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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의 소외감 우려


지난 해 만해도 나는 농촌지역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주위에 피아노 학원이나 컴퓨터 학원이 있지만 수강생이 한 반에 한 둘 정도였고 입시학원은
아예 없는 곳이었다. 이 곳 학생들의 과외라곤 방학 때 도시 학원으로 나가 수강을 하거나 친척 대학생을 불러 받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소도시를 끼고 있는 읍지역 고등학교다. 학생들은 연합고사에 낙방하여 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반에 컴퓨터를 배우는 학생이
서너 명 정도고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이 한 둘, 입시학원 수강을 하는 학생이 서너 명 정도다.
그래서일까. 과외 금지 위헌 판결에도 이곳은 별다른 변화를 찾아볼 수가 없다. 과외나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과외금지 위헌 판결을 두고 망국병이라고까지 하는가. 사람들은 이번 판결로 공교육이 붕괴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 때문에 겪어야 할 문제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과외를 받고싶어도 받을 수 없는 소외감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소외되고 바보 취급받는 아이들에게 이번 과외 판결은 아무런 관심거리가 안 된다. 그래서 참담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나라의 교육 목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처럼 경쟁력 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으로 획일화 된 듯하다. 그러나 그처럼
되지 못할 학생들이 주위에 너무 많다는 것이 늘 가슴이 아프다. 유명학원 족집게 강사들이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이제 마음놓고 과외를 하고
과외를 받을 수 있어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 학교가 강남에만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다 공부 잘 하는
명문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고입 진학 시험에 낙방했다는 이유로 소외된 고교에 다니는 것만으로 열등감과 패배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더욱
커질 학력 차에 상처를 받을 것이다.
도시에서 먼 농어촌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서민들은 갈수록 서글프기만 하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소외 받고 있는 우리에게 이번 과외 합법 결정은
또 다른 소외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우울하다. <한은영 경남 진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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