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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열악한 학교살림…‘교원복지’는 엄두도 못내죠”

뒷전으로 밀리는 교원처우 개선

“교원복지는 학교에서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예산을 줄여야 한다면 가장 먼저 삭감되죠. 수요자 중심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교원의 복지란 항상 후순위입니다.”(경기 A초 교감), “교사에게 활동은 강요하고 지원은 해주지 않는 게 교직의 아이러니입니다.”(경기 U초 교사), “현장에서 교원복지로 쓰이는 돈은 거의 없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교직원 등반대회인데 분기별 30~50만원 사이입니다. 식사라도 하려면 항상 돈이 부족해 친목회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돈을 내고 먹는 셈이죠.”(부산 S초 교사) 

항상 부족한 학교예산, 수요자 중심 교육이 강조되는 학교현장에서 교원들은 현실적으로 기본적인 복지도 누리기 힘들다. 교사들이 ‘최소한 연구실만, 휴게실만이라도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학교마다 특성과 여건, 관리자의 마인드가 모두 다른 만큼 편차가 심한 것도 문제다. 확실한 인센티브 없이 일방적으로 교원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도 나아지지 않는 학교 여건으로 어깨에 힘이 빠진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 교원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연중기획 ‘생!생! 현장 애환 스토리텔링으로 풀다’ 이번 주제는 학교에서 늘 뒷전으로 밀리지만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교원 복지 문제다.



수업·교재 연구하고 싶어도 공간부족 태반
“휴게실·교직원식당 만이라도 갖췄으면…”


# 경기 B초는 교사들이 수업·교재 연구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공간이 없다. 정규교과 수업이 끝나면 100여개가 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돼 교실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은 광주의 C초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유휴교실이 부족한 이 학교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다 돌봄 교실까지 추가로 운영하느라 교실 사용이 녹록치 않다.

C초 교감은 “교사들이 연구실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제기하지만 유휴교실이 부족해도 정부에서 요구하는 여러 교육활동을 해야 하는 학교 사정상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털어 놓았다. 연구할 교실 뿐 아니라 연구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빠듯하게 돌아가는 학교운영도 걱정스럽다. 경기 B초 교사는 “학교에 방과 후에다 돌봄까지 들어오면서 학교가 책임져야 하는 업무가 너무 늘어났다”며 “교사들이 신경 써야 할 다른 활동들이 많을수록 학교교육이 소홀해 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구실과 휴게실 부족에 대해서는 상당수 교사들이 공감했다. 차‧물 등도 동학년 교사끼리 회비를 걷어 사먹는 현실에서 탈의‧휴게실은 꿈도 못 꾼다. 아직도 옷은 화장실에서 갈아입는다. 몸이 아프거나 잠시 휴식이 필요해도 학교 내에서 쉴 공간은 없다.

경남 김해 D초 교사도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교재연구와 자료개발을 하고 틈날 때 잠시 쉴 수 있는 교사들의 연구실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연구실이 빈약하다보니 교사들이 서로 흩어져 학교의 에너지 낭비를 가져오고 정보 공유도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E고 교사도 “교사들은 몸이 아파도 잠시 쉴 곳이 없다”면서 “휴게실과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교직원 식당 정도만이라도 학교마다 갖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초등 교사 역시 “물이나 커피를 여전히 학년 교사들 회비를 걷어 사 먹는다”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하라면서 연수비 지원은‘0’
목소리 안 나와도 수업용 엠프 사비 구입


# 수업개선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이를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교원들의 전언이다. 특히 경기도는 연수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어 교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경기도의 한 교감은 “현재 학교나 직전 학교에서도 교원연수비 지원은 없었다”며 “무료 연수가 많다는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필요한 연수를 받으려면 유료 수강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의정부의 한 초등 교장도 “재작년까지만 해도 교육청에서 연수비의 70%나 7만 원 이하의 자율연수비를 보전해줬지만 지난해부터 없어졌다”며 “학교살림이 어렵다보니 예산책정을 하지 않아 연수비 지원을 하지 않는 학교가 생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을 위한 자료개발과 부자재를 교사가 자비로 부담하는 것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마인드맵, 낱말카드 워크시트, 웹자료 개발 등 사소한 수업자료 개발은 차지하더라도 최근 교육흐름인 동영상, 가상현실, 스마트러닝, E북 등을 활용한 수업을 구상하면 자료 개발비만 수십만 원도 넘어간다. 부산 G초 교사는 “수업연구를 하면서 학교물품을 최대한 이용하지만 부족하다”며 “원하는 자료제작이 필요할 때는 자비를 들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어 수업연구에 따른 지원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상 목을 많이 써야 하는 특성상 대부분의 교사가 성대 결절 등 후두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여전히 교단은 무방비다. 서울 H고 교사는 “수많은 교사들이 과도한 성대 사용으로 인한 병에 시달리면서 20~30만원에 달하는 강의용 앰프를 사비 들여 사서 쓰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것은 교사들의 건강을 위해 기본적으로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말 체험학습 지도 무료봉사 하는 꼴
초과근무수당 가능하지만 적용 안 해
8월 퇴직교원은 못 받는 성과급도 문제


# 교원들의 불만이 가장 높은 것은 체험학습 인솔 등으로 인한 주말 근무였다. 주5일 수업, 진로체험 강화, 학교 스포츠클럽 리그 운영, 청소년단체 활동 등 기존보다도 주말 근무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이에 대한 인센티브는 부족하다는 것.

경기 I초 교장은 “주말을 이용하는 교육활동은 담당교사를 찾기 힘든 실정”이라며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며 반드시 초과근무 수당 등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교총의 요구를 받아들여 ‘교육공무원 국내출장 기간 중 초과근무 수당 지급 지침’을 수정, 학교장이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청소년단체 활동에도 지급이 가능하도록 6월 지침을 보완했지만 상당수 학교와 관리자들이 이를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고 있었다. 시간외 수당은 직급과 호봉에 따라 시간당 9060원~11538원 정도다. 5시간 근무하면 한 시간은 공제되며 최대 4시간까지 받을 수 있다. 교직원체육대회, 교원연수, 전국대회 참관 등은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되더라도 출장비와는 병급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경기 J초 교사는 “토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관외로 나가면 6시간 이상은 소요되는데 출장비와 초과근무수당을 병급 받지 못하면 이동이나 식대로 사용되는 비용은 교사 개인 비용으로 고스란히 지출된다”며 “결국 무료봉사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출장비 문제도 지적됐다. 경기 K고 교사는 “연말이 되면 학교 예산이 부족해 출장비 없이 출장을 다닌다”라며 “학교에서 수원에 있는 경기도교육청까지 왕복 차비, 택시비 정도로 2~3만 원 정도가 지출되지만 보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8월에는 지급 받지 못하는 성과급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광주 L초 교장 “3월부터 8월말까지 실제로 6개월간 근무하는데도 8월 말 퇴직하는 교원은 성과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교원 복지 차원에서도 이런 점은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원복지를 묻는 질문에 충남의 한 고교 교사는 이렇게 답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담임업무에 주말에는 동아리활동 지도로 다시 출근하는 생활의 반복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일이라는 보람으로 참고 할 뿐 복지 이야기는 엄두도 못내죠. 교사에게 ‘복지’는 낯선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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