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과 중앙일보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학교폭력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교육포럼을 개최했다. 학교폭력 근절의 실질적 대안 모색을 위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국어·도덕·사회 등 교과에 학교폭력 관련 프로젝트 수업을 포함시키고 중학교 체육시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덕체(智德體)'의 균형을 되찾아 2차 성징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건강한 발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올 한해는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학칙을 제정하고 지키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며 “1학기는 합의된 꼼꼼한 규칙을 정하고 2학기엔 서약을 통해 학칙을 지키는 학교풍토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학교 메커니즘에 대한 몰이해의 대표적 사례인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과 학교폭력의 대표적 원인”이라며 “담임‧부담임제 연계를 통해 교원의 권한과 책무성을 높여 생활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폭력예방교육 강의식 집합연수 효과 없어
사례 중심 자료보급, 강사 역량 차 줄여야
김태완=학교폭력이 초등까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여학생 폭력도 늘었다. 사이버폭력, 심부름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예방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유진영=우리 학교는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언어폭력, 갈취 등이 많다. 인성교육 부재가 원인인 것 같다. 예방교육 하지만 강의 위주다. 정말 들어야 할 친구들은 장난만 친다. 집합교육은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방명환=실효성 있는 예방 연수가 안 된다. 강사의 역량도 차이가 크다. 시간도 많아야 2시간이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심각성을 모른다. 모르니까 장난인지 판단도 안 된다. 장난이니까 부추기기도 한다.
신미현=말씀하신 대로다. 사례 중심의 PPT자료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호=신 소장님 자료를 공유해 연수 수준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 교총도 협력해 달라.
안양옥=치료와 예방적 접근 포함한 교육해야 한다. ‘내 탓이오’ 운동도 필요하다. 대통령도, 정치권도, 교육감도 반성적 접근해야한다.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담당자가 없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모두 다 자성해야 한다. 교총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
교과 특성 살린 폭력관련 프로젝트수업
중학교 체육수업 주 4시간으로 늘릴 것
이주호=‘지덕체’ 균형이 깨진 게 문제다. 교과 지도에 비해 인성교육이 미흡하다. 또 육체적으로는 성숙한 학생들이 이를 발산할 공간이 없다. 국어에선 언어 순화를 가르치고, 사회와 도덕에서도 관련 프로젝트 수업을 하겠다. 동시에 스포츠를 통해 또래와 어울리는 문화를 장려하겠다. 중학교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만큼 체육 활동을 강화하고, 모든 학생이 한 가지 체육 동아리에 들게 하겠다. 학교, 시·군·구, 전국 단위 리그전도 열 방침이다. 현재 체육시간은 1학년 3시간, 2학년 3시간, 3학년 2시간인 중학교 체육 수업 시간을 3월 신학기부터 1·2·3학년 모두 주당 4시간으로 늘릴 방침이다.
유진영=지금도 국어 과목엔 생활국어가 있고 그 시간엔 언어 순화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수업 거의 하지 않고 시험 때만 공부한다. 사회 과목도 공동체에 대해선 중3이 돼서야 배운다. 중1 때부터 배웠으면 좋겠다.
안양옥=방향성을 잘 잡아주셨다. 올해 7800건 중 5300건이 중학교에 집중되어있다. 폭력성, 공격성은 누구나 내재되어 있다. 분출구가 필요하다. 방과후학교가 실패한 것은 국영수를 반복한 것에 있다. 예술‧스포츠 활동을 하게 되면 폭력이 견제된다. 학교 내 일진에 대항하는 순기능이 가능하다고 본다. 방과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대책과 함께 대부분 스포츠 동아리들이 남성적이다. 여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야한다.
이주호=일본에서 이지메가 성행할 때 동아리 리그전이 많은 도움이 됐다. 토요 스포츠 리그전도 활성화 하겠다. 스포츠는 규칙, 협동 인성을 키울 수 있다. 배려하는 습관은 누리과정부터 실시하려한다. 국가공통과정에서부터 실시해 차례 지키기, 줄서기, 나눠 쓰기 등 지식이 아닌 실천하는 습관 기르도록 하겠다.
방명환=맞는 말이다. 기술‧가정 과목에서도, 체육과목에서도 폭력 관련 수업은 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 마련이 중요하다.
•
조-종례, 생활지도 담임 수업시수 포함
부담임 역할 확대, 임용고사 면접 강화
신미현=인성교육과 학교폭력 예방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선 교사에게 과중한 짐이 된다. 담임이 초기 대응을 잘 못해 악화된 사례가 많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평일, 오후3시에 급하게 잡혀 전문가는 참석 못하고 피해 학부모와 교사만 모이는 경우도 많다. 교대나 사대 양성과정에서 생활지도 부분만 한 학기 정도 실습했으면 좋겠다.
안양옥=담임교사하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담임제도 활성화해 수당 줘야 한다. 전 교사가 담임 기피가 아니라 학급을 맡으려는 쪽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담임을 신규교사에게 떠밀지 않아야 한다. 수석교사처럼 담임도 경험이 중요하다. 멘토-멘티를 통해 경력이 어느 정도 되면 담임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교대는 2학년부터 실습을 나간다. 교과지도와 생활지도로 나눠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대는 교대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과와 생활지도 비중이 5:5는 되어야 한다.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이주호=담임이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노력하겠다. 우선 담임의 수업 시수를 줄이겠다.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생활지도 시간, 조례·종례나 창의 수업 참여를 담임의 수업 시수에 포함시키겠다. 명목에 그치고 있는 현행 부담임제도 강화해 담임을 돕도록 하겠다. 부담임 수당도 고려하겠다. 임용고시 체제 전환안을 마련 중이다. 대책에 담겠다. 임용고사 면접에서도 강화하겠다. 자치회 시간을 학운위처럼 방과후로 하는 것도 검토하겠다.
•
학교별 규정 합의해 마련, 서약 의무화
전학은 떠넘기기…학부모도 함께 교육
방명환=학교마다 ‘학교규정집’이 있다. 하지만 학생도 부모도 잘 모른다. 너무 세세하고 구체적이라 '제대로 적용하면 안 걸릴 학생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의무화하자. 문제 학생의 부모들은 거듭 요청해도 학교에 안 온다.
유진영=우리 반 교실 벽에도 '괴롭힘을 막고, 괴롭힘 받는 친구를 돕자'고 붙어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주호=학생 생활 규칙을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만들게 하려 한다. 올 1학기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생활규칙을 만들고, 2학기엔 학부모의 서약서를 받아 서로 지키게 하려 한다. 학교장이 신속하게 가해학생을 분리할 수 있게 법적 검토도 하고 있다. 가해학생 학부모에 대해서도 학교폭력 특별교육을 자녀와 함께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태완=노르웨이식 '멈춰' 교육을 적극 도입하자. 유치원 단계부터, 가능한 한 일찍 가르쳐야 한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뿐 아니라 방관하고 있는 학생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장난은 하는 나도 당하는 너도 즐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괴롭힘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신미현=상담해 보면 방관하는 학생도 고통스러워한다. 아무것도 못했다는 사실, 돕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방관하는 학생들을 '너희가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상황이 되면 곤란하다. 소수 (가해) 학생들에게 다수 학생이 눌려 있는 상태인 것도 감안하자.
안양옥=가해학생을 일반 학교로 전학시키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지메'가 극성을 부리자 교육법을 개정했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도 함께 책임이 있다. 규칙은 학교 급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만들어야 한다. 교총이 역할 하겠다.
이주호=올해는 창의‧인성교육 중 인성교육에 더 노력하겠다. 학교폭력 근절 원년이 될 수 있도록 기대에 부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