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수필은 작가의 개성이 드러난 산문 문학이라고 한다. 허구적이지 않은 사실적인 개인의 경험을 성찰의 과정을 거친 후 글로 표현한 것이 수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경험이다 보니 특정한 형식이 없지만 내용이 유기적으로 잘 조직되어 있어야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이끌 수 있다. 흥미 이외에도 수필에는 삶의 교훈과 세계에 대한 비판이 함께 녹아 들어가 있어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개성, 흥미, 교훈을 수필 심사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번 교원 문학상에 응모한 작품들의 특징은 학교나 개인의 일상에서 경험한 일, 자연에 대한 경외,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 한 단상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다. 특히 교사라는 직업을 통해 겪게 되는 학내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개성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다수였다. 최근의 경향인지는 몰라도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그로인한 본인의 성찰과 관련한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수필이라는 장르가 워낙 개성적이다보니 그것을 평가하고 순위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가운데 몇 작품을 위에서 언급한 개성, 흥미, 교훈, 문장 능력을 토대로 골라보았다. <감씨>와 <민들레 씨앗>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매우 고심을 하였다. <민들레 씨앗>은 사유의 확장에서 <감씨>는 우리말의 표현과 서사적 갈등 면에서 우수하였다. 수필도 글이다보니 우리말을 잘 활용하여 잘 읽히는 것에 손을 들어 주어 <감씨>를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감씨>는 우리말을 활용하고 쓰는 표현능력이 매우 우수하다. 어휘 선택이며 비유가 매우 참신하고 정갈하다. “옛날 아들 많은 할머니가 딸만 낳은 며느리 앞에 유세 떨던 것처럼 못 바람은 언제나 떵떵거렸다”와 같은 비유를 통해 이 글의 전체 내용을 암시하는 솜씨는 매우 뛰어나다. 이 글은 어머니와 할머니 사이의 갈등, 소위 고부 갈등을 자식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도회지로 나온 자식에게 그해의 수확물인 감을 보내주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 보는 수필이다. 고향의 풍경과 어머니의 고된 삶을 적절히 배치하여 고즈넉한 장면들이 혹 한편의 회상 소설을 보는 듯하다.
아쉽게도 가작으로 선정된 <민들레 씨앗>은 민들레 씨앗이라는 작은 자연물을 바라보며 자아의 성찰로 나아가고 있어 사유의 확장이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수필이 지니고 있는 자유로운 글쓰기 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자유로움을 토대로 해서 ‘민들레 씨앗-텅빈 마음-나답게 사는 것’으로 사유가 확장되어 나가고 있다. 단순한 사고나 단상에 머물지 않고 점차적으로 글이 깊어지면서도 자아에서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 사유의 근간이 은유로 되어 있어 글쓴이의 상상력의 폭이 매우 넓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좋은 수필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었다. 그 가운데 <흔적>, <음치타령>, <꽃이 필자리>, <선생 노릇> 등 여러 편은 선정된 작품과 같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