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저지른 제자에 회초리 주고…
改心유발 교육법
책임질 위치에 있는 어른이 궁극적으로 책임질 일을 못 했다고 판단되면 자신에게 스스로 벌을 주는 자책문화가 꽤 발달해 있었던 우리나라다. 이를테면 조상(祖上)매라는 것이 그것이다.
아들이나 손자가 법도에 어긋난 짓을 하거나 못된 짓을 하면 야밤에 그놈을 데리고 조상의 무덤을 찾아간다. 무덤 앞에 엎드려 “불초한 소치로 자식을 못 가르치고 못 보살펴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조상 앞에서 매를 맞겠습니다”하고 매를 베어 오도록 시킨다.
상돌 위에 올라 종아리를 걷고 서서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나 손자놈에게 힘껏 치도록 시킨다. 조상매는 그 죄과의 정도에 따라 매가 세대, 다섯, 일곱 대… 부러지도록 치게 하는 것이 관례다. 피가 나자, 걷지 못하여 업혀오기 일쑤였으니 가공할 자책문화가 아닐 수 없다.
자식들의 인간 형성에 있어 잘못을 끊고 자르는 것이 아버지가 담당하는 부성원리다. 그 부성원리를 못다 한 책임을 자식으로 하여금 핏발이 서도록 채찍질하게 함으로써 자책을 하고, 그 자책으로 개심을 유발하는 교육방법이 조상매인 것이다.
삼권(三權)을 한몸에 쥐고 고을을 다스리는 현감, 군수, 목사 같은 원님은 그 관할 백성의 아버지다. 관할지역에 윤상(倫常)을 해치는 사태가 일어나거나 혹심한 가뭄이 있거나 하면 교화의 소홀과 실정의 탓으로 돌리고 자책의식을 갖는 관례가 있었다. 집무를 보는 동헌의 가장 복판 기둥을 하늘기둥이라 하여 천심이 오르내리는 매체로 보고 신성시 했다.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피가 흥건히 옷을 적시도록 머리를 찧어댐으로써 자책했던 것이다. 또는 동헌 뜰앞에 책단(責檀)을 쌓아놓고 웃옷을 벗은 채 올라앉아 가죽끈으로 핏발이 서도록 등을 쳐 자책했던 것이다.
사화를 일으켜 민심의 지탄을 받은 제자가 있거나 대역사건에 연루된 제자가 있으면 그를 가르쳤던 옛 스승은 스스로를 연루시켜 손가락을 으깨는 작지(斫指)를 하거나 자결한 사례도 없지 않았다.
공자(孔子)를 비롯한 선현(先賢)을 모셨던 문묘(文廟) 정면의 뜰에 맷돌 또는 편대(鞭臺)로 불리는 대석(臺石)이 깔려 있는 문묘가 더러 있었다. 향시(鄕試) 이상의 과거에 급제한 선비로서 삼강오륜에 어긋난 짓을 저지르면 그 맷돌 위에 서서 자신의 등에 피가 서리도록 매질을 하여 자책하는 속죄의 현장인 것이다. 문묘에서 글을 가르치는 스승이 자책할 일이 생겼을 때도 맷돌 위에 올라서서 스스로에게 매질을 했던 것이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삼강오륜에 위배된 행위를 했거나 많은 사람에게 지탄을 받을 짓을 했을 경우, 그 패륜(悖倫)에 스승이 연대책임을 지고 제자를 개심(改心)시키고 과실을 저지른 제자로 하여금 스승의 종아리를 치게 하는 관습도 있었다.
文廟정면의 臺石
문묘 앞에 제자와 더불어 엎드려 “부덕한 소치로 선현의 도리에 어긋한 제자를 있게 한데 대한 응분의 벌을 받겠나이다”라고 고하고서 종아리를 걷고 맷돌 위에 올라서 제자로 하여금 회초리로 피가 나도록 치게 한다.
잘못을 저지른 자신이 맞을 매를 오히려 때려야 하는 이 역리(逆理)가 그 제자에게 가져다주는 교육적 효과는 막대하다 할 것이다. 어떻게 더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