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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친 현장 다독일 후보, 누구인가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바쁘고 각박한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목숨을 건 약속’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창호 선생은 상해에 있을 때 한 소년에게 5월에 있을 소년단 행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소년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당일 윤봉길 의사의 상해공원 의거로 애국지사 검거령이 내려졌다. 안창호 선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상해에 갔다가 일본 순사에 잡혀 3년간 복역하면서 고초를 겪었다.

안창호 선생의 ‘목숨 건 약속’

요즘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때 융통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일화는 “정직과 성실만이 나라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안창호 선생의 의지와 약속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이렇듯 약속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12월19일 치러지는 대선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교육공약 때문이다. 개인끼리의 약속조차도 그토록 중요한데 정부나 정당, 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사회공중(公衆)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공약(公約)은 더더욱 무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념보다는 정책대결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번 대선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의 후보별 공약을 제대로 파악한 국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느 때부터인가 공약이 빌 공(空)자를 쓰는 공약(空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방편이 돼버린 공약을 너무 많이 접하다보니 선거철이 되면 아예 ‘그러려니’하는 무덤덤한 풍조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첫째, 교육공약의 현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체험하고 느끼는 아픔과 가려운 곳을 찾아내 ‘아픈 곳은 치료해주고, 가려운 곳은 긁어주는 공약’이 될 때 현장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학자중심의 TF팀이 회의실에서 도출해내는 공약은 ‘공약 따로 현실 따로’의 한계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둘째,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 또한 큰 이유가 된다. 여타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육은 특히 국민의 최대 관심사다보니 탈(脫)정치, 교육 본질 추구 공약은 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정치권을 지배한다. 후보들도 노이즈 마케팅이나 이슈 파이팅이 재미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정치 공학적 시각을 가진다. 물론 승패를 가려여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겠지만 본말이 전도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 남발은 정작 당선이 돼도 실현이 어렵거나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육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전면 무상급식 확대다. 이로 인해 교육환경 등 여타 교육예산이 축소되는 풍선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퓰리즘, 유권자가 심판해야

셋째, 재탕, 삼탕의 공약 남발에 이은 공약 미이행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수 있다”는 심정을 가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관심도를 유발할 수 있는 공약을 찾아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공약을 베끼고, 정작 당선이 되면 이행이 어렵다보니 하는 시늉만 내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유권자가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공약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정책을 보고 투표하기보다는 정당, 인물, 학연, 지연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현장성, 실현가능성, 이행의지가 없는 공약들은 유권자의 낮은 공약인지도와 공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어떤 후보가 대한민국과 교육에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는지, 실현 가능성과 현장성은 높은지 후보별 공약을 꼼꼼히 챙겨 냉정히 평가해 표를 행사하게 되면 정치권과 후보들도 당연히 긴장하고 공약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제 대선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한 달여 남았다. 교육계는 표만 의식해 나머지 재원도 제시하지 않고 지키지도 못할 장밋빛 공약(空約)만 남발하는 후보를 표로 평가할 사명이 있다. 정치권도 자신만의 공약에 만족하지 말고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교육 강국이 될 수 있는 실현가능한 공약(公約)을 제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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