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수업을 해온 노련한 교사라지만 학생들의 불량한 수업태도 때문에 말씨름을 하다가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내 수업시간을 엉망으로 만드는 놈을 용서할 수 없다"며 심하게 나무라고 수업을 마친 나는 기분이 퍽 언짢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려니 의자에 사과 껍데기가 한 움큼 쌓여 있었다. `어떤 놈이지?' 화가 난 내 머리 속에서는 다시 `필경 어제 수업시간에 야단 맞은 놈 중 한 놈이렸다'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생각에 어제 그 반 교실에 들렀다. 마침 어제 꾸중을 들었던 학생이 주번이라 일찍 학교에 와 있었다. `옳지, 바로 너구나, 이 놈'하고 생각한 나는 그 날 그 반 수업에 들어가 이렇게 얘기했다. "어떤 놈이 선생님 의자에 사과껍데기를 갖다놨더구나. 당장 잡아내야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라며 은연중 압력(?)을 넣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이번에는 의자에 빵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어라? 이 놈이 겁도 없이…' 하지만 심증만 갖고는 그 학생을 다그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이 생쥐 같은 놈아, 마음이나 고쳐먹어라'라는 쪽지편지를 얹어 놓는 것으로 분을 삭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며칠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짜 마음을 고쳐먹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의자 위에는 빵 봉지와 빵 부스러기가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또야?' 갑자기 온 몸이 흥분돼 후끈 달아올랐다. `이젠 정말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빵 봉지를 움켜쥐는 순간, 난 방석에서 작은 먼지의 쥐 발자국과 털 몇 가닥을 발견했다.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 본 그대로 지금껏 내 의자에서 벌어진 해괴한 일들은 모두 생쥐의 소행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멀쩡한 아이들을 잡으려고 했다니…. 다음 날, 난 미안한 마음에 학생들 앞에 섰다. 한 손에는 어제 저녁 놓고 간 쥐덫에 잡힌 주먹만한 쥐를 들고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놈이었다. 우리 중에는 선생님 의자를 더럽히는 나쁜 녀석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선생님은 믿는다"라고. <류웅렬 前충북 서원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