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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직급 늘리면 전문성도 높아질까

 

교사자격제도의 다단계화를 통해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동기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는 논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이후 전문성 개발을 위한 동기유발 기제가 부족하다는 논의는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교사의 자격체제에 대한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화두가 되어 왔다. 

 

교사자격제도의 다층화가 강력한 동기부여로 직결되려면
교사자격제도를 다단계화하는 것이 어떻게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동기 부여로 직결될 수 있을까? 이는 현재 ‘2급 정교사 → 1급 정교사 → 교감 → 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체계가 승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동기유발이 될 뿐,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동기유발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교사자격제도가 다단계화된다고 하여 그것이 교사들의 전문성 계발을 위한 동기유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인지는 사실 별개의 문제이다. 교사 스스로 다음 단계의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교사는 1급 정교사의 자격 수준에서 머물러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사자격제도의 다층화는 교사 스스로 상위자격의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 강한 자극이 되어야 하며, 이는 교사들이 진정으로 전문성을 함양하는, 나아가 교수직이 존경받는 교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브룸(Vroom)의 기대이론에 따르면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힘은 자신의 노력이 과업의 성취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성과기대(Expentancy)와 좋은 성취는 인정되어 보상받을 것이라는 보상기대(Instrumentality), 보상에 대한 매력이나 가치에 대한 평가(Valence)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발된다고 한다.

 

즉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한 다각의 노력을 수행하고, 그 결과로 임금 인상이나 인센티브를 부여받고, 나아가 승진과 같은 보상을 받게 되면 자신의 목표를 만족시키게 된다고 믿는 ‘동기’가 지속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가능성과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동기는 바로 그 ‘주관성’에 대한 확신·믿음·신념에 의해 유발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해외사례 _ 미국과 일본의 교사 전문성 향상 제도 
미국 대부분의 주는 교사자격 취득 이후 지속적인 전문성 관리를 위한 자격갱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교원연수 과정과 석사학위 취득 등의 기본 요건 충족을 통해 교사의 질을 향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교사들의 개인적인 성장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침으로 ‘자격갱신매뉴얼(Licensure Renewal Manual)’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10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270점의 전문성 개발 포인트를 완료해야 한다(Virginia Department of Education, 2023). 일리노이주에서 교사자격증(Professional Educator License)의 갱신은 5년 갱신인증서(Five-year renewal certificate)와 10년 갱신마스터인증서(10-year renewal master certificate)로 대별된다.

 

교사들의 갱신을 위해서는 대학과정과 CEUs/CPDUs를 통한 120시간의 전문개발교육 이수, 혹은 National Board for Professional Teaching Standards(NBPTS) 인증과정 완료, 혹은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서 8학기 시간의 대학과정 이수 등의 절차가 요구된다. 이러한 자격갱신제는 교직에서 상위 단계로의 역할 부여 및 퇴출의 명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

 

반면 일본은 10년마다 갱신을 요구했던 ‘교원면허갱신제도’를 폐지하고 교원별 연수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교원연수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GLOBAL epic, 2021.12.08.). 이는 교원면허 갱신을 위한 30시간 이상의 강습과 수강료로 인해 교원의 업무 및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개인별 연수이력의 체계적 관리는 실제 교원의 역할과 업무에 근거하여 어떠한 연수가 부족 상태이고, 어떠한 연수 지원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전문성에 특화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러한 해외사례에 근거해 볼 때 우리나라의 교원직급체계가 가지는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교수직의 전문성을 함양하는 데 있어 직급체계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 교수직의 자격갱신체계와 관리직의 승진체계가 한 트랙 속에 혼재되어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교직생애에 걸쳐 교수직의 전문성 함양은 결국 관리직으로의 승진에만 간접적으로 활용됨으로써 교사들의 지속적 전문성 함양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 수석교사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교직사회에서 교수직에 대한 존중과 우대는 미약하다는 점, 관리직으로의 승진을 위한 점수평정제는 교수직과 관리직 어디에도 실질적 기여를 못 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교원의 직급 다단계화 방안에 대한 제언
이런 점에서 수습교사제나 선임교사제 등 교원직급체제 다단계화 논의는 필요성 여부를 떠나 상당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교원정책들이 교사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책들이었다기보다 가히 위해(危害)적 수준의 정책들이 대부분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교원직급의 다단계화를 위한 목적과 도입 취지는 여전히 교수직의 우대와 존중 문화가 부족한 학교현장 문제를 해결하고, 거의 바닥 수준에 이르고 있는 교권을 보호하며, 교육공동체와 사회로부터 그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접근이자 관점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원직급의 다단계화에 대한 논의가 마치 지금의 교사들은 전문성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프레임 속에 도입의 정당성을 논하거나, 교원의 직급이 다단계화되면 자연스럽게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 동기가 유발되고 교수학습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에 빠질 우려에 대한 노파심이다. 


교사들은 지금도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학생의 성장과 행복을 누구보다 우선시하며, 학교현장에 들어오는 제도와 정책들을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성실하게 수행하는 존재들이다. 


모든 교원정책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급 다단계화 역시 그러한 교사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존중해주고 우대해 줄 것인지, 그러한 교사들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임용 1년 만에 퇴직하는 교사 비율이 날로 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교직은 어떠한 매력으로 그들을 머물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 이상 내재적 동기(가르치는 즐거움과 교과 자체에 대한 사랑)와 이타적 동기(개인과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기여와 봉사)로 입직하는 교사들을 개인적 동기(직업적 안정성)로 묶어 놓을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원의 직급 다단계화 방안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첫째, 교사로서의 전문적 위상을 높여주고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즉 승진의 개념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었음에 대한 승인의 개념이다. 


둘째, 교원의 직급에 따라 학교 안에서의 역할 및 역할기대가 규명되어야 한다. 즉 직급별로 그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달라져야 하며, 그러한 역할에 필요한 역량은 직급을 올리기 위한 일련의 노력 속에서 갖추어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석교사에게 수업시수 감면과 교수직의 멘토 역할을 부여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이며 이에 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계는 학교현장과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관리직을 일정 수준에 도달한 교사에게 요구되는 추가적인 역할로 설정함으로써 교수직의 특정 직급 내에서 관리직으로 나아가게끔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교수 행위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하고자 함이며, 교수직의 전문성이 우대되는 학교문화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학교장의 권력이 합법적·보상적·강제적 권력이 아닌 전문적 권력에 기인하게 하기 위함이다. 학교장이 진정으로 ‘소속 교원을 지도·감독’하게 하려면 그들은 응당 교사들보다 조직을 운영하는 전문성과 교육 행위의 전문성을 더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직급의 상승은 대학원과정과 연수과정의 체계적인 조합을 통해 기본 요건이 충족되면 직급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되 해당 직급에 올랐을 때는 이에 합당한 존중과 대우로서 최소 3호봉(대학원과정과 연수과정) 이상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교사 자격을 다층화하는 것과 지속가능한 교사 전문성의 질적 성장은 서로 별개의 문제이다. 진실로 교사 전문성 신장을 바란다면 이 둘의 조합을 어떻게 화학적으로 이뤄낼 것인지 학교현장 교원들과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며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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