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왠지 인상이 험악한 담임선생님의 모습에 학생들은 경직돼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듣자 하니 아이들은 내가 산적 같았다고 했다.
“반갑습니다. 전 김성수(金誠洙)입니다. 뜻은 물가에서 말로서 이룬다 하여 이름따라 이렇게 광주천 옆에 있는 설월여고에 왔습니다.”
물론 내 맘대로 해석한 것이었지만 인상과 너무 다른 말투 때문인지 일부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아이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자기 이름 소개를 할 수 있도록 “6반에 가면 민지도 있고, 정민이도 있고…” 하면서 큰 소리로 게임을 하게 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박자나 이름이 틀리면 벌칙으로 옆 친구들에게 군밤을 맞다 보니 자연스러운 첫 만남이 이뤄졌다.
교내 월중 교사를 앞두고, 매일 열심히 공부하면서 눈이 붉게 충혈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작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험 당일날 6시 50분쯤 일찌감치 출근을 했다. 학생수만큼 사둔 초코파이와 요구르트, 그리고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시험 잘 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들고 바로 교실로 올라갔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각자 자리에 놓아두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세상에, 6시 30분부터 와있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초코파이 한개, 요구르트 한개, 각자에게 해당하는 메시지를 모든 자리에 놓고 아이들이 시험 잘 보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내려왔다. 조회를 하기 위해 다시 교실로 올라갔더니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언제 이렇게 했어요?” “완전 감동이다.” “우리 담임 최고다!”
나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힘을 다해 아이들에게 외쳤다. “우리 6반, 오늘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길 바란다. 파이팅!”
아이들도 “예, 선생님!” 하고 크게 대답했다. 결과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