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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최악의 봄 가뭄…학교도 몸살

화장실 물 못 내려 냄새 진동
급식 차질, 햄버거·우유 대체
"학교행사 때 물 지참" 공문까지

중부 북부지방의 극심한 봄 가뭄에 일선학교도 고통을 겪었다. 인근 한탄강의 바닥이 드러나 지난 한 주 수돗물이 끊긴 경기 동두천 시내 일부
고지대 학교는 물 청소는 고사하고 화장실까지 폐쇄해 교사,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학교에는 이동식 화장실까지 등장하는 등 유래 없는
가뭄난에 시달렸다.
13일 오후부터 물이 끊긴 동두천여중은 며칠 동안 화장실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로 골머리를 앓았다. 시에서 급수차가 와 물을 공급해 줬지만 양이
턱없이 부족해 50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화장실 뒷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
한 교사는 "교편을 잡고 처음 겪는 일이다. 겨우 방과후에나 한 번 대소변을 씻어 내리는 형편이라 복도를 지나가면 냄새가 코를 찔렀다"며
"당분간 비도 내리지 않는다니 간이화장실이라도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학교 목지혜 양(18·3학년)도 "볼 일을 보고 그냥 나올
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꺼림직 하기도 해 웬만하면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두천고도 좌변기 물이 약하거나 자주 끊기는 사정은 마찬가지. 소변기 센서는 아예 차단, 물내림을 완전히 막은 상태다. 이 때문에 누런
소변기에서 나는 냄새를 감수해야 했다.
보영여중과 보영여종고는 1층 화장실을 제외한 전 화장실을 폐쇄했다. 교사들은 틈나는 대로 학생들에게 용변을 자제(?)하라고 호소했지만 쉬는 시간
1층 화장실에는 늘 학생들의 줄이 이어졌다. 동두천정보산업고는 재래식 화장실 1동을 사용해 급한 불을 끈 상태다.
보영여종고 김현호 교감은 "보다 못한 한 학부형님의 호소로 간이화장실 10동이 설치된 상태"라며 "요즘처럼 재래식 화장실이 아쉬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뭄난에도 각급 학교에서 봄 맞이 과학경진대회 등 각종 행사가 이어지자 동두천교육청은 물 소비를 억제하는 묘안을 마련, 각 학교에 시달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행사 당일 참석 교사와 학생은 각자 먹을 물을 준비하고 용변도 집에서 해결하고 참석하라'는 것.
17일 과학경진대회를 연 사동초 정석문 교무주임은 "삼사백 명의 식수를 마련하는 일도 요즘은 부담스런 일이라 교육청에서 공문을 보낸 것 같다"고
개탄했다. 사동초도 갑작스런 단수로 이틀 동안 햄버거 급식을 하고 기계가 하던 설거지도 물을 아끼기 위해 사람이 대신하면서 일손 부족을 겪었다.

이밖에 모든 학교가 물 청소를 자제하고 마른 청소만 하다보니 교실 내 먼지로 인한 위생문제가 우려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동두천교육청과 동두천시는 학교마다 2∼5톤의 물탱크를 설치하고 매일 소방차와 군용차를 동원해 물 공급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20일부터는 건설교통부의 지원으로 양주군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물을 가압해 하루 5천톤의 물을 공급받아 급한 불을 끈 상태다. 하지만 가뭄이
계속돼 학교 지하수가 바닥날 경우 물 부족난은 또다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대책반의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감수해야겠지만 앞으로 가뭄이 계속되면 다른 시군에도 물 지원을 요청하고 학교마다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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