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 수업준비·평가도 실습생과 협의 교과내용·교실수업·행정·직업관 등 멘토링 교사·실습생 “수업전문성 눈에 띄게 향상”
17일 성신여대 교육학과에 중학교 현직교사가 보내온 수업계획안 검토의견서가 도착했다. 학생들이 학기 중 ‘하이브리드집단 교수·학습 방법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수업계획안을 현직교사가 검토하고 피드백해 준 것이다.
성신여대의 교원양성교육 선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생활한 경험이 없는 예비교사들의 다문화 교수 능력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연구 책임자 노경란 교수는 “예비교사들이 현장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의 피드백을 듣는 과정을 통해 교사가 어떤 점을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신여대는 이 프로젝트 외에도 2011년부터 현직교사와 협력해 다양한 교원양성교육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실습 표준 교육과정 개발’ 사업에서 이런 현직교사와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기존의 단편적인 교육실습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인턴제 교육실습 과정을 적용해 보고 있는 것이 이 사업의 주된 내용이다.
성신여대의 인턴제 교육실습 과정은 우선 눈에 띄게 그 기간이 길다. 실제 본 교육실습만 4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물론 4학년 1학기의 다른 과목 수업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5월 한 달 동안만 매일 실습을 하고, 3·4·6월에는 주2~3일만 실습을 한다. 그렇더라도 기존에 한 달만 하는 교육실습에 비해서는 훨씬 긴 기간이다. 본 교육실습 외에도 3학년 2학기에 수업참관실습을 진행하고, 겨울방학에 사전 오리엔테이션, 여름방학에 사후평가 워크숍을 가진다.
단순히 기간만 긴 것은 아니다. 교육실습 교육과정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조대훈 교수가 꼽은 가장 큰 특징은 현직교사와의 협력이다. 성신여대는 실습학교와 협력해 학생들과 함께 수업연구를 할 수 있는 지도교사를 추천받았다. 추천기준은 수업능력이 탁월하고 학생들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교사였다.
참관 실습 때는 지도교사가 참관 전 실습생들에게 수업할 단원과 학습자료를 준 다음 같은 단원 수업 준비를 실습생들에게 해보도록 해 자신의 수업안과 현직교사의 수업과 비교해보게 한 후 다시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았다. 때로는 실제 수업준비에 대한 협의도 함께 했다. 참관일지도 단순한 감상이나 의견제시를 벗어나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수업단계별로 구성했다.
본 실습 시에는 더 확실한 지도가 가능하도록 아예 실습생들을 1대1 또는 2대1로 맡도록 했다. 지도교사는 지속적으로 교과내용, 교실수업, 행정, 직업관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실습생의 수업준비 과정에서도 서로 상의하고 협력했다. 단순히 실습생들을 관리하는 지도교사를 정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멘토-멘티인 셈이다.
조 교수는 “장기간 걸쳐 관계와 대화가 지속되기 때문에 기존의 교생실습과는 다른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다”며 “현직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수업을 보는 안목을 키우게 돼 수업전문성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고 평가했다.
참관실습생을 지도한 송상미 성신여중 교사도 “수업을 배우는 데 강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실습생들이 현직교사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볼 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단순한 참관보다 더 많았고 수업준비에 대한 막연함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교사 스스로도 실습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수업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실습생들도 “현직교사와 함께해 이론으로 배운 내용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교사가 자신만의 경험을 쌓으면서 노하우가 생기는 과정도 알게 돼 배울 점이 많았다”고 했다.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는 인턴제 교육실습이지만, 현재로써는 도입이 쉽지 않다. 조 교수는 “제도적 여건이 미비해 개별 사범대에 이런 실습의 책임을 다 맡긴다면 현실적으로 확산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 학교별로 교원양성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수준에서 교원양성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장기간의 실습이 가능하도록 ‘교원자격검정업무지침’ 등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신여대의 교육실습 표준 운영 매뉴얼 개발도 교원양성 교육과정 지침의 초안이 될 수 있는 자료 제공의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