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 건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그 중심축에는 항상 ‘과학기술’이 있었다. 예를 들면 원시사회에서 수렵사회로의 전환, 그리고 다시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그 표제 명칭이 변화될 때마다 반드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의하여 ‘새로운 기계문명’의 출현이 있었다. GE의 전 회장 잭웰치가 거듭 이야기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제품’이 바로 그것이며 정보통신의 귀재 빌 게이츠가 강조하는 ‘창조적인 마인드’가 수학 과학에 바탕을 둔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의미한다.
수학, 과학과목은 독립돼야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교과목이 새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가를 보자. 입시와 무관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10학년 ‘과학’이 6단위에서 8단위로 늘어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서 상 입학시험과 관계된 교과목이 아니면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입시와 직결된 현재 2, 3학년의 선택과정에서 수학 6개, 과학 8개, 기술가정 6개, 총 20개 과목으로 된 과목군에서 1과목 이상 선택필수로 해 놓은 것 중 어느 순진한 학생이 점수 따기 힘든 수학이나 과학 선택을 하겠는가. 비록 그 중에서 선택한다손 치더라도 그 과목 중에서 쉬운 과목에 국한 할 것은 지금까지의 입시 경험으로 보아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예를 들면 2006학년도 수능에서는 물리Ⅱ의 선택은 554,345명의 학생 중 3.8%이고 2007학년도에는 551,884명 중 3.3%인 것만으로도 확실히 검증된 셈이다.
우리의 과거 교육과정에서는 과학과목이 이렇게 소홀하지는 않았다. 1973년부터 1981년까지 적용된 제3차 교육과정 때에는 필수로 이과학생이 과학 4과목을 모두 이수하였는데 32~40단위였고 문과학생이 16~20단위였다. 그리고 제4차, 5차, 6차 까지도 이과가 32단위 정도, 문과가 16단위 정도를 이수했다. 프랑스의 바깔로레아 시험을 보더라도 총 36학점 중 과학이 12학점으로 전체의 33%에 이른다. 따라서 과학기술유관단체들은 수학, 과학, 가정기술의 과목 군에서 수학, 과학을 독립시킬 것과 최소한 과학전공과 관계된 대학의 학과에서는 “Ⅱ”가 필수로 과하여 지도록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과학자의 꿈이 한국의 미래
포스텍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하여 대통령의 과학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이 최근 서울 의대에 편입했다는 보도는 국가가 손을 가슴에 대고 심사숙고 해 볼 사건이다. 그 학생으로부터 ‘과학자가 미래에 비전이 없다.’는 진로 변경의 동기를 들으니 더욱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국가가 발표한 바와 같이 선도적 역할 하는 인재들, 즉 NT의 서울대 임지순 교수를 비롯한 10명에게 국가 석학을 임명하여 5년 간 계속 재정지원 하는 선택과 집중의 배려는 잘한 일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 및 기술자들은 노벨상 같은 거대한 야망 때문에 연구실 불을 밝히고 혁신제품을 개발 한다기보다는 ‘자기 일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들의 소박한 꿈을 기꺼이 살려주는 것은 물론 최소 필수의 처우개선과 연구조건 개선은 한국의 미래를 살리는 첩경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