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선택의 문제이다. 선택이 어려운 데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후보가 많은 것도 유권자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특히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약과 인물 등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수록 선택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열흘후인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과 서울교육감이 선출된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 대통령과 수도 서울 교육을 책임질 서울교육감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후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후보난립 패배 재연할 것인가
이번 대선이 여야 유력 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반면, 서울교육감 재선거는 네 명의 보수성향 후보와 한 명의 진보성향 후보가 맞붙고 있다. 물론 일부 후보는 자신이 중도 후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언론 및 교육계에서는 보수후보 난립, 진보후보 단일 구도로 보고 있다.
이런 선거구도는 복사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지난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를 방불케 한다. 당시 난립된 보수의 후보들의 득표율이 합쳐서 63%에 달했음에도 34.3% 득표율에 그친 진보성향의 곽노현 전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번 교육감선거도 같이 치러지는 대선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치우쳐 상대적으로 교육감 후보들의 인지도와 이들의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는 매일 발표되는데 반해 교육감 후보 지지율에 대한 언론 여론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지난 교육감 선거처럼 후보난립으로 인한 깜깜이 선거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문용린 후보가 유·초·중등·대학 교육계를 대표하는 ‘교육계 원로회의’와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에 의해 보수단일후보로 선정됐으나 이상면 후보, 남승희 후보, 최명복 후보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슷한 보수 성향과 정책 시각을 가진 후보는 네 명인 반면, 진보성향의 이수호 후보는 한명이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 표의 분산과 응집이 확연히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은 ‘뭉치는 진보, 갈라지는 보수’라는 표현으로 이런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6일 서울선관위 주최의 서울교육감 후보 TV 토론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정책과 공약 대결보다는 이념대결에 치우쳤고, 같은 보수성향의 후보들 간에는 이전투구식 토론이 오가 후보 선택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TV토론이 4개 공영방송에 일제히 생방송됐지만 오전 10시에 하다 보니 시청률도 낮아 유권자의 후보 선택에 큰 도움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는데 내용마저 부실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이런 선관위 주최 TV토론이 더 이상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언론보도 내용과 집에서 받아볼 후보자 공보물을 통해 자녀 교육을 책임을 서울교육감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큰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대선은 박근혜, 문재인 두 유력 후보의 대결로 구도가 압축됨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을 용이해졌다.
서울교육감 선거도 비슷한 성향과 교육정책 시각을 가진 후보들의 단일화 노력이 마지막까지 요구된다. 누가 강제할 수 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지만 과연 어떤 선택이 우리 교육에 바람직한 것인지를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름값을 높이겠다는 생각과 높은 승리 가능성을 말하는 주위의 달콤한 꼬임은 당장 선거결과가 나오는 12월19일 허망하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허욕으로 서울교육 미래 망쳐서야
선거가 무서운 것은 선거에 매몰된 비용과 명예로 패가망신의 결과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남은 열흘 동안 과연 무엇이 우리 교육과 자신에게 진정 도움이 될 것인지를 교육감 후보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냉혹한 선거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지금의 환호와 장밋빛 미래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으며, 자신의 허망한 꿈으로 정작 서울교육의 미래가 어둡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선택이다. 비록 대선에 묻혀 상대적으로 서울교육감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지만 소중한 자녀의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만큼 꼼꼼히 살펴 지혜로운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후보들 자신들이 볼 수 없는 단점과 고집을 냉정히 평가할 수 있는 이는 유권자뿐이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혼란과 갈등보다 안정을 도모하고 정치이념에 물들기보다는 교육본질에 충실한 올바른 교육감이 선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