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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그 컵 탄력 좋다!


일요일 오후 백화점에 들렀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한바탕 주차전쟁을 시작으로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거쳐 수많은 인파와 이리저리 부딪힌 끝에 겨우
볼일을 마쳤다.
한껏 짜증이 나서인지 배가 고팠다. 식당가는 역시 초만원이었다. 널부러진 그릇들, 소란스런 아이들, 빈자리를 찾으며 소리치는 사람들, 음식을
들고 곡예비행을 하는 어른들….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데 그 옆자리에 친구인 듯한 젊은 아줌마 둘이서 각각 아들을 데리고 앉았다. 한 아이는 두 살쯤 돼 보이고 다른
아이는 돌 정도 돼 보였다.
젖먹이 한 살배기를 의자에 앉힌 아줌마는 간신히 걸터앉아 중심을 잡은 아이에게 플라스틱 컵을 쥐어 주었다. 그 아기는 컵을 가지고 연실 식탁에다
대고 망치질을 해댔다. 처음 한 두 번은 모르지만 식사 내내 그 소리를 들어보라. 점점 짜증이 더해지면서 폭발할 지경까지 갔다. 그러던 중 그
아기는 끝내 컵을 놓쳐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경박스럽고도 요란한 소리를 다들 알 거다.
그런데 그 아줌마의 말. "야! 그 컵 탄력 좋다."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그러고도 컵을 세 번이나 거듭 쥐어주는 거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그래도 참을 만하다.
마주 보고 앉은 두 살 짜리 애 엄마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자기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란…. 전화를 받을 때,
아줌마들의 목소리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거의 대부분 소리의 마법사가 되는 것 같다. 접대용 목소리는 너무나도 우아하고 섹시함까지 겸비하지
않았는가!
그 아줌마는 그런 목소리로 자신이 무대에 선 동화구연자라도 되는 것처럼 화려한 몸 동작과 함께 온 식당이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엥 아기 돼지 삼형제가 살고 있었어용. 그 돼지가 배가 고팠어용" 그리고는 "I'm hungry!"
으아아악!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옆자리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외국어 조기 교육의 필요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던 그
아주머니의 행동이 눈물겨운 순간이었다. 아직 `엄마, 아빠 발음도 시원치 않은 아이에게 아임 헝그리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공공 장소에서의
예절까지 지키지 않을 만큼….
아니다. 분명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그 아이의 삶을 더 품위 있고 격조 있게 만들어 주는
일일 것이다. 식사 예절이 반듯하지 않은 어린이는 다른 행동에서도 예의바르지 않다고 한다. 가정에서부터 식사예절이 무시되는 것은 아닌지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김진면 서울 안산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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