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너무 일찍 교단에서 몰아내는 것은 누구인가. 소위 말하는 유능한 교사들이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장학사나 연구사 아니면 교장, 교감이 되어 일찌감치 관리직에 길을 들여놓는 것을 최고의 목표를 두고 있으니 이 나라의 교육은 보지 않아도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교사들은 교육경력 10년만 넘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승진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에 들어가고 있다.
이는 학생을 잘 가르쳐서 승진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승진을 위한 일에 매진하게 함으로써 학생교육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개혁위원회에서는 여론을 수렴하여 승진을 위한 교육경력을 더욱 낮춘다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구태여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발령을 받은 이후 그동안의 모든 학생지도 실적을 학점화하여 인정한다면 ‘평소에 꾸준히 노력한 분’이라 인정한다지만 지금의 승진규정은 모순투성이다. 한동안은 교직종합발전방안에 따라 승진과 수석교사제가 이원화되어 이루어질 듯했다. 그러나 여론에 밀려 아무런 시비 거리가 없는 공통가산점은 교육부에서 일괄 적용하고 그 외 가산점은 시·도교육감 위임사항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벽지학교에 근무하지 않으면 승진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평소에 학생교육을 위해 노력했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승진을 위한 구비조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장기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현행 승진규정 하에서는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노력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뿐인가. 2~30년 전의 자격시험 성적과 10여년 이내의 기억력 싸움인 연수점수가 높은 교사가 승진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된 마당에 누가 학생을 가르치는데 사도정신을 발휘한단 말인가. 자격점수 갱신을 위해 대학에 등록해 상담과정 연수를 다시 받아야 하고, 높은 점수를 위해서는 계속해서 연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학부모들이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현실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승진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경영 행정직과 교사직이 단선형으로 혼재되어 있어 병목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승진을 위한 평정척도의 적합성 부족과 평정의 비합리성 또한 개선돼야 한다. 승진을 하지 못한 이른바 ‘교포교사’(교감승진을 포기한 교사)들의 의욕상실에 대한 배려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는 학생교육과 직결된다. 따라서 교직생활 전반에 걸쳐 열심히 노력한 교사가 대우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석교사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초임근무 때부터 꾸준히 학생지도를 하여 받은 모든 실적을 승진 자료로 활용하자. 모든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일 때만이 교육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선다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꾸어 교단에서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대우받고 승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