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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육청・지자체 공동투자 학교시설 복합화 꾀해야

④ 물먹는 하마, 학교신설의 패러다임 전환

2005년 BTL 도입, 신설되는 모든 학교 BTL방식 추진
BTL 제한 추진, 재정 여력으로 현안문제 해소 힘써야

학생 수 감소 불구, 개발 사업으로 인한 학교신설 늘어
학교 공공시설 지정, 사업자 책임유도 신설비 부담완화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기회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확대되었다. 1970년과 2006년 사이의 취학률을 보면, 초등학교는 92.0%에서 99.0%, 중학교는 36.6%에서 95.7%, 일반계 고등학교는 20.3%에서 91.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학급당 학생 수의 경우, 초등학교는 62.1명에서 30.9명, 중학교는 65.1명에서 35.3명, 일반계 고등학교는 60.1명에서 33.7명으로 거의 절반수준으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열악하지만 짧은 기간에 이룬 성과로는 손색이 없다.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지속적인 학교설립과 교육시설의 제공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200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만1439개의 초·중·고교가 있으며, 매년 새로운 학교가 곳곳에 지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학교를 짓는 이유가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국민의 교육기회 확대와 교육여건 개선이 주된 이유였지만 최근에는 주로 각종 개발 사업에 연유한 인구이동 때문이다. 즉 기존 학교에서 개발지역의 신설학교로 학생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학교신설의 수요가 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학교 신설비 규모가 막대해 지방교육재정 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학교신설의 요인이 과거와 다르고, 교육재정의 고질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면 학교신설의 방식을 새롭게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표 1>은 1996-2004년에 신설된 학교 수를, <표 2>는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제도)이 도입된 2005년 이후의 학교신설 현황을 제시한 것이다. 1996~2000년에는 615개의 학교가 신설된 반면,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추진된 2001~2004년에는 1130개의 학교가 신설되었다. 급증한 학교신설은 교육여건 개선에는 기여하였지만 신설비에 대한 부담은 지방교육재정을 압박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2005년 1월 ‘사회기반시설에 관한 민간투자법’이 개정되면서 도로·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한정되었던 민간투자사업의 대상이 학교, 복지시설 등을 포함한 생활기반시설로 확대되었으며, 더불어 BTL방식이 도입되었다. BTL이란 민간이 자금을 투입하여 사회기반시설을 건설(Build)한 후 완공시점에 소유권을 정부나 지자체로 이전(Transfer)함과 동시에 관리·운영권을 설정 받고, 정부·지자체에 시설을 임대(Lease)하여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방식이다. 학교신설과 관련해서도 2005년부터 BTL방식이 본격 도입되었으며, 원칙적으로 신설되는 모든 학교를 BTL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134개와 194개의 학교신축을 BTL방식으로 추진하였으며, 올 해는 115개의 신축을 예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연도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매년 지속적으로 학교가 신설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중요한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과도하게 높은 학교 신설비는 운영비와 교육 사업비 등의 잠식을 초래하며, 결국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된 교육비가 줄어들게 된다. 2006년 지방교육재정 예산은 34조6842억 원이었다. 매우 경직적인 인건비가 68.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다음은 교육시설비가 13.7%를 차지한다. 교육시설비 규모는 4조7375억 원이며, 이의 63.5%인 3조68억 원이 학교신설에 소요되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학교신설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시·도 교육청은 지방채를 발행하고, 이는 다시 빚이 되어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둘째, 학생 수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학교신설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림 2]에서 보면 학교 급별 학생 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1970년 575만 명을 정점으로 2020년 262만 명으로,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1980년대 후반 각각 278만 명과 228만 명에서 2020년 137만 명과 135만 명으로 꾸준한 감소가 예측된다. 그럼에도 2007~2011년까지 신설예정인 초·중·고교는 모두 590여개이다. 이중 경기도에 신설예정인 학교는 251개로 전체의 42.5%를 차지하며, 서울 및 광역시 지역에 신설될 학교를 포함하면 전체의 83.7%인 494개에 이른다. 한 마디로 향후 신설되는 학교는 대부분 개발 사업으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학교신설은 기존학교의 교육비를 잠식하고, 결과적으로 교육재정 배분의 공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셋째, 학교용지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학교용지는 교육시설의 기초가 되는 공공성을 지닌 토지이다. 학교용지는 교육목적에 맞게 선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학교환경과 건축구조, 학생정서 환경,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크게 영향을 주는 만큼 적절한 곳에 선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발사업자의 인식부족 및 지자체의 비협조 등으로 학교용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개발지역의 학교용지를 확보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시·도의 일반회계와 교육비특별회계가 각각 1/2씩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일반회계에서 학교용지 확보에 소요되는 경비를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결산자료에 따르면 2006년 총 학교용지매입비는 4조6201억 원이며, 1/2을 시·도 일반회계에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부담액은 5170억 원으로 부담 대상 액의 22.4%만 부담하였다. 이외에도 학교입지 선정에 교육청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며, 학교용지부담금 징수와 전입에도 소극적이다.

이처럼 학교신설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들은 학교신설 구조의 개편 없이는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제는 학교와 학교신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검토하고, 여기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첫째, 학교는 학생만을 위한 교육공간이라는 생각을 벗어나 지역사회의 평생교육과 문화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지역주민에게 학교를 개방하고, 시설을 함께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공간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평생학습 등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공동 투자하여 학교시설을 복합화하고, 이를 학생교육과 지역주민의 평생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는 학교시설 복합화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물론 복합화의 경우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조율 때문에 공사기간이 과다하게 길어지기도 하며, 시설사용과 관련하여 지역주민과 학교 간의 갈등과 마찰이 우려되기도 한다. 때문에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조체제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학교를 공공시설로 지정해야 한다. 2005년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학교는 도로, 공원, 상수도 등과 같이 지역주민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시설인 기반시설로 지정되었다. 학교가 기반시설로 지정됨으로써 기반시설부담금의 일정 비율을 학교신설에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도로, 공원, 철도, 수도는 공공시설로 지정되어 있는 반면 학교는 제외되어 있다. 학교가 공공시설로 지정되면, 택지개발을 담당하는 사업자가 도로와 수도 같은 공공시설의 설치를 책임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 신설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되므로 학교 신설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 교육은 국가의 일반적 과제이고 모든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으며, 학교는 이를 위한 필수적 물적 기반이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는 모든 국민이 공동으로 활용하고 그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필수 공공시설이다. 조속히 학교를 공공시설로 지정하여 공교육의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BTL사업의 신중한 추진과 전략적 활용방안을 탐색해야 한다. BTL방식은 학교 신설비 확보 문제를 민간자본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편익은 조기에 향유하되 비용은 장기에 걸쳐 상환함으로써 교육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교육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BTL방식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BTL사업의 본질은 현재의 부채를 미래세대에 나누어 전가하는 방식일 뿐 교육재원의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올해부터 BTL방식의 학교들이 개교하기 시작함에 따라 임대료와 운영비에 대한 지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정부에서 추정하고 있는 임대료 규모는 올해 1385억 원, 2008년 4557억 원, 2009년 6497억 원 등으로 해마다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임대료 이외의 운영비는 시·도 교육청이 자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지방교육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BTL사업은 매우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추진하되, BTL사업 초기에 발생하는 재정여력으로 시급한 현안 교육문제들을 해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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