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따라하면 태도 바뀌어
가장 강력한 방법은 세뇌
요즘 버스나 지하철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법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우다가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단속되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십수년전만 하더라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울 수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바쁜 사람을 위하여 에스컬레이터 왼쪽을 비워 놓게 된 것도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어떻게 하여 그 짧은 시간에 일반 시민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을까요?
태도는 어떤 사람이나 대상,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일관성 있게 반응하는 학습된 경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해 알아야 하고, 좋거나 싫다 혹은 찬성이나 반대라는 감정이 있어야 하며, 또 그런 평가에 맞게 행동할 수 있어야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태도라고 이름 붙이기가 어렵습니다. 대상에 대해 알고만 있으면 지식, 대상에 대해 잘 모르고 평가만 내리면 고정관념이나 편견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알지도 못하고 평가도 내리지 않으면서 무조건 따라하면 맹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태도는 단지 행동의 경향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즉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 태도가 행동으로 완전히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건강에 대해 아주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들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남을 돕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자선냄비를 보면 멀리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도와 행동(말)이 일치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낍니다. 이러한 느낌을 인지부조화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태도와 행동을 일치시키려 합니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한바탕 소리침으로써 이발사는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려고 하죠.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치되는 방향은 태도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한 대로 태도를 바꾸게 됩니다. 자신의 진짜 생각(태도)은 남이 모르지만, 남에게 비친 자신의 태도는 행동(말)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타인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학교나 기업, 국가에서는 학생과 사원, 국민들의 태도를 바꾸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강의나 홍보만으로는 태도를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태도변화와 의식개혁의 가장 간편하고도 빠른 방법은 행동을 통해서 하는 것입니다. 기업체에서는 행동을 시범해 보임으로써 신입사원을 교육시키고, 국가에서는 법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강제로 따라하게 합니다.
따라하다 보면 태도가 바뀌고 의식이 바뀝니다.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읊듯이 진보집단에 들어가 행동하다 보면 진보적인 사람이 되고, 보수집단에 들어가 행동하다 보면 보수적인 사람이 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상이라도 강압적으로 자꾸 듣고 따라하다 보면 유일한 진짜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세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