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총은 지난달 14~28일 실시한 ‘학생지도 방법 개선을 위한 교육벌(간접체벌) 아이디어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현장 및 교원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벌을 개발·추진함으로써 학생지도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된 아이디어 공모 결과 전국에서 실제 적용했던 사례 72건이 접수됐다. 교총은 1~3차 심사를 거쳐 우수사례 10건을 선정, 우수 및 접수사례를 홈페이지(www.kfta.or.kr)에 소개했다.
한편 18일 학생에 대한 직접체벌은 금지하되, 교육벌은 학칙으로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이 발효된 후 일부 시·도교육청이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학교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경기·강원·전북 등은 시행령이 발효되자 ‘모든 체벌을 금하는 학생인권조례의 원칙과 어긋난다’며 조례를 통해 체벌 전면금지를 강행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교총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개정안은 자율과 책임 중심의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교육벌 적용을 단위학교에 위임한 것”이라며 “조례가 법령을 위반하는 내용이라면 학교운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이 실시한 교육벌 아이디어 공모를 보면 사인받기, 서명받기 등 자유시간 이용형, 자세교정, 운동 기초동작 학습 등 간접체벌형을 비롯해 방과후 상담형, 학생 선택형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특히 교육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접수된 아이디어 중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매 시간마다 서명하기 = 문제학생에게 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 들러 정해진 용지에 직접 서명과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등 간단한 문구를 적도록 한다. 하루에 8~9회 정도 교무실을 방문하기 때문에 교사·학생 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학생 입장에서는 벌을 받는다는 부담이 적으면서도 자기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해당 교사가 자리에 없더라도 학생 선도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서명을 하지 못하면 서명 기간을 연장한다. 의견을 낸 박순훈 창원명곡고 교감은 “2003년부터 1년 반 동안 실시한 결과 90% 이상이 반성하는 등 큰 효과를 봤다”며 “이를 실행하고 있는 후배교사들로부터 ‘의외로 효과가 크다’는 격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자치규율에 의한 대체벌 실시 = 학생들 스스로 자치규율을 만들고 그에 따른 대체벌을 실시한다. 대체벌은 학년 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하기 싫은 것’을 모아 놓은 함에서 뽑아 내용대로 실시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노래부르기’ ‘청소하기’ ‘운동장 돌기’ 등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정한 방법이라 잘못된 행동에 대한 예방 및 선도에 효과적이다. 의견을 낸 A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규칙이라 잘 따르는 편”이라며 “아이들 입장에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할 일 생각하기와 사제동행 대체벌 실천 = 대체벌의 종류는 교실 및 화장실 청소하기와 벌을 계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할 일을 작성토록 하는 것. 학생이 실천한 내용을 같은 반 학생들이 10점 만점으로 평가해, 평균 7점 이상이어야 통과하도록 했다. 이 제안은 청소할 때 반드시 교사가 같이 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선생님도 책임이 있으니 같이 하자’며 동행할 경우 학생들과 친밀감이 높아지며 체벌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학생 평가가 낮아 억울할 경우에 교사가 직접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준다.
◆좋은 글귀 적으면서 마음 다스리기 = ‘명심보감’ ‘탈무드’ 등 좋은 글이 적혀 있는 책을 선정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행동과 관련된 글을 책에서 찾아 읽고 ‘마음 다스리기’ 종이에 옮겨 적는다. 내용을 베껴 쓰는 것에만 급급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은 피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 1장 분량의 내용이 적당하다. 가정과 연계된 지도를 위해 칭찬·벌점통장을 만들어 교사의 의견과 함께 가정에 보낸다.
◆만보기를 이용한 체력단련 = 간접체벌을 실시할 경우 학생들과 감정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한 학생에게만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에게 만보기를 착용시킨 후 제자리 걷기, 앉았다 일어서기 등을 실시한다. 교사가 직접 벌의 상황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며, 학생들이 체력단련으로 인식해 효과적이다. 특히 2명 이상이 벌을 받게 될 경우에는 학생 간 경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외에도 ▲적응력 향상 위한 방과후교실 운영 ▲자신이 정하는 봉사활동 ▲마음을 가꾸는 만다라 그리기 ▲친구 10명에게 사인 받아오기 ▲학습벌 ▲나눔 일지를 통한 마음오름길 등 다양한 의견이 접수됐다.
신정기 교총 교권국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교실위기와 교권추락 그리고 교사의 학생지도 포기현상 등 학교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 학기가 시작된 한 달여 동안의 학교현장 실태 및 교원 여론조사 실시를 통해 단위학교에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