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4 (목)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작은 이야기> 원이의 뽀뽀


원이와의 첫 만남은 몇 년 전 5월이었다. 새하얀 원피스에 두꺼운 안경을 쓴, 가냘프고 몹시 허약한 모습이었다. 원이의 손가락은 잘 자라지 못해 울퉁불퉁했고 손톱은 까맣게 뭉개져 있었다. 고도근시에다 바람이 조금만 쌀쌀하게 불어도 갑작스레 고열이 나고 오들오들 떨었다. 벌벌 떨면서 계단 난간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쓰러웠다. 원이는 다운증후군이었다.

다음해 3월, 원이는 우리 반이 되었다. 원이 어머니는 개학 첫날부터 교실을 쓸고 계셨다. 나는 빗자루를 빼앗으며 “이제 원이도 어엿한 2학년이니 이렇게까지 안하셔도 됩니다” 했다.

“선생님, 제 딸아인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랍니다. 그러니 저라도 선생님을 도와드려야죠.” 그러나 나는 원이 어머니 호의를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했다.

“원이가 스스로 화장실이라도 갈 수 있게 하려면 지금부터 모든 걸 혼자서 연습해야 합니다. 교실이 2층이니까 어머니께서 1층 현관에서 책가방도 주시고 교실까지 혼자 올라올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두달 후에는 교문에서부터 훈련시켜 주시고요.”

처음에는 “원이 왔니?” 하고 나가서 반기기 전까지는 원이는 혼자서 교실에도 못 들어오고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원이는 차츰차츰 교실로 혼자 들어왔으며 내게 인사도 할 정도로 발전했다.

한달이 지나자 원이는 내 앞에서 노래도 웅얼거렸고, 내 귀에 대고 음정 박자 틀린 유행가를 첫 소절만 열심히 불러주었다. 어느 날은 “선생님, 사랑해요” 내 볼에 뽀뽀를 하면서 침을 얼굴에 몽땅 묻혀주곤 했다.

가을에 있던 학교 축제일, 나는 2학년 학생 20명에게 꼭두각시 무용을 지도했는데 원이도 출연시켰다.

빨리 움직이는 것을 무서워하면서도 원이는 열심히 순서를 익혔고 무용이 끝나자 모두들 원이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다.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었던 무대는 원이에게 영원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