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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순수한 동심이 피어난 밤, 수원의 예술혼과 만나다

제22회 기전음악회 ‘오빠생각’의 감성을 닮은 공연, 교육리포터가 전하는 현장 기록

 

경기도음악협회(회장 오현규)가 주최하고 수원시음악협회(지부장 김명신)가 주관한 클래식 축제 ‘수원의 예술혼을 이어가다’. 부제는 ‘오빠 생각의 작사자 최순애의 예술혼이 꽃피는 도시’다. 올해는 최순애의 ’오빠 생각’이 소년지에 발표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의미가 깊다.

 

11월 27일 저녁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실제로 마주한 공연은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수원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 최순애 선생님의 삶과 그녀가 남긴 동요 ‘오빠 생각’ 속에 담긴 따뜻한 동심을 음악으로 재현한 이번 제22회 기전(畿甸)음악제는 '한 도시의 문화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올해 기전음악제는 수원·화성·용인·오산·김포·양평·동두천·시흥·안양시가 우수 선정작이 되어 클래식 향연을 펼쳤다.

 

 

공연의 문은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열렸다. 1부 ‘수원, 그리움의 시작’은 윤극영 선생님의 ‘반달’과 최순애 선생님의 ‘오빠 생각’ 소협주곡으로 문을 열었다. 생애와 작품 세계를 감정의 결로 풀어낸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장안문을 배경으로 나온 최순애·이원수 부부의 가족 흑백 영상은 관객의 과거 추억을 회상하고 소환했다.

 

피아노와 현악 4중주를 위한 소협주곡은 마치 낡은 골목과 돌담길을 스치는 바람처럼 정감 어린 울림을 남겼고, ‘수원에서의 기억과 향수’를 음악적 색감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교육 리포터의 눈으로 보자면, 이 장면은 ‘예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 속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을 만큼 인상 깊었다.

 

 

경기소년소녀합창단의 무대는 ‘오빠 생각’을 품은 소녀의 마음을 천상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듯했는데, 노랫말 너머에 숨어 있는 그리움과 애틋함을 한층 깊이 있게 전달해 주었다. 음 하나하나가 꼭 오래된 사진 속 인물이 말을 걸어오는 듯해, 객석에서도 숨을 고르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난파 동요 메들리’에선 옥수수 하모니커를 불고 냇물에 퐁당퐁당 돌을 던지고 햇볕은 쨍쨍 아래서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2부는 제목처럼 ‘예술로의 도약’이 확실히 느껴지는 흐름이었다. 첼로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바람이 머무는 날’로 분위기를 잡았다. 바리톤 ‘금강송’의 늠름함도 보고 들었다. ‘아리아리랑’에서는 소프라노의 높은 애달픔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듀엣으로 선보인 ‘수원갈비’에선 창작가곡이 가족 화목과 수원갈비 홍보 대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경기소년소녀합창단이 Petit Cantata <오뻐 생각>으로 다시 등장하자 공연장 분위기는 단번에 밝아지며 마치 바로코 시대로 돌아간 듯 싶다. 어린 목소리의 청량함은 최순애 선생님의 작품 세계와 완벽히 맞물렸다. 어른들이 표현하는 ‘그리움’이 깊고 잔잔하다면, 아이들이 전하는 감정은 순수하고 생기 가득했다. 그 대비가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어른과 아이의 목소리, 독주와 합주가 번갈아 펼쳐지며 ‘동심이 예술로 확장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듯한 연출이 정말 탁월했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곡으로 울려 퍼진 ‘고향의 봄’. 작사가 이원수, 작곡가 홍난파, 그리고 ‘오빠 생각’의 작사가이자 이원수 시인의 아내였던 최순애. 세 사람의 인연이 이 순간 한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듯해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따뜻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합창단의 목소리가 시작될 때, 마치 봄 햇살이 공연장을 스치듯 분위기가 환해졌고, 어른 관객들도 저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따라 부르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음악이 기억을 끄집어내는 힘을 다시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기전음악회는 단순한 클래식 공연이 아니라, 한 도시가 품은 예술가의 삶을 음악으로 되살려낸 교육적 가치 높은 무대였다. 지역의 문화 자원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는 점, 다양한 연령대의 연주자가 참여하여 ‘예술의 세대 계승’을 보여준 점, 객석과 공감하며 스토리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에서 소개할 만한 훌륭한 공연이었다.

 

‘수원의 예술혼을 이어가다’라는 제목은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공연 내내 살아 움직이는 메시지였다. 수원의 문화는 지금도 이렇게 숨 쉬고 있고, 또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레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 모두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따뜻한 예술의 결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밤이었다.

 

 

경기도음악협회 오현규 회장은 리뷰에서 “이번 음악제는 오랜만에 수원 음악, 예술계가 보여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공연이었다. 수원 출신의 음악이 살아있는 공연으로 신선함을 안겨주었다.”며 “출연진들의 최선을 다하는 진솔한 연주 자세와 작곡자·편곡자의 음악작품 덕분에 품격 높은 공연이 되었다. 수원사람 최순애 님의 애국·애향의 예술혼이 조화를 이루어 수원이라는 음악의 광장에 미래의 새로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이번 음악제는 총예술감독 김명신, 음악감독 이경우, 무대감독 홍명표, 사회 이현승, 기획 최미선, 지휘 신동열, 작곡 주용수, 손정훈, 바이올린 윤혜경·유현아, 비올라 윤혜란, 첼로 강선주, 소프라노 이영숙, 바리톤 이혁, 피아노 김명신·이혜지, 경기소년소녀합창단(지휘:함경아)이 참여해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수원특례시, 수원예총, (사)수원문화도시포럼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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