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8대 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새로운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동안 국회가 무엇을 했는지 궁금증만 남아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18대 국회의 전반기에는 파행으로 일관된 비생산적인 국회로 여겨진다. 임기 시작 89일이 지나서 개원하고도 총 232일의 회기일 중 54일은 점거 사태, 100일간은 장외투쟁에 여념이 없었다. 이러다보니 법안 통과율이 역대 최저치인 13.2%로 비생산 국회의 극치를 보였다.
더구나 국민들은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대표적 불량(不良)상임위로 지목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교육가족 모두에게 기대 이하의 실망감을 줬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의 전반기 2년은 말 그대로 ‘역대 최악(最惡)’이었다. 산적한 각종 교육현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보다는 후진적 정쟁으로 일관했으며, 이로 인해 학교현장은 혼란과 불신이 가중돼 불만의 목소리만 높아졌다.
최근 법제처 발표에 의하면, 18대 국회에서 전반기 2년간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 중 통과된 법률안은 10건 중 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입법실적을 기록했다. 더구나 교육과학기술부 소관 의원발의 법률은 단 4건만이 처리되는 불명예를 초래하기도 했다.
열려야 할 상임위는 문을 닫았고,정작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에는 침묵해버린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지방교육자치제도에 관한 법률, 취업후학자금상환제특별법, 교원평가제 실시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도교육규칙으로 시행되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교과위의 여·야 간사, 한국교총, 교원노조 및 학부모단체 등이 참여하는 6자 협의체는 제대된 논의조차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 있다. 또한 현장교원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인 교원잡무경감을 위해 법률 형태로 제출된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에 관한 논의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방교육자치제도에 관한 법률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지방교육자치법의 개악은 교육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인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했기에 교육계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결국 상임위 절반의 기간을 사회적 여론에 쫓기거나 여·야간 정치적 이해득실에 맞는 법안만을 손질하기에 급급해 왔던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유·초·중등교원에 관한 입법화 노력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를 반영하듯 학부모와 학생들은 좋은 교사와 좋은 수업을 더욱 갈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제화의 의지는 너무나 인색한 것 같다. 우수한 교단교사가 존중 받는 풍토조성을 위한 수석교사제 법안 역시 1년이 넘도록 국회 교과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긴 세월 동안 학교현장에서 염원했던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제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허공의 메아리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교과위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학교 현장은 변화의 일상 속에서 바쁜 나날을 맞이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교장과 장학사의 인사비리 문제는 교육계는 물론 모든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외면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고교와 대학입시를 둘러싼 이런 저런 부정 의혹은 교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연일 불거진 일련의 사태가 있었지만 상임위 차원의 진지한 대응책 논의는 물론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조건 국회나 정부의 탓만 하기에 앞서 교육관련 당사자들의 모범된 자세와 자정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 교과위의 무능 속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논란이 적지 않은 법안들이고, 여야 입장도 있을 것이다. 이런 쟁점 법안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협상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적의 법안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 임무일 것이다. 교과위에 계류된 법안 중에는 시급성을 요하는 사안들도 적지 않기에 정파를 떠나 국민의 진정한 대변자 역할을 항상 염두 해 둬야 할 것이다.
후반기 공식 출범한 교과위의 책무는 막중하다. 후반기 국회는 전반기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심기일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반기 의정활동의 부끄러운 기록들을 떨쳐버리도록 2년간 매진해야 할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다.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교육 주체들의 동의를 구해가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18대 국회 후반기에는 교과위의 자성과 반성의 밑그림 속에서 학교현장과 밀착된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을 요구하는 바이다. 때로는 타협과 협상, 정치적 결단을 통해 백년대계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의정활동을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