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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과 문학] 메리골드 색깔과 꽃말로 쓴 힐링 소설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과 함께 근래 유행하는 ‘힐링 소설’ 중 하나다.


소설은 주인공 ‘지은’이 ‘메리골드’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마음속 얼룩을 지울 수 있는 마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옷에서 얼룩을 빼듯 마음 세탁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픈 기억을 잊게 할 수 있다. 소설 등장인물들이 아픈 기억을 잊으면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것처럼 상당수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 같다.


소설 제목에도 나오는 메리골드(marigold)는 팬지·페튜니아·베고니아·제라늄 등과 함께 도심을 장식하는 길거리꽃 중 하나다. 노란색 또는 황금색 잔물결 무늬 꽃잎이 겹겹이 펼쳐진 모양의 꽃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독특한 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꽃 이름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메리골드 사진을 보면 “아, 이게 그 꽃이야?”라고 할 정도로 길거리에 흔한 꽃이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많은 꽃 중 왜 메리골드일까 궁금했는데 메리골드가 주인공의 ‘엄마가 좋아하던 꽃 이름과 같은 이름의 도시’여서 고른 동네라는 대목이 있다. 주인공이 환생을 거듭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 헤매는 것이 소설 뼈대 중 하나인데 주인공이 방황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오늘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날, 메리골드가 선명하게 등장하고 있다.

 

순간, 주변을 동그랗게 맴돌고 있던 꽃잎들이 빠르게 회전하며 주황색으로 변색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심장에 포갠 손을 하나씩 천천히 떼어낸다. 흔들리던 꽃잎들이 삽시간에 심장으로 빨려 들어온다. 마지막 꽃잎 하나를 손에 쥐고 자세히 살펴본다. 메리골드다. 이 도시와 같은 이름의 꽃이다. 양손으로 조심히 꽃잎을 쥐고 꽃말을 나지막이 읊조려본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무엇이 행복이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나는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를 멈추고 싶어. 생의 방랑과 방황을 멈추고 오늘을 살아가고 싶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소설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메리골드 꽃말을 중요한 포인트로 사용했다. 메리골드는 다른 원예종처럼 다양한 색과 종류의 꽃이 있다. 한 꽃송이에 주황색과 노란색이 함께 나타나는 프렌치메리골드는 만수국, 주황색 또는 노란색만으로 피는 아프리칸메리골드는 천수국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천수국이 만수국보다 꽃이 크다. 그냥 둘 다 메리골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필자는 메리골드 하면 발리가 떠오른다. 발리에 가보니 어디를 가나 메리골드를 볼 수 있었다. 우선 발리 사람들이 신에게 바치는 ‘차낭사리(Canang sari)’에 메리골드가 빠지지 않았다. 차낭사리는 힌두교를 믿는 발리인들이 신에게 바치는 예물이다. 코코넛 잎을 길게 잘라 접시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다양한 빛깔의 꽃과 음식을 조금씩 담은 것이다. 차낭사리는 집이나 거리·가게 등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차낭사리만 아니라 가게·거리를 장식하는 데도 메리골드를 많이 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쓰이니 메리골드를 재배하는 밭이 곳곳에 있었고 시장에서 큰 봉지에 담아 팔고 있었다. 발리 여인들이 아침마다 메리골드가 든 차낭사리를 집 안팎에 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읽을 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편안한 문장은 괜찮았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발리의 아침에 차낭사리를 만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소설은 마음 세탁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의 마음 얼룩을 지우는 에피소드들이 차례로 나오는 구조다. 그래서 소설의 구성과 깊이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힐링 소설에 흥미가 덜한 필자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길거리꽃도 세대교체 중
꽃말은 꽃의 특징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처럼 꽃말은 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접근성을 높여 주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신품종 꽃을 개발했을 때 이름 못지않게 꽃말을 만드는 데도 신경을 쓰고 신품종을 발표할 때 꽃말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꽃말은 각국의 풍토나 문화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아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것도 많은 데다,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당연히 명확한 기준도 없다. 그래서 좀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 때문인지 식물 공부하는 사람들이 꽃말을 중시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꽃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측면도 있어서 꽃에 관한 문화 중 하나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우리 주변엔 메리골드 등 기존 길거리꽃 말고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원예종 꽃이 많아졌다. 2023년 한 해 동안 꽃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에 질문이 많이 올라온 순서를 기준으로 골라보면 큰금계국·버들마편초·샤스타데이지·가우라·수레국화·꽃범의꼬리 등이 있다.


큰금계국은 요즘 ‘여름 대세꽃’이다. 6~8월 도심 화단은 물론 도로변과 산기슭에서 노란 물결을 만드는 꽃이다. 금계국이라는 이름은 꽃 색깔이 황금색 깃을 가진 ‘금계’라는 새와 닮아 붙인 것이다. 그냥 금계국은 혀꽃의 안쪽에 붉은색 무늬가 살짝 있는 점이 다른데 보기가 쉽지 않다.


버들마편초는 남미 원산의 여러해살이풀로 보라색으로 하늘거리는 모습이 예뻐서 근래 꽃밭 등에 많이 심는다. 줄기는 2m에 이르며 네모지고 까칠까칠하다. 꽃은 6~9월 붉은 보라색으로 핀다. 그냥 속명인 버베나(Verbena)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샤스타데이지는 여름에 줄기 끝에 흰색의 꽃이 한 송이씩 피는 원예종이다. 가을에 피는 구절초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름구절초라고도 부른다. 키는 40~80㎝ 정도이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미국 원산으로, ‘샤스타(Shasta)’는 미국 인디언 말로 흰색이라는 뜻이다.


시대에 따라 소설에 나오는 꽃들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소설에 팬지·페튜니아·베고니아·메리골드·제라늄 등 기존 길거리꽃이 자주 등장했다면 요즘 나오는 소설, 앞으로 나올 소설은 큰금계국·버들마편초·샤스타데이지 등 새로운 길거리꽃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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