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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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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을 지킨 안양옥 회장님께

공천 제의를 끝내 고사하고 교육을 지키겠다는 그 결단을 존중하고 앞으로 교육계를 대변하여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다음 달 총선과 연말에 치러질 대선에서 올바른 교육복지와, 교육환경 개선, 공교육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 주셨으면 합니다.

불과 2년 전 만해도 회장님과 저는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한국교육신문 편집국에서 논설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고 위촉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회장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 자리는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님, 박효종 서울대 교수님 등 함께 논설위원으로 위촉된 분들도 함께 했습니다.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조금은 어색한 자리이기도 했지만 회장님께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편안하게 해 주신 덕분에 참석한 분들 모두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교총 사무국에서 근무하시는 분으로부터 전남 지역의 모 중학교 선생님께서 교권침해를 당했다는 보고를 접하고 교총의 모든 조직력을 동원해 해당 선생님을 도와드리라는 말씀을 듣고 참으로 든든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사실 제 차례가 되면 글을 쓰는 것 말고는 회장님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지면(紙面)을 통해서 회장님의 활동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교육현장의 문제와 교권 수호를 위해 정부 당국자를 만나 설득하고 때로는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서 항의 시위에 참가하는 등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현장 교사로서 민구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다짐의 계기도 되었습니다.

학생 자살, 학교 폭력, 학생인권조례 , 교권 추락 등 학교 현장이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개학을 맞았고 늘 그렇듯 학년 초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교육문제로 한 달 남짓 들끓던 언론의 관심사도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총선으로 옮겨 갔습니다. 늘 그렇듯 총선의 계절이 돌아오면 공천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고 특히 정치 신인일수록 언론도 관심은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전,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던 시점에서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집권 여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강남벨트 중에서도 핵심인 서초갑에 교총회장 공천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사실 그 순간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비록 한 번밖에 뵙지는 않았지만 이 분이 결국 정치를 하기 위해 교총을 디딤돌로 삼으려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회장님들이 있었기에 실망감이 더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를 통해 소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집권 여당의 강남 벨트 공천자 명단을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회장님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사유를 알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하자 “임기를 반드시 마치겠다는 18만 회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선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장교사로서 반가웠던 점은 교원을 대표하는 회장님께서 교육자의 기본 자질인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가웠고 또 그런 회장님을 잠시 나마 오해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회장님 개인 입장에서 볼 때는 국회의원이 돼서 교육계를 대변하는 것도 교육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인간적인 입장에서 생각하면 공천이 곧 당선과도 같은 권력의 유혹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어디 보통 자리입니까? 보장된 임기 4년 동안 세비만도 각종 수당과 활동비까지 합하면 연 1억3000만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개인적으로 채용하는 4급 등 6명의 보좌진을 두는 어지간한 중소기업 사장님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움직임 자체가 국가 기관의 공무이다보니 차량 유지비와 기름값, 우편료, 철도와 비행기, 선박 무료 이용 등 국가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니 특혜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퇴임 후에는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65세가 넘으면 월 120만원의 연금을 품위 유지 명목으로 받게 되는 등 200가지가 넘는 특권만으로도 그 위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장님께서 공천을 수용하고 충선에 뛰어들었다면 교총은 또 한 번 관변단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결국 교총 회장은 정치권으로 가기위해 거쳐 가는 정거장 정도로밖에 인식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특권과 영광의 자리겠지만 이를 마다하고 교육현안에 전념하겠다는 회장님의 결단이야말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공인 의식을 보여준 쾌거라 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의 이번 결정은 교육 현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에게 교육자의 참모습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됨은 물론이고 교총에 대한 교원들의 믿음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 믿습니다. 주변에서 회장님의 총선 불출마를 계기로 새롭게 교총 회원에 가입하겠다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교총이야말로 진정성을 갖고 교육현안을 풀어갈 대표적인 교원단체로 인식하고 그래서 더 힘을 실어드려야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회장님, 공천 제의를 끝내 고사하고 교육을 지키겠다는 그 결단을 존중하고 앞으로 교육계를 대변하여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다음 달 총선과 연말에 치러질 대선에서 올바른 교육복지와, 교육환경 개선,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에 앞장서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의 사기 진작과 추락한 교권 회복을 위해 지금까지도 열심히 뛰었지만 앞으로도 더 매진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공천 고사를 보면서 참교육자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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