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규 수업시간을 확대하자는 정책 제언이 통계 해석과 실행 가능성 측면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업시간과 돌봄 공백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데다 교원 수급과 아동 발달 특성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교육학회의 학술지 ‘한국교원교육연구’ 제43권 제3호에 실린 김민규 본원초 교사의 논문 ‘돌봄 공백 해소 수단으로서 정규 수업시간 확대는 타당한가’는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정책 제언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 초등학생의 연간 수업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초등 1·2학년의 정규 수업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연구는 우선 국제 수업시간 통계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OECD가 집계하는 ‘의도된 수업시간’은 법령상 정규 교육과정에 배정된 시간으로, 방과후 활동과 돌봄시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학교의 돌봄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은 1교시 40분을 기준으로 편성되지만 OECD 통계에서는 이를 60분 단위로 환산한다. 한국 초등학생의 연간 수업시간은 평균 655시간으로 집계되지만 실제 수업 횟수는 982교시에 달한다. 연구는 미국의 연간 수업시간 974시간과 비교하더라도 단위수업시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OECD 평균 수치에도 차이가 확인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초등학교 연간 평균 수업시간을 845시간으로 제시했지만 연구자가 확인한 OECD 2025년 공표 통계는 804시간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격차도 190시간에서 149시간으로 줄어든다. 연구는 기존 제언에서 별도의 평균 산출 방식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재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돌봄 공백의 원인을 짧은 수업시간으로 연결한 논리도 비판했다. 초등학교 입학기에 부모의 돌봄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 적응과 등하교 동행, 정서적 지원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 만큼 수업 종료 시각을 핵심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교육비를 돌봄 공백의 근거로 활용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연구는 예체능 사교육의 주된 목적이 취미·교양·재능계발이라는 점을 들어 사교육 이용을 학교가 정규 수업으로 흡수해야 할 돌봄 수요로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업시간을 늘리면 사교육 이용이 감소한다는 실증적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수업시간 확대에 따른 아동의 학교 적응과 놀이·휴식권 문제도 제기됐다. 연구는 선행조사에서 교사의 92.7%가 저학년 하교시간 연장에 반대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늘어나는 수업시간을 놀이와 체험활동으로 편성하더라도 정규 교육과정에는 성취기준과 수업·평가 책임이 따르므로 별도의 돌봄·놀이시간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산출하는 국내 통계에는 관리자와 비교과 교사 등이 포함돼 있어 실제 수업 담당 인력의 여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3년 한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1.6명으로 OECD 평균 20.6명보다 많았다.
여기에 신규 교원 채용 축소와 지역별 과밀학급 문제까지 고려하면 학생 수 감소가 곧 수업시간 확대를 감당할 인력 확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규 수업시간 확대는 교원의 수업·평가 업무 증가를 수반하는 만큼 교원 수급과 직무 부담, 현장 수용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돌봄 공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돌봄 문제의 해법을 정규 교육과정 확대에서 찾기 전에 늘봄학교의 질 개선과 지역아동센터·다함께돌봄센터 등 학교 밖 돌봄 인프라 확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노동정책을 비교·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사는 논문에서 “돌봄 결손의 원인 구조가 실증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학교 밖 돌봄 인프라와 노동정책을 포함한 대안 비교, 지역별 교원·시설 여건 및 교원 수용성을 반영한 실행 가능성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