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한테 제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너무 미안합니다. 서럽게 울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게 더 슬픕니다. 당신을 잃은 설움이 이토록 클 줄이야…. 이제 당신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요. 폐암의 고통을 이겨가며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하던 당신. 그 날들이 엊그제인데 당신은 다시 못 오실 길을 그렇게 혼자 떠나셨습니다. 아파도 조금만 더 참고 제발 함께 살아달라고 매달린 나를 두고, 당신은 눈물만 남긴 채 가셨습니다. 꿈속에서라도 날마다 당신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싶은 당신. 유난히 따스하던 당신의 손도 만져보고 싶습니다. 당신 이마에 내 이마를 대고 "사랑합시다" 했던 내 목소리 지우지 마시고 듣고 계세요. 늘. 여보, 사랑해요. 당신께서 고통스런 병환으로 고생하실 때, 그저 지켜볼 뿐 대신하지 못한 게 가슴이 시리도록 아픕니다. 살아 계실 때 맛있는 음식 많이 못 해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저녁상에 차릴 청국장 찌개에 오늘도 제 눈물이 떨어집니다. 조금만 더 정성을 다 했더라면 지금 제 곁에 당신이 계셨을 텐데…. 한 번은 생전 안 보던 운세도 보았답니다. 제 이름이 나빠서 당신이 그렇게 되신 건 아닌지. 이름을 바꿔보려고도 했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제가 당신을 찾아갔을 때, 저를 몰라 볼까봐 바꾸지 못했습니다. 저는 성당중학교 교장선생님이셨던 당신. 이희덕의 아내 윤길자이니까요.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당신 편찮으실 때, 왜 그리도 할 일이 많고 피곤하던지, 다 못한 내 정성 이제는 당신께 무얼 해 드려야 하나요. 당신 볼까봐 울음도 삼키던 저는 이제 실컷 웁니다. 당신이 그리워서. 하지만 이젠 아픔을 잊고 살아가겠습니다. 막내 딸 여울 때까지 힘이 들어도 당신 손을 꼭 잡고 살래요. 당신도 내 손 꼭 잡고 놓지 마세요. 여보, 사랑합니다. <윤길자·명예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