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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법률] 운동장, 그리고 학교안전사고와 교원의 책임

 

전국 상당수 학교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학생들의 운동장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기사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줬다. 운동장 사용 중에 학생이 다치게 되었을 때, 교직원에 대한 민원이나 소송이 우려되어 운동장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사실 교육계에서는 꽤 오랜 이슈지만, 최근에는 대통령과 국회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운동장을 학생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그리고 운동장을 학생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학교안전사고 관련 규정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은 제10조 제5항에서 교직원이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하여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하여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조치의무에 관하여는 교육부 고시인 ‘학교안전사고 관리 지침’이 있다. 해당 지침은 안전사고 유형별 대응 절차에 관해 설명하며, ‘상황 파악, 간단한 처치, 상황 정리, 보고 조치’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교직원의 대응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을 뿐, 안전사고의 예방에 관해서는 내용이 없다. 결국 현행 「학교안전법」에 따라 교직원이 민사상·형사상 면책되는 것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대처 과정에서일 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부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고에 대한 사전 예방을 하지 못한 책임
그런데 현실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런 사고 발생 이후의 조치가 아닌 사전적 예방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다.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학교의 교장이나 교사의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는 「교육법」에 따라 학생을 친권자 등 법정 감독의무자를 대신하여 감독하여야 하는 의무로서 학교 내에서 학생의 전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하며, 그 의무 범위 내의 생활관계라고 하더라도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가능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교장이나 교사는 보호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13646 판결 참조)’라고 하여, 명백히 사고 발생에 대해 사전에 예측하여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묻고 있다.


또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대해서도 ‘점심시간은 오후 수업을 하기 위하여 점심을 먹고 쉬거나, 수업의 정리·준비 등을 하는 시간이므로 교육활동과 질적·시간적으로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그 시간 중 교실 내에서 학생의 행위에 대해서는 교장이나 교사의 일반적 보호감독의무가 미친다고 할 수 있다(위와 같은 판결)’라고 한다. 교사의 수업 중에 벌어진 일이 아닌 개별 학생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어려운 시간까지 사고에 대한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만약 학생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놀다가 부상을 입게 된다면, 학교는 현행 「학교안전법」에 따라 그 부상에 대한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면책될 수 있지만, 사전 예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면책 규정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학교와 교사는 학생 보호라는 본연의 의무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운동장을 닫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교안전사고 관련한 사례들
실제 현장에서 발생했던 학교안전사고에 관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 점심시간 끝난 후 교실로 뛰어 들어가다 다친 사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22. 선고 2016나65758 판결 참조)
초등학교 6학년 학생(A)이 점심시간 농구를 하던 중 점심시간이 끝나 수업이 시작되는 종이 울리자 교실로 들어가기 위해 학교 건물로 뛰어가다가 다른 학생과 부딪혀 6주간 치료를 요하는 쇄골 골절상을 입은 사안이다. A 측은 부딪힌 것이 아니라, 밀쳐짐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상대 학생과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일부러 밀쳤다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상대 학생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교육청에 대해서는 ‘당시 많은 학생이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뛰기 시작하였고, 원고(A)가 넘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달리기를 계속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점에 비추어 보면, 학생들의 이러한 행동은 사고 당일에만 있었던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초등학생은 아직 사리분별 능력이나 안전에 관한 주의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학교의 교장이나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러한 행동과 그로 인한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스스로 보고한 안전생활 수칙의 내용과도 달리, 학생들이 건물로 드나들 때 뛰지 않도록 하는 교육을 사전에 충분히 하지 못했고, 학생들을 인솔하거나 학생들이 뛰지 않도록 지도하는 교사를 현장에 배치한 사실도 없으며, 다른 적절한 안전조치를 강구하지도 않았다’라는 이유로 3백만 원의 위자료 지급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 운동장 정화 활동 중 벌어진 안전사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29. 선고 2018나81808 판결 참조)
초등학교 6학년 학생(B)이 학교 동아리활동 수업 중 교내 정화활동을 하다가 뒤에서 뛰어오던 학생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운동장에 설치된 철제 펜스 기둥에 부딪혀 치아파절 등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B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뒤, 지방자치단체(교육청)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학교는 충분한 교육과 안전조치를 하였음에도 학생의 돌발적 행동으로 발생한 우연한 사고라고 하여 예측가능성이 있는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학생들이 교내 정화활동을 하지 않고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교내 운동장은 위험 감지능력이 부족하고 아직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초등학생들이 주로 신체활동을 하면서 지내는 곳이어서 학생들이 장난을 치거나 그곳에서 놀다가 언제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인 점, 교내 운동장에서 정화활동을 하는 경우 학생들의 장난을 제지하지 않으면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큰 점은 통상 예상할 수 있는 점, 그럼에도 동아리활동 지도교사는 당시 운동장에서 장난을 치는 학생들을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것으로 동아리활동 지도교사는 교내 운동장 정화활동 중 학생들 사이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G를 비롯한 학생들이 장난 등을 치며 뛰어노는 것을 방치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라며 보험회사가 B에게 지급한 금액의 1/3 정도를 인용했다.

 

● 교내 축구경기 도중 부상(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19. 12. 3. 선고 2017가단34659 판결 참조)
중학교 3학년 학생(C)이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중 교내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다가 골키퍼를 하던 학생과 부딪혀 턱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사안이다. 사립학교에서의 일로 학교법인과 골키퍼 학생의 부모가 피고다.

 

법원은 ‘다수의 선수가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신체접촉에 수반되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고, 그 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운동경기에 참가한 자가 앞서 본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는 해당 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 진행 상황, 관련 당사자들의 경기규칙 준수 여부, 위반한 경기규칙이 있는 경우 그 규칙의 성질과 위반 정도, 부상의 부위와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되, 그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는 대법원의 법리를 인용하며,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운동장으로 나온 뒤 준비운동을 시킨 후 축구경기를 하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여 교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없다고 하였다.

 

● 학교 시설물 관리 해태에 관한 형사책임(대구지방법원 2016. 6. 1. 선고 2015노2520 판결 참조)
중학교 3학년 학생(D)이 점심시간 창문 외벽에 거치된 안전봉 위에 올라가 있다가 안전봉이 빠져 학생이 추락하여 8주간 치료를 요하는 분쇄골절 등 피해를 입은 사안이다. 안전관리자인 시설관리직 주무관, 행정실장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각 벌금 200만 원, 150만 원의 처벌이 내려졌다.

 

법원은 ‘피해자가 이 사건 안전봉 위에 걸터앉은 돌발적 행위가 이 사건 추락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안전봉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면서 연결고리에 나사가 제대로 부착되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의무위반 행위가 이 사건 안전봉이 빠지면서 피해자가 추락한 이 사건 추락사고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상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 ‘남자 중학생들은 교실에서 운동장 쪽 창틀 또는 그 주위에 설치된 안전봉 등 시설물을 밟고 올라가거나 과도하게 체중을 실어 기대는 등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학생이 교실 창문 밖으로 실족하여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없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추락사고와 같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교사 개인의 책임이 인정되는 일은 드문 편이지만…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라고 하고, 여기서 말하는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 참조)’라고 한다.

 

학교안전사고를 고의로 발생시키는 교사는 없을 것이고, 중과실의 성립도 위처럼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학교안전사고 대부분에서 교사의 과실은 경과실에 해당하며, 그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질 뿐, 교사 개인이 종국적인 책임을 지는 일은 드문 편이었다.

 

그러나 중과실이든 경과실이든 결국 교사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에 손해를 배상받고자 하는 사람으로서는 민사 소송 과정에서 교사를 피고로 하거나 혹은 형사 고소 등을 통하여 교사의 책임을 확정하고자 하게 된다. 그렇기에 특히 학생이 사망하거나 커다란 부상을 입은 사안에서 교사와 학교의 관리자가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제도적 보완의 필요
결국 학교 운동장을 학생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뛰어놀 학생의 안전을 보장할 방안과 학교의 걱정을 덜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학교안전사고 발생 이후 사후적 조치와 그에 대한 면책만을 담은 「학교안전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면책 범위를 교사의 사전적 예방에 관한 부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면책 외에도 책임의 감경과 같은 규정을 두어 설령 교사의 업무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도 사고 방지를 위한 다른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교육당국 역시 이에 관심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와 같은 개정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법령과 규칙들은 문언으로 표현되는 한계가 있고, 현실에서 가능한 모든 상황을 일일이 상정하여 작성될 수는 없기에 교사와 학교가 학교안전사고와 관련된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선언적인 규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의 개정들은 실무상 수사기관과 법원의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개별 사건에 관한 판단 과정에서 분명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개별 교원에 대해 법률적 지원을 늘리는 방향도 동시에 필요할 것이다. 현재에도 각 시도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소송의 결과 교원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손해배상금 지원, 소송 과정에서의 변호사 선임비용 지원 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통일되지 않은 면이 있고 사후적 비용 보전에 가깝다는 인식이 크다. 더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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