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인가 봅니다.
남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 있게 살아온 내 삶의 역정을 돌이켜 보면 이 자신감이 오히려 오류(誤謬)의 돌부리가 되어 내 발목을 잡은 경우를 봅니다. 잘못된 판단이야 마땅히 그러했겠지만 당시로서는 당당했던 일 아니,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정당한 일마저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다소 자기질책형(自己叱責形)이기 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아마도 인간사의 사연들은 그 내용 자체만으로는 선악을 구분 짓기도 불분명한데다가 방법이나 과정의 여하에 따라 그 선악의 결과도 사뭇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활의 이런 이치를 진작 깨달았으면 그 체취가 향기로 배어나오는 수필이 될 터인데도 나는 오래 동안 이 부분에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삶의 향기가 직접적 재료가 되는 수필을 생각하면서 비로소 나의 삶을 구체적으로 반추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동안 시조(時調)를 쓰면서 같이 부대껴온 낙동강물은 이미 하구를 향해 도도히 굽이지는데 나의 샛강은 아직도 소용돌이입니다. 이건 분명히 하류에서 서성이는 나의 번민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늦은 나이에 갑자기 자기고백의 양식인 수필을 향해 정면으로 덤벼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성공도 실패도 없는 내 가족과의 편린들을 담은 내용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보았는데 뜻밖에 당선의 영광을 안게 되어 한편으론 송구스럽습니다.
졸작을 눈여겨 보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면서, 훗날에는 초겨울의 늙은 나무의 향기가 배어나는 수필로써 보답하리라 다짐합니다.
-서태수 부산 혜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