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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 국립대 중장기 재정투자계획 마련하자

대학재정 개선방안 ③

1990년대 말 이래 정부는 다양한 국립대 발전 방안을 추진해왔다. 현 정부도 국립대 법인화, 교원성과급적 연봉제,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총장직선제 폐지, 국립대 재정회계통합 등을 통해 국립대 선진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편으로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국가재정 중 고등교육 지원 비율 확대를 위한 ‘고등교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2년마다 지원계획을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

알맹이가 빠진 발전 방안

그러나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다. 국립대에 대한 중장기 재정투자계획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국립대 발전 방안들은 거버넌스, 인사, 평가, 규제를 주 내용으로 하고 국립대 선진화를 위한 세부적인 재정투자계획이 없다. 알맹이가 빠져있는 것이다. 우리 고등교육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예컨대 대학진학률은 최고 수준이나 성인인구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에 비해 여전히 낮고 SCI 게재 논문 세계 순위는 최근 몇 년간 11∼12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재정이 저투자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주원인이다. 대학생당 교육비, 공공부담 규모, 국립대 비중 등이 대부분 OECD 평균 이하이거나 최하위권이다. 교육예산에서 고등교육 비중은 1997년 11.4%, 2002년 12.8%, 2007년 11.0%, 2012년 13.7%로 지난 10여 년간 11∼13%대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정부 고등교육예산은 국가경제 수준에 비해 너무 열악하고, 국립대 지원예산 전체가 하버드대 일 년 예산 규모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지금 국립대는 위기에 놓여 있다. 우수 학생 및 교수인력의 선호도가 낮아지고, 등록금은 꾸준히 상승하며, 국고지원금은 답보상태에 있다. 한때 일부에서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국립대를 폄하했다. OECD 자료로 보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고등교육은 심각한 저투자 상태에 있고 인건비 비중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국립대 효율성이 낮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 국립대에 대한 인식과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국립대가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발전계획을 수립·실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양의 증대도 중요하지만 주요재원인 국고지원금 규모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4년 이상 중장기 국립대 재정투자계획을 마련하고 대학별 배분방식을 법제화해 개별국립대가 중장기 재정확충 및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 영국, 핀란드처럼 이에 대한 국가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총액교부 확대 정착시켜야

국립대 재정운영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대학 간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정배분에서 수식형(포뮬러 펀딩)과 총액교부제를 확대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경상경비는 물론 시설비, 기본연구경비까지 수식형을 적용하고, 총액교부해 국립대들이 스스로 목표와 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도록 한다. 이것이 선진국의 국립대 재정지원방식이다.

고등교육예산을 OECD평균인 GDP대비 1%수준까지 확충하고, 국립대 재정지원규모를 지금보다 최소 30% 이상 증액해야 한다. 국립대에 대한 중장기 재정투자계획을 수립해 재정지원을 적정수준으로 확충하고 재정지원의 규모와 방법을 국립대재정교부금법 혹은 국립대재정회계법에 명시하는 것이 국립대 선진화의 핵심이다.

국립대의 지속 발전 없이 우리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란 어렵다. 대학 차원에서도 재원 다양화, 재정운영 효율화와 전문화, 그리고 투명성과 책무성 강화를 통해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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