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교사인 나는 언제부터인가 비오는 날이면 간절하게 하루의 안녕을 기원하곤 한다. 장애의 특성인지 날이 궂으면 정서가 불안해지는 학생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어느 비오는 날이었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교정에 서 있으니 온 대지를 끌어안는 단비의 촉촉함이 전해져 왔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며 인사하는 아이들의 목청이 빗방울처럼 굵었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맞다가 문득 그네 쪽을 보았다. 곳곳에 괸 물이 하얀데, 그 운동장 끝에서 학생 한 명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평소 그네타기를 무척 좋아하던 아이였다. 세찬 빗줄기에 옷이 흠뻑 젖으면서도 아이는 온몸으로 구르며 그네와 하나되고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어서 내리렴. 오래 비를 맞으면 감기 걸린단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버스가 다 올 때까지 탈 거예요"라며 완강히 버티는 것이었다. 그 마음이 간절했던지 아이는 결코 그네 줄을 놓지 않았다. 이내 옷이 모두 젖고 말았다. 스쿨버스가 다 와서야 아이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갔다. 노란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아이의 몸에서 뚝뚝 빗물이 떨어졌다. 그네를 계속 타겠다고 떼를 쓴 탓인지 목도 쉰 것 같았다. 비에 젖은 머리를 곱게 빚어주면서 난 아이의 행동을 반성하게 했다. 비오는 날 왜 그네를 타면 안 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앞으로는 비 맞으며 그네를 타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 날 비는 하루종일 내렸다. 운동장엔 안개 속으로 그네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와 아이의 관계를 온종일 생각했다. 사람보다 그네가 더 좋아져 버린 그 아이의 허전한 마음에 난 무엇을 채워줄 수 있을 지…. 오늘 아침, 그 아이는 빗 속 그네 줄에 앉아 말랑말랑한 정을 목이 쉬도록 그리워했을 지 모른다. <김양화 광주선명학교 교사> ▲알림=선생님들의 작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지난 교직생활에서 감동 받았던 추억, 슬펐던 기억, 재미있었던 얘깃거리를 200자 원고지 5매 내외 분량으로 보내주십시오.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