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사에게 집중된 책임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 차원의 구조적 한계가 교육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은 교육과정의 필수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로 인해 운영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를 ‘사실상 무한 책임 구조’로 분석한다. 고의나 중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교사들은 교육적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책임 구조가 행정 부담과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계약 체결, 보험 가입, 차량 및 시설 안전 점검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까지 교사가 직접 수행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교육활동 외 업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는 제도 공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된다. 현행 법령은 현장체험학습의 개념과 운영 기준, 교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면책 기준 역시 구체성이 부족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면책 관련 규정이 도입됐지만 적용 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사의 직무를 교육과정 기획과 학생 생활지도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행정과 안전 관리는 국가와 전문기관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사고 발생 시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는 교육활동 위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교육지원청 단위 통합지원센터 설치, 안전 보조인력 배치, 민간 체험기관 인증제 도입, 데이터 기반 위험도 평가 시스템 구축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현장체험학습을 교사 개인 책임이 아닌 공적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체험학습 자체가 아니라 책임 구조 재설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집중된 책임을 분산하고, 국가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현장체험학습은 학생 성장에 필수적인 교육활동이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며 “책임 분산과 공적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