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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섭합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난 5일 교총과 교과부가 교권보호를 위한 교원지위법 개정, 교장공모제 개선 등 총64개항의 ‘2011-12 교총-교과부 교섭협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교섭합의는 총선을 거치고, 연말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결실을 이룬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교총의 노력으로 시행중인 주5일 수업제와 수석교사제의 안정적인 정착에 노력하는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율과 경쟁이란 기치 아래 추진된 교육개혁 정책에서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상호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교권침해를 예방하고 교원을 보호가기 위해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정부가 의지를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교권보호 관련 법안은 교총과 국회차원에서만 접근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9년 7월에 학교출입 절차 마련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정부가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접 정부 발의안을 제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교권보호 관련 법 입안의 실현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교장공모제·집중이수제 개선

공모학교 지정과 심사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인해 학교운영이 파행되고, 학교구성원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난 교장공모제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교총과 교과부가 공모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오는 11월까지 공모제의 정책성과와 현황분석을 통해 공모내용, 절차, 비율조정 등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 3월 공모교장 임용시 반영한다는 결실을 도출한 것이다.
 
아울러 올해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 2년차를 맞는 시점에서 한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8개 이내로 제한해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등 집중이수제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의 의견도 반영될 예정이다. 교과부가 교총 건의를 전적으로 수용해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키로 약속한 것. 비록 교육과정과 관련된 내용은 비교섭과제로 분류돼 합의 문안으로 정리되지는 못했지만, 교원과 학생 모두가 고통을 겪는 교육현안 해결에 또 다른 장을 마련한 점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적정규모 학교 육성을 위한 기준 마련 입법예고로 인해 새로운 교육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대해서는 도서벽지와 농산어촌 교육 활성화를 위해 일률적 기준에 의한 통폐합을 지양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거점 ‘평생교육센터’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형 학교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함으로써 해당지역 교사와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됐다.

책임감 있는 이행과 점검 필요

특히, 교원처우 개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교과부의 성의 있는 자세를 읽을 수 있다. 교총은 10년째 동결되고 있는 담임수당 인상에 대해 학교폭력과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으로 담임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반드시 인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교과부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또, 현재 교장과 교감의 직급보조비가 각각 40만원, 25만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적극 반영키로 했다. 교장·교감, 원장·원감 등 상위자격 취득 시 승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키로 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또 올 7월 1일부터 일반공무원의 민간경력 인정비율을 최대 100%까지 인정하는 것과 발맞춰 산업체에 근무하고 교직에 임용된 교원들의 사기진작과 우수한 민간경력자의 교원유치를 위해 인정비율을 100%로 상향 조정키로 합의함으로써 상당수의 산업체 근무 교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교총의 교섭합의는 지난 92년 교과부와의 첫 교섭을 시작한 이래 2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해마다 처우개선과 교권보호, 전문성 신장 등 교원정책현안 해결에 협력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진행돼 왔고 그 성과도 만만찮다. 상당수 합의과제가 법과 예산이 수반되는 사안이라 즉각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지만, 교섭 양 당사자의 이행 의지가 있어 실현돼 온 것이 많다. 교직수당의 연차적 인상이라든가, 학급·담임수당의 인상이 좋은 사례들이다.

교섭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교섭합의 자체로 끝나지 않게 교과부와 교총이 성의 있고 책임을 다하는 이행과 점검을 통해 학교현장에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학교현장 교사들이 교섭에 거는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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