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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이병삼 강진교육장, 남은 시간 지역사회 역사 연구인으로 살고 싶다

평교사 30년·교감 4년·교장 2년, 교육연구관 1년·장학관 4년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작은 학교 희망키우기, 교육발전특구선정, 생태전환 교육 등 성과
다산 아학편 출간, 지역사회 연구하는 역사인의 삶 추구
강진미래교육지구는 ‘돌봄-배움-삶의 이음교육, 미래교육 1번지 강진!’ 선도

'바람이 거세게 불수록 연(鳶)은 더 높이 난다'고 합니다. 비록 교직을 떠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혼란은 더 큰 발전을 위한 반걸음 후퇴라 생각하시고, 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따뜻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함께 손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전남 강진 출신의 이병삼 강진교육장이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3월부터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그의 생애를 짧게 요약하면 강진 성진북국민학교 5학년 때 서울 작은 아버지 집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동대문상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은행이나 대기업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취업에 실패한 그는 과감하게 진로를 선회, 전남대 국사교육과에 입학해 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1989년 경기 강화도 강남종합고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한다.

전교조 활동 해직 칼바람을 피해 교직발령 6개월 만에 고향인 전남으로 내려온 그는 1990년 해남여중에서 교직생활을 이어간다. 이를 계기로 해남에서 14년 등 25년의 평교사 생활을 하다 전남생명과학고 교감, 지명고 교장, 해남학생교육원 연구관, 전남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 삼호고 교장을 역임한 후 지난 2023년 3월 1일자로 강진교육장으로 임명돼 2년간 근무했다. 오는 2월말 정년퇴직을 앞둔 이병삼 강진교육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 지난 교직생활을 회고해 간략히 소개해 주십시오.

=특히 저는 해남에서 중학교, 전문계고, 일반고 등 14년간 다양한 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전교조해남지회장을 맡았던 1994년은 해직교사 복직이 이뤄진 해였습니다. 10여 명의 해직교사가 해남으로 복직했습니다. 덕분에 해남지회는 활기찼으며, 지회 활동 범위도 확대됐습니다.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교육감이 과반 넘게 당선됐습니다. 전남에서도 전교조의 지원을 받은 장만채 순천대 총장, 전교조위원장 출신의 장석웅 교육감에 이어 해직교사 출신의 김대중 교육감이 잇따라 선출됐습니다.

특히 이 교육장은 “김대중 교육감은 지난 2024년 5월, ‘대한민국 글로컬미래교육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교육대전환’의 바람과 함께 전남교육청이 개발한 ‘공생교육’, ‘글로컬교육’, ‘K-에듀’, ‘인문독서교육’ 등의 용어가 교육부나 타시도에서도 사용하는 일반용어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장은 “압해종고, 도초고, 강진고, 삼호고 등 평교사로 근무하면서 농산어촌우수고와 기숙형고등학교 사업을 맡아 추진해 성과를 거둔 점도 보람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교육장님께서는 30년간의 평교사 생활을 거쳐 교감, 교장, 전문직 등 교육행정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전문직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간력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2014년 3월, 교감으로 승진했습니다. 승진에 뜻을 세우고 섬 생활을 시작한 게 2003년이었으니, 11년만에 얻은 개인적인 성취입니다. 이 기간 동안 압해종고(1년)-도초고(2년)-강진고(3년)-도초고(4년)-삼호고(1년) 등 옮겨 다닌 학교만 5곳입니다. 섬 생활 7년, 육지 생활 4년 동안, 승진을 그만둘까 생각한 게 여러 번이었습니다. 승진은 곧 교육행정가의 길로 들어선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교감 4년, 교장 2년, 교육연구관 1년, 장학관 4년, 모두 11년 동안 다양한 교육행정 경험을 하게 됩니다. 2018년, 지명고 교장을 지내다 장석웅 교육감 시절인 지난 2019년, 전남학생교육원의 교육연구관으로 전직하게 됩니다. 이어 지난 2020년, 도교육청 조직개편으로 새로 만들어진 ‘민주시민생활교육과’의 보직 장학관으로 옮기게 됩니다. 지난 2년 동안 강진교육장으로 교육의 본령을 고민하는 직책을 수행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직을 수행할 때 민주적 리더십보다 법령과 규정을 앞세울 때가 많았습니다. 교직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견지했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김대중 교육감 취임 이후 지난 2023년 3월 1일자로 강진교육장으로 임명된 이 교육장은 ▲작은학교 교육력 회복하기 ▲지역에서 세계적 보편성 찾기 ▲공생의 교육생태계 구축을 강진 지역교육의 현안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작은학교, 희망키우기 △다산 아학편, 강진의 얼과 지혜 잇기 △교육발전특구,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생태전환 교육, 생태시민으로 거듭나기 △민관산학 협력으로 공생의 교육생태계 구축에 매진해 왔다.

▲ 정년퇴직의 소회와 함께 향후 계획, 후배 교육자들에게 전하는 말씀은?

​=고향에서 2년간의 교육장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지원청 식구들의 지원과 신뢰 덕분입니다. 그동안 여러 풍파가 있었지만, 우리 지원청 식구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년 이후의 삶을 인생 2막이라고 말합니다. 인생 2막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오로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다 가야겠지요. 정년퇴임의 소회를 자문해 보면, 머리 속에 세 마디가 떠오릅니다.

​“감사하고, 시원하고, 미안합니다”

먼저 ‘감사’합니다. 교직생활 동안에 만났던 수많은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교직생활 36년을 견디게 한 힘은 당연히 학생들한테 받았습니다. 활력 넘치는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 힘으로 교직생활을 후회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으니 ‘시원’합니다. 교직 생활이 길어지면서 직무에 대한 책무감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솜털처럼 가벼워집니다. 관직의 무게를 어떻게 견뎠는지 스스로가 대견합니다. 그래서 ‘시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안’합니다.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이들에게 더 잘해 줄 걸 하는 생각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특히 학생들을 더 챙겨주고 배려할 걸 하는 후회가 남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며 어떻게 살까,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게 맞았을까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또한, 나의 곁에서 함께 교육활동을 펼치고 지원해준 동료 직원들에게 더 많이 격려하고, 더 많이 고맙다고 다독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이 교육장은 "퇴직 후 교직 생활을 하면서 부여받은 ‘선생님’, ‘교장 선생님’, ‘교육장님’의 호칭에서 벗어나 지역사를 연구하는 ‘역사인’이 되고,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교직생활 동안 굳어진 사고의 틀을 벗어던지고 '탕유(宕遊)와 청완(淸玩)'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 책을 읽고,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면서 옛사람과 대화하며 거기서 자유로이 대화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탕유(宕遊)란 자유롭고 걸림 없는 삶을 의미하고, 청완(淸玩)이란 고독한 자아가 자연과 대화하며 자연을 자신의 의식 속에 내면화해 만족감을 느끼는 삶을 의미한다.

이 교육장은 "또 비움을 실천하는 삶, 가족과 함께 하는 삶, 지족상락(知足常樂)의 일상을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장은 “그동안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고 차분하게 교단을 정리하고 싶었다”면서 “내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간 저술했던 역사 관련 연구물을 정리해 정년문집으로 출판했다”고 말했다. 이 문집에는 △월례조회 인사말 △언론보도 △일상의 회고 △논문이 실리고 ‘논문’을 제외한 세 꼭지는 교육장 재임 시기에 추진했던 주요정책이 실렸다.

이병삼 교육장은 다음 말을 끝으로 전남교육계 동지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늙어가는 길’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고 시인 윤석구는 노래했습니다. 정년 이후 저의 삶도 ‘처음 가는 길입니다.’,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이 너무나 어렵’더라도,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저문 해를 향해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당차게 걷고 싶습니다. 시인 윤석구의 시 ‘늙어가는 길’을 나직하게 낭송해 보면서 정년 이후 제 삶을 그려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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