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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시론> 자립형 사학

공은배

교육부는 2003년부터 실시 구상
중등사학정책 근원적 검토 필요

21세기 화두는 지식기반사회, 정보화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우리의 교육체제에 대해 다양성과 보다 많은 탄력성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
모형에 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명칭의 자율화, 통합형 고교 도입 등의 논의도 이러한 예에 해당된다. 자율학교
내지는 자립형 사학 등의 논의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도입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들이 개진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자립형 사학에 관한 논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90년대 초반에도 평준화 제도와 연계하여 중등사학의 진로에 관한 논의가 대두되면서
자립형 사학이 언급된 바 있다. 당시의 자립형 사학 논의는 중등교육의 평등성 실현에 역행한다는 입장과 공재정 부담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경쟁을
통해 중등교육의 발전을 촉진시킨다는 입장으로 대별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본격적인 자립형 사학은 도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중등교육의
평등성 실현이라는 정책이 대세를 이루어 온 셈이다.
최근의 논의는 자립형 사학의 도입과 관련해서 신중하기는 하지만 이론은 없는 듯하다. 다만 도입의 타당성은 인정하되 그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서는
합의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립형 사학이란 당해학교에 학생선발권, 납입금 책정권, 교육과정 편성·운영권 등 그야말로 자율성을
대폭 부여하는 대신 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과 간섭 없이 운영하는 학교를 말한다. 이러한 학교를 도입·운영함으로써 사학 발전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립학교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기대수익이라 하겠다. 더욱이 자립형 사학에
투자되던 공재정 부담 몫을 여타의 중등학교에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현재 자립형 사학(고등학교)은 특성화 고교 등을 중심으로 시범적용한 후 2003년부터 일반계 고교에 확대적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정도로 교육부가
구상했던 `교육발전 5개년 계획'시안의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전히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유보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 이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가급적 빨리 그 시행방안을 수립·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사학측은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립형 사학과 관련하여 사학 측에서는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자립형 사학 제도가 도입·시행된다 해도 참여여부는 전적으로 사학의
의지에 달려있는 만큼 그 결정에는 일종의 모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섣불리 참여했다가는 오히려 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도 끊기고 학생자원 확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립형 사학은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부여받지만 학교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를 기초로
교육 소비자인 학생·학부모로부터 학교선택이라는 평가까지 수반된 제도이다. 사학 측의 고민 중의 하나는 이러한 학교선택의 결과에 대한 예측불허에
있기도 하다. 앞으로 대학입학 시험제도가 개선·정착된다면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유추되기 때문에 사학 측으로서는
질 높은 교육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귀족학교화'의 우려도 불식될 것이다.
자립형 사학의 도입·운영도 중등사학정책의 일대 전환이라고 볼 수 있으나, 보다 광맥락하에서 중등사학정책을 진솔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보는 중등사학과 관련해서 `규제'와 `조성'이라는 두 축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으로 정책의 기조를 이루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규제의 강·약과
조성의 다소(多少)에 따라 사학정책의 유형은 통제형, 공영형, 방임형, 육성형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현행 중등사학정책은 규제는 강하지만 조성은 공립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영형 내지는 준공립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립형 사학은 규제도 약하고 조성도 적은 방임형을 지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라파의 사학정책이 공영형 내지는 육성형이라고 본다면 미국의
경우는 방임형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중등사학정책의 유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의 판단은 그리 용이하지 않다. 사학의 비중, 재정부담능력도
고려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자립형 사학의 도입은 다양한 모형의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방안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중등사학정책, 나아가 중등교육정책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차제에 중등사학정책에 관해 보다 근원적인 검토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평생학습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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