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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성교육, 실천 여건부터 마련하라

지난 1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시안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 내용에 따르면 우선 교육과정상의 교육목표와 내용을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중학교 음악, 미술, 체육이 한 학기 이수과목 수인 ‘8개 과목’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학교폭력근절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학교스포츠클럽도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돼 주당 4시간의 체육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학교 현장에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은 집중이수제의 개선이다. 이번 교과부 시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교총의 끈질긴 요구가 있었다. 그동안 교총은 교섭·협의, 건의서 제출 등을 통해 교과부에 수차례 집중이수제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번 개정 시안은 이를 수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집중이수제는 학생들이 소수의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3년 동안 배울 내용을 특정 학기에 집중 편성함으로써 학생의 학습 부담 증가, 전인적 성장 저해, 전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실질적으로 한 학기당 11개 과목까지 운영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미 집중이수제가 시행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집중이수 대상 과목이 축소돼 교육과정 운영에 융통성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과정 개정 시안 중에서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보다 직접적인 조치는 교육목표와 교과 내용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클럽활동은 학생들의 건강한 심신 발달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므로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해 안정적 운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스포츠강사 인력풀 구축과 지속적인 예산 확보, 다양한 체육활동을 위한 학교 체육시설 개선 등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적 인격과 품성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당면한 과제다.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은 필요하지만 교육과정 문서상에 인성교육 내용을 강화하는 것이 곧바로 학교에서의 실천과 교육 성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교육과정의 내용이 학교교육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노력과 함께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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