡무가 시작됐다.

 

교원에게 떠넘겨지는 비본질적 행정업무는 이렇듯 교육활동을 망치는 주범이자, 또 다른 형태의 교권 침해다. 교총은 이 같은 문제 인식에 기반해 교권과 함께 비본질적 학교 행정업무 이관·폐지를 가장 핵심적인 정책과제로 밀어붙여 왔다.

 

교총은 교육부 장관과의 첫 대면자리에서 교총이 만드는 행정업무 이관·폐지 방안을 교육부가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이후 유·초·중등 학교급별은 물론 전담교사부터 중등 교과담당, 담임, 부장, 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 교감·교장 등 모든 교원의 요구를 전국단위로 수집했고,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또 한편에선 교육부 실무부처와 행정업무 경감 세부 방안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결과 드디어 지난달 23일 교육부에서 종합방안에 대한 초안이 발표됐다.

 

이번 교육부 방안이 갖는 의의는 자못 크다. 무엇보다 과거 관례적으로 나왔던 정부 방안과 가장 큰 차이점은 교원 요구가 기반이 된 각종 정책대안이 만들어진 상향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일회성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교원의 비본질적 행정업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관받는 전담 기구를 법제화한다.

 

교원들 요구 담은 교총안 반영 반가워

진정한 변화 위한 후속조치 이뤄져야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정수기·운동장 관리, 학교 주변 시설 점검, 교육비 지원사업 등 비본질적 업무를 외부 기관으로의 이관하고 지속 발굴·이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굳이 맡지 않아도 되는 행정업무를 학교내 갈등의 씨앗으로 남겨두지 말고 학교 밖으로 빼내라는 요구가 실현됐다.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 않는 행정업무 부담을 사전에 걸러내고, 정책 도입 이후에도 계속 행정업무 부담 여부를 점검해 제한할 수 있는 ‘학교 밖 업무 부담 유발 요소 규제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도 큰 변화다.

 

온라인 출석관리 시스템, 30개가 넘는 위원회를 10여 개의 위원회로 통·폐합하는 방안 등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업무도 교원들의 개선 요구에 따라 효율화 하는 방안도 담겼다. 기존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지거나 동료 선생님께 자문을 구하며 알음알음 배우던 보직 업무, 담임 업무, 각종 분장 업무에 대해서도 쉽고 체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업무 지원 매뉴얼’ 보급도 추진된다.

 

무엇보다 이 같은 과제들이 1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관·경감될 수 있도록 교원단체-교육부-교육청이 함께하는 ‘업무경감 과제 발굴 네트워크 구축’도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제 청사진은 잘 그려졌다. 다만 이 과제들이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지원청 단위로 설치되는 학교지원 전담기구의 법적 기반 마련이 빠르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달 발표 예정인 교육부 최종방안에는 행정업무경감을 위한 연차별 예산 투입 규모와 인력 확보 계획이 명확히 담겨야 할 것이다.

 

교원들의 손이 행정 서류가 아닌 아이들의 손을 맞잡을 수 있게 된다면 진정한 교육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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